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는 멕시코에서 '죽은 자들의 날' 명절기간이다. 우리가 제사음식을 마련해 조상을 맞이하듯, 멕시코에서도 1년에 딱 하루, 죽은 자들이 산 자들을 찾아와 함께 노래하고 음식을 먹는다고 여긴다.

 

 

미국에서는 10월 31일을 핼러윈데이라고 하는데, 켈트인의 사윈 축제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축제 또한 음식을 마련해서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한편으론 악령을 쫓았다.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랜다는 것은 이들을 기억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멕시코의 '죽은 자들의 날'이라는 명절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 있다. 바로 [코코]다. 죽은 자들은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살아가지만 산 자들이 자신을 기억에서 지워버리면 그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도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영화는 "기억해 줘"라며 노래를 부른다.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이 얼마나 애틋하고 따듯한 일인지를 이 애니메이션은 감동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지나가고 사라진 것들은 잊히기 마련이다. 그 잊혀진 자리에 새로운 인연이 들어선다. 모든 것이 잊혀지지 않은채 남아있다면 우리는 새로운 인연을 만들 엄두를 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잊혀졌다 여겨진 것들이 가끔 새록새록 떠오를 때가 있다. 죽은 것들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솟아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시골에서 백발의 할머니를 볼 때면 가끔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생각난다. 나의 손을 잡아주던 그 거칠고 투박한 손길이 느껴진다. 주름잡힌 얼굴이 떠오른다. 틀니를 컵 속에 집어넣고 잠을 청하던 모습도 떠오른다. "기억해 줘"라고 부탁하고 당부하지 않아도 절대 지워지지 않을 기억으로 남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내 가슴 속에 여럿 살아 숨쉬기를 바라본다. 핼러윈 데이 즈음에 망자들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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