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어디에서 키울까? 고민하다 마음껏 뛰놀고, 강아지도 키우고, 자연과 함께 하며, 경쟁에서 벗어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골을 선택했다. 다만 한 가지, 마을과 떨어져 있다보니 또래 친구들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그런데 이런 고민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는가 보다. SBS스페셜에서 <내 아이 어디서 키울까?> 라는 주제로 2부작을 방영했다. 특히 2부 공간의 힘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시골이 정답이 아니듯, 아이에게 어떤 특정 공간이 100% 좋은 것은 없을듯하다. 아이들마다 개성이 있듯 그 개성에 맞춘 집과 공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커가는 아이들에겐 뇌를 자극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보인다. 항상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에너지를 절약하는 차원에서야 도움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에너지가 끓어 넘치는 아이들에겐 이 에너지를 뇌를 자극하는데 쓰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뛰어노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공간이 필요해보인다.
방송에서는 다양한 눈높이의 공간, 변화를 줄 수 있는 공간을 말하고 있다. 즉 새로운 자극을 끊임없이 줄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이런 공간은 (시험)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일본에서 네 자녀를 모두 도쿄 의대에 보낸 어머니가 아이들의 공부방을 없앤 대신 거실에서 (시험)공부를 시켰다고 한다. 고요한 공부방보다는 소통을 하고 적당한 자극이 있는 거실이 (시험)공부에 더 좋다는 것이다.
즉 혼자서 골방에 틀어박혀 고요히 무엇엔가 정진하는 것, 마치 스님이 안거에 들어가 면벽수행을 하듯 공부하기 보다는 물어보고 답하고 생각하고, 적당한 자극을 수용하는 것이 더 나은 공부법일 수 있다. 공부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로도 들린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학창시절을 돌아보았을 때 다소 공감이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혼자서 아무런 자극없이 공부할 때 집중력이 최고도로 발휘됐기 때문이다. 그런걸 생각해보면 이 역시 각자 개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진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분명 주위 환경, 공간이 아이의 창의력이나 공부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어보인다. 아무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해 한번쯤 진지한 고민을 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사족1 : 방송에서는 공부에 좋은 공간이 거실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공부라는 것은 자발적 동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진학에 필요한 공부는 시험공부이기에 별도로 괄호를 치고 시험이라는 단어를 추가시켰다. 자발적 동기에 의한 인생공부는 장소를 불문한다. 물론 공간이 주는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겐 부차적이라는 것이다.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부유하는(노마드적) 공간이 오히려 공부엔 더 중요할지 모르겠다.
사족2 : 방의 천장높이에 따라 집중력과 창의력이 달라진다는 연구도 있다. 공간이 또는 환경이 주는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중요하다. 매일 오가는 똑같은 길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걷기 명상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반면 매일 똑같은 길, 똑같은 장소 대신 새로운 길, 새로운 장소를 찾아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만큼 뇌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런 새로운 자극들은 모두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기에 참으로 피곤한 일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