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스마트농업!
요즘 정부 농업정책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스마트팜’이다. 혁신밸리를 비롯해 다양한 지원이 있다 보니 스마트팜에 대한 관심이 많다. 하지만 스마트팜이 마치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 작물재배 과정을 기계화·자동화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부분들도 있다.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이런 오해를 가지고 스마트팜에 관심을 갖기도 한다. 스마트팜 귀농도 제대로 알아보고 준비하자.
배양액을 조절해서 농장의 고설베드에 양액을 넣어주는 기계.
■ 투자비용을 생각하라
올해 열린 팜테크포럼에서는 가장 최신의 기술로 차려진 스마트팜이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스마트팜을 갖추기 위해서 들어가는 비용은 150평 1동에 2억원. 평당 130만원이 넘는 가격이다. 스마트팜에서 고부가가치의 농산물을 생산하더라도 평당 20만원 정도의 수입. 감가상각을 제외한 원가를 회복하는데만 8년이다. 그야말로 정부나 지자체 지원없이 100% 자부담 투자로는 언감생심이다.
경영마인드를 가지고 최상의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투자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경북 상주의 ‘우공의 딸기정원’을 찾았다. 우공의 딸기정원은 스마트팜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고설베드에 양액으로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데, 양액을 주고 하우스에 온·습도를 조정하는 과정이 모두 자동화 시설로 되어있다.
배양액에 들어가는 다양한 비료들. 어떤 비율로 영양을 공급했을 때 가장 건강하고 최상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지를 데이터로 구축해가야 한다.
■ 기계를 믿지마라
하지만 딸기를 키우고 있는 농부는 “기계를 믿지마라”는 당부를 한다. 양액의 Ph와 EC 등의 세팅값을 정해놓고 자동으로 양액을 베드에 공급할 때 꼭 양액을 체크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동화된 기계라고 하지만 이 세팅값에 오차가 발생하면서 잘못 공급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만약 단 한 번이라도 잘못된 수치로 양액이 공급되면 1년 딸기 농사를 망칠 수 있기에 기계만을 믿고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공의 딸기정원 모습.
■ 데이터가 중요하다
“스마트팜이라는 것은 자동화된 설비를 말하는 것이다. 농사는 스마트팜이 아니라 스마트농업이 중요하다. 작물의 환경을 제어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농업이다.”
즉 스마트팜은 단순히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작물에 대한 공부가 우선이고, 따라서 온도와 습도에 작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의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농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차곡차곡 정리해 자료로 만들어 가다보면, 앞으로 어떤 예기치 못한 일에도 잘 대응할 수 있다. 그리고 최상의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찾아내고, 그 환경을 만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실행해나가는 것이 바로 스마트 농업인 것이다. 농업에서도 데이터는 가장 중요한 자산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 투자 대비 소득을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 농부의 설명이다. 만약 유리온실 등 투자 비용이 2배로 든다면 생산 또한 2배로 늘릴 수 있는지를 계산해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노동, 투자, 생산, 감가상각 등을 다 따져서 스마트농업을 시작해야 한다.
딸기 육묘장. 딸기를 정식한 후 남겨진 딸기의 모습. 육묘와 정식작업은 모두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사족 : 스마트농업을 한다고 해서 노동이 대폭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육묘를 해서 정식하는 것은 아직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 수확하고 포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사람의 손길을 많이 필요로 한다. 농사 전 과정의 자동화, 기계화는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