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충분히 오고 햇볕이 따가우니, 풀들이 정신없이 자란다. 블루베리 밭은 손으로 뽑고 자른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또 블루베리 키만큼이나 자라있다.
체리와 구기자가 심겨진 곳은 예초한지 한 달여가 지나있어서 허벅지 정도까지 풀이 자랐다. 이곳은 나무와 나무 사이가 넓어 손이 아니라 예초기를 사용해 풀을 베고 있다. 다만 충전식 예초기라 힘이 강하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없어 1~2시간 정도만 예초에 전념한다. 환삼덩굴이나 칡 같은 덩굴식물의 예초는 충전식으로 하기에는 다소 벅찬감이 있다. 힘이 약하다보니 잘라내기 보다는 날개에 엉키기 십상이다.
그러다보니 다소 방심하는 측면이 있다. 나무에 예초기 날개가 걸리더라도 큰 상처를 주지않고 지나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나무 주위 풀은 손으로 뽑거나 발로 밟아서 눕혀주는게 좋은데 예초기를 돌리다 멈추고 이 작업을 하는 게 여간 귀찮은 것이다. 물론 섬세하게 예초기를 돌려 나무에 상처없이 풀만 벨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 경지까지는 아직 오르지 못했다.
아차차! 바로 실수가 터졌다. 구기자 나무 밑둥을 반 정도 쳐버린 것이다. 이제 막 꽃이 진 자리에 구기자가 열리기 시작했는데..... 회복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우리의 혀는, 또는 행동은 간혹 예민하게 주의를 하지않고 무심하게 지나치다 타인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기곤 한다. 타인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경지에 오르기는 쉽지않은데, 그렇기에 항상 손으로 조심조심 풀을 뽑듯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져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귀찮다고 힘들다고 지나쳐버리는 순간, 우리의 혀와 행동이 칼날이 되어 타인의 마음을 베어버리는 것이다. 다행히 조그마한 상처라면 얼른 회복하겠지만, 어떨 때는 치명적이기도 하다.
부디 가까이 다가갈 땐 항상 긴장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