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장마였지만 소나기가 내리면서 매말렀던 땅이 촉촉해졌네요. 햇볕까지 강렬하다 보니 풀들이 쑥쑥 자랍니다. 풀과 함께 키우는 농사 방식이 가능한지를 시험해보고 있지만 정말 어렵네요. 일단 최소한의 외부 투입을 줄이고 밭에서 자라는 풀들을 베어 썩혀 양분을 보충하자는 생각은 현실에 많이 부딪힙니다. 다양한 방식의 실험이 필요할 듯 싶어요.
블루베리 밭의 풍경입니다. 아래 절반은 예초한 모습이고요, 위쪽은 아직 풀을 그대로 놔둔 상태입니다. 둘의 생육상태를 비교해보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블루베리 키보다 높게 풀이 자라도록 놔두는 것은 블루베리 생장에 해를 끼칠것 같네요. 게다가 풀들이 씨를 맺기 시작하면 내년엔 더 극성을 부릴 것입니다. 키가 너무 크지 않을 때, 씨를 아직 맺지 않을 때 적당한 순간에 한번씩 풀을 깎아주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깎은 풀을 나무나 작물 뿌리 근처에는 놔두지 않는 것이 나을듯 싶어요. 풀이 썩어 양분을 공급하라는 뜻으로 놔두었더니 병충해의 온상이 되는 건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원줄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흩뿌려두는 것이 좋을듯 하네요.
수박의 생장점이 자른 풀을 모아둔 곳으로 갔다가 풀들이 썩는 과정에서 함께 타버렸습니다. 풀들을 퇴비화하는 작업도 요령이 필요할 듯 싶어요.
위 사진은 참외가 풀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입니다. 저 풀 속에 참외가 숨어 있습니다. 사진으론 좀처럼 찾기 힘들지만 ^^. 풀을 건들면 벌레들이 우르르 도망갑니다. 벌레들의 천적이 나타나 생태적 균형을 이루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 과정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입니다. 그래서 일단 병해충 방지 차원에서 풀을 제거해보았습니다. 완전히 제거하지 않았지만 훨씬 깔끔해 보입니다. 물론 깔끔하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쪽이 참외의 성장에 더 좋냐가 관건이겠죠. 올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잘 관찰해보아야 하겠습니다.
풀과 함께 농작물을 키운다는 것은 굉장히 멋지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그냥 방치하는 수준이어서는 안됩니다. 적정하게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 적정하게라는 수준을 아는 것이 바로 자연농법이나 보존농업 또는 퍼머컬처의 기술이자 지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외부의 투입을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시도는 일단 땅이 힘을 갖춘 뒤에야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땅에 힘이 없으면 작물은 자라지 못하고 수확물 또한 보잘것 없습니다. 땅심을 기르되, 그 땅심의 원천은 바로 작물이 자랄 그 땅에서 자라는 것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다소 긴 시간을 필요로 할 지 모르겠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 볼 생각입니다. 자연이 갖는 힘을 이용한 농사! 가능한 일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