이런! 도대체 무슨 제목이 이 따위야? 무슨 말이지 알 수가 없네.

[나타지마동강세]라는 영화제목을 보고 맨 처음 떠오른 생각이다. 한자를 한 자 한 자 뜯어보니 '나타라는 어린 마귀가 세상에 내려왔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말도 안되는 환상으로 영화적 재미가 다소 떨어진다 생각한 그렇고 그런 중국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7월 개봉한 이 만화영화는 상영 100일 만에 총 수입 1조원을 넘겼고, 개봉 19일 만에 관객 수 1억을 돌파했다고 한다.

 

 

눈으로 이런 인기의 실체를 꼭 확인해보고 싶었다. 열 살 딸내미와 함께 보았는데, 아빠도 딸도 모두 엄지 척!이다. 중국 애니메이션의 수준은 이제 함부로 얕잡아 보아서는 안된다. 시각적 측면은 물론이거니와 스토리 또한 아이와 어른을 모두 사로잡을 수 있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풍부한 중국 신화를 가지고 있다는 장점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으로 잘 각색해 풀어내는 이야기 솜씨가 탁월하다.

 

 

[나타지마동강세]의 스토리는 이렇다. 선과 악을 대표하는 구슬의 혼 중 선의 혼을 받아 태어날 아이였던 나타가 악의 혼을 받고 태어난다. 이는 신선이 되고자 했던 한 제자(신공표)의 술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나타는 3년 뒤 벼락을 맞아 죽게 될 운명이다. 그런데 나타는 태어나면서 발동한 악의 기운을 어머니의 사랑으로 어느 정도 억누르게 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선입견과 편견으로 악의 기운이 뻗쳐 악동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럼에도 부모의 진정한 사랑이 나타의 마음을 사로잡아 마을 사람들을 구하는 영웅의 길을 걷는다.

 

 

오래된 신화 속 주인공을 재해석한 나타라는 캐릭터의 모습은 물론 중간 중간 터져나오는 유머코드는 꽤나 현대적이다. 감동과 웃음이 절묘하게 버무러져 있다. 게다가 운명을 피하고자 하지만 결국 운명의 길을 걷게되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비극적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나타는 과감하게 운명과 싸워서 이겨낸다. 내 운명은 '하늘이 아니라 내가 결정한다'는 나타의 목소리는 큰 울림을 자아낸다.

 

 

개인적으로는 이 만화영화가 주는 가장 큰 재미를 다른 곳에서 찾는다. [나타지마동강세]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핵심은 바로 사람들의 편견과 선입견이기 때문이다. 신공표가 아이의 운명을 바꾸는 장난을 친 것도 신선의 편견 탓이다. 신공표는 사람이 아닌 표범이다. 신선의 제자로 열심히 노력하고 실력을 연마했음에도 오직 사람이 아닌 표범이라는 이유로 신선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된 것이다. 나타가 악동의 길로 접어든 것도 마을 사람들이 나타는 요괴라는 선입견과 편견으로 인해서다. 만화 속에서도 '마음 속 편견은 큰 산이고, 이 산은 뒤집기 어렵다'는 대사가 나온다.

 

 

편견과 선입견은 진화론적으로 보면 뇌의 활동에너지를 줄여주는 정신작동체계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ㅇㅇ는 ㅇㅇ다'가 일반적인 현상일 때, 그것을 하나 하나 다시 검증할 필요없이 곧바로 판단하게 되면 뇌는 판단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편견과 선입견이 주는 부작용이 있다. [나타지마동강세]가 바로 이 부작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재미와 감동, 그리고 교훈까지. 중국 애니메이션 [나타지마동강세]가 한국에서 개봉되기를 희망해본다. 중국 애니메이션의 놀랄만한 현재 수준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만화영화가 말해주듯 중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또한 여지없이 무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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