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열매를 맺는 계절이다. 올 한 해 나의 삶도 차근차근 열매를 맺어가면 좋을 것을... 열매는 저절로 맺히는 것이 아님에. 뜨거운 태양과 비바람을 견뎌내야만 꽃은 비로소 열매가 된다.

 

 

시골의 한 식당 앞에 고욤나무열매가 맺혔다. 작은 감처럼 생겼는데, 이 나무는 감나무의 대목으로도 쓰인다. 서리가 내려 얼까말까할 이즘에 따먹으면 그럭저럭 먹을만하다. 익기 전에는 감처럼 떫은 맛이 난다. 다 익기 전에 수확해서 겨울내 저장했다 먹기도 한다. 작은 감 모양이 앙증맞다. 한방에서는 고욤을 말려 약재(군천자())로 쓰기도 한다. 

가시오갈피 또는 가시오가피 열매도 꽤나 매혹적이다. 잎과 함께 달린 열매를 따놓고 보니 영락없이 산삼이 생각난다. 오가피의 오가는 잎이 다섯개 달린 것을 뜻하는데 실제 산삼과 모양이나 특성이 닮았다고 한다. 다만 산삼은 풀이요, 오가피는 나무인 것이 다를뿐. 이 열매로 술을 많이 담그기도 한다. 특히 오가피나무 껍질로 담근 술은 요통이나 손발저림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위 사진의 가운데는 인삼열매다. 선홍빛깔의 작은 열매가 꽤나 매혹적이다. 아마 이런 매혹은 새들에게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새들이 인삼 열매를 먹고 산으로 날아가 똥을 싸면, 그 씨앗이 산에 떨어져 산삼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야말로 풀과 나무들이 열매를 화려하게 맺는 이유를 잘 설명해주는 사례로 보인다. 씨앗이 잘 영글었을 때에야 비로소 열매를 화려한 색으로 바꾸어 동물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이 씨앗들을 보다보니 법륜스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데, 콩을 심고서 팥이 나오라고 소원을 빌어봐야 팥은 절대 나지 않는다는 뜻의 말씀이었다. 종교는 기원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그 기원이 이처럼 불가능한 것이라면, 그 기원은 절대 이루어질리가 없다. 우리가 비는 것이 무엇인지를 찬찬히 살펴보자.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면 빌 이유가 없다. 빌어서 될 일도 아니고, 노력해서 될 일도 아니다. 애시당초 불가능한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놓아버려야 한다. 다만 그것이 가능한 일이라면 즉 콩 심고서 건강하고 풍성한 콩을 바란다면, 그 바라는 심정, 비는 마음을 바탕으로 건강하고 풍성한 콩을 수확하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 우리가 빌고 있는 그 마음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에 온 정성을 쏟으면 될 일인 것이다. 기원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기원의 힘을 갖는 것이다. 열매를 거두며, 내년에 또 어떤 씨를 심을지 고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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