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3일 한여름 뙤약볕에 재래종인 진주 대평무가 심겨졌다. 노지에서도 뜨거운날씨인데 하우스 안에서는 얼마나 뜨거웠을까. 흙 속에서 두려움을 안고서 싹을 내밀었을 진주 대평무. 원래 고향은 경상남도 진양군 대평면의 남강 상류 유역. 그런데 이렇게 먼 곳으로 이사와 땅도 잘 맞지 않은 곳에서 열심히도 자라줬다.

80일 정도 자라 다 컸으니, 이제 발 딛고 있던 땅에서 벗어나 모험을 떠날 시간. 대평무는 서울무보다 직립성이 강하고, 뿌리는 짧은 원통형이다. 아담한 크기가 정감이 간다.

 

진주 대평무는 육질이 치밀하여 김장용과 저장용으로 좋다. 살짝 칼로 잘라 한입 베어 무니 단단하게 꽉 차 있다. 처음엔 은은한 듯 하던 맛이 혀를 알싸하게 만들며 매운 맛을 톡 쏴댄다. 김장용으로는 제격이겠다.

어디서나 그렇듯 제맛에 사는 것들이 있다. 진주대평무라고 다를까. 쌍둥이처럼 붙어 있기도하고, 가느다란 손가락 마냥 잔뿌리를 매다는가 하면, 집게발처럼 오무리는 듯,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들과 똑같이 생기지 않았다고 소비자들에겐 환영받지 못할 운명이다. 그렇지만 그들을 키워낸 농부들의 식탁에선 빛을 발할 것이다.

 

무는 참 쓸모가 많다. 잘려진 무잎은 말려서 무청으로 쓰인다. 한겨울 햇빛을 머금게 될 무청은 탕이나 찌개, 조림에 들어가면 기막힌 맛을 선사할 것이다. 그 따스했던 겨울햇빛의 맛을 풀어내기 때문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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