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군가 한줌 권력이라도 쥐고 있다면 그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자들을 자주 목격한다. 그들도 그것이 잘못돼 있음을 알기에 감추려하고, 누군가는 해꼬지의 위험을 감수하고 그 감추어진 진실을 파헤친다. 가끔은 들추어진 사실이 믿기지 않아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꾸며진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반대로 드라마와 영화 속 허무맹랑한 것 같은 이야기가 오히려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또는 그 허무맹랑함 속에서 현실을 얼핏 쳐다보기도 한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주말드라마 중 <배가본드>와 <모두의 거짓말>은 감추어진 진실을 파헤친다는 내용을 다루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 천지차이다.

 

출처 배가본드 홈페이지 

 

<배가본드>는 250억이라는 제작비를 투입한 사전제작 드라마로, 모로코에서 두 달간 해외촬영을 진행했다. 당연히 볼거리가 중심이다. 이색적 풍경과 액션이 중심에 선다. 하지만 액션장면은 긴장감을 자아내기엔 다소 부족해보인다. 반면 <모두의 거짓말>은 주인공의 아버지가 죽고 남편이 실종되는 사건을 시작으로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데 중점을 둔다. 분노와 슬픔, 절망의 감정이 잔잔하게 드라마를 흐르고 있다.

 

 

 

<배가본드>는 민항기의 추락사고가 드라마의 시작이다. 이 추락을 둘러싼 무기판매조직의 로비, 정부권력과의 밀실거래를 주인공 최달건(이승기 역)이 파헤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들과 협력하는 국가정보부의 요원들, 그중 강주철 국장은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였던 '그럴줄 알았지'처럼 마치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다 알고 트릭을 쓴다는 점이 처음엔 반전의 묘미를 주는 것 같지만 도가 지나치면서 피로감을 준다. 한편으론 권력의 최정점이 썩어 있을 때 국가의 명령을 수행하는 공무원은 과연 잘못된 명령에 맹목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인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는지를 묻는듯하여 극의 재미를 준다.

 

 

출처 모두의 거짓말 홈페이지

 

 

<모두의 거짓말>은 신사업을 추진하는 국회의원과 이를 통해 이익을 취하려는 기업이 결탁해 이를 막으려는 자들을 제거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여준다. 이 사건 속에서 아버지를 잃고 행방이 묘연한 남편을 찾기 위해 그들의 꼭두각시 역할을 할 국회의원이 되는 주인공 김서희(이유영 역)의 변하는 모습이 극의 한 줄기를 맡는다. 그리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경찰 조태식(이민기 역)이 피의자로 지정한 이들이 한 명씩 죽어나가자, 혼란에 빠지면서도 집요하게 사건을 파헤져나가고자 하는 사건의 진행이 또 한 축을 이룬다. 하지만 제목이 말하는 모두의 거짓말처럼 악행을 저지른 사람보다 이를 보고도 침묵하는 다수를 향한 칼날은 무뎌보인다. 아직 드라마 속에서 다수의 침묵이 작용하는 상황을 찾아볼 수 없다.(이건 나의 무능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극이 어떻게 전개될지 두고 볼 일이다.

 

요즘은 모바일로 시청하는 이들이 많아 시청률이 의미하는 바가 크진 않지만, 그래도 시청률만을 따져본다면, 화려한 볼거리가 잔잔한 감정선보다는 더 눈길을 끄는듯하다. 아무튼 서로 다른 두 드라마가 항해를 제대로 해서 산으로 가지않기를 바라며, 색다른 재미를 만끽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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