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강타한다는 일기예보에 농촌의 논과 밭은 초비상이다. 가능한한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 강풍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골 읍내 인력회사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논과 밭, 하우스에서 일을 하고 있다. 미리 사람을 예약하지 못한 농가는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을 정도다. 

 

태풍이 오기 하루 전인 오늘은 그야말로 태풍전야라 할 만큼 고요하다. 만약 뒷북에 잦은 오보라 하더라도 일기예보가 없었다면 내일 태풍이 한반도에 몰아칠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날씨다. 날씨에 아주 민감한 사람이라면 공기의 변화와 주위 동물들의 움직임을 통해 태풍을 예측할 수 있을련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위성사진 등을 통해 태풍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요즘은 어찌됐든 예측이라는 것을 한다. 그리고 예측은 예측이 맞았다 틀렸다를 논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예측을 통해 벌어질 수 있는 일을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서 행해진다. 태풍을 예고했는데, 태풍이 오든말든 아무 상관없이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예측은 그야말로 놀이나 장난, 소일거리에 불과한 일이 될 것이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행동으로 그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보고자 하는 것이 예측의 목적일 터이다.

 

우리가 운명을 알고 싶어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점을 보거나 사주를 찾는 것은 앞으로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알고, 나쁜 일에 대해선 만반의 태세를 갖추기 위해서인 것처럼 말이다. 꼭 점이나 사주가 아니라 과학적 예측도 많다. 미래학자들이 말하는 미래 사회의 모습, 앞으로 사라지거나 새로 생겨날 직업에 대한 이야기, 미래 건강과 평균수명 등등. 이 모두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대처를 위한 것들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무엇일까를 살피고 고민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 그럴 것이다. 지금 이곳에서의 충실한 삶을 잃어버릴 정도로 말이다. 아마도 그래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따로 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중요한 것은 불안하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일일 터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불안을 씻어줄 도구에 그쳐야지, 그것이 현재의 삶을 흔드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예고된 태풍에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큰 피해없이 지나가기를 희망해본다. 우린 또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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