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풀과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장마가 오고 볕이 따가워지면 풀과 벌레가 환호성을 지르며 다가옵니다.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제초제와 농약을 뿌리는 것이죠. 말끔하고 깔끔하게 처리됩니다.

하지만 제초제와 농약은 내가 없애고 싶은 풀만 또는 벌레만 죽이는 것이 아닙니다. 땅 속 미생물도 벌레의 천적도 함께 사라집니다. 풀은 없앨지 모르지만 병충해와 같은 다른 재앙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시간이 조금 흐르면 제초제에 대한 내성이 생겨 더 강한 것을 뿌려대야 합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제초제에 내성을 갖고 있는 풀은 420여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번째는 예초기나 화염방사기 등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물리적인 방법인 것이죠. 기계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풀을 베어나가거나 태워버립니다. 물론 이 방법은 화석연료를 사용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꽤나 효율적인 일입니다. 아니면 부직포와 같은 천이나 비닐로 땅을 덮어 풀이 자랄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버리기도 합니다. 이또한 화석연료의 사용을 기본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직접 손으로 풀을 뽑거나 잘라내는 방법입니다. 화석연료가 일반화 되지 않았던 예전엔 호미나 낫을 이용해 풀을 처리했을 겁니다. 저도 이런 방법으로 풀을 뽑거나 자르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아하!' 하고 깨우쳐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잡초라고 부르는 풀 하나하나에 왜 이름이 부쳐져 있는지를 말이죠. 풀 하나하나를 일일이 손으로 만져서 제초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풀의 특성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마 보릿고개 시절을 겪던 예전엔, 아니 훨씬 더 이전부터 이런 풀들을 솎아내며 먹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많았을 것입니다. 아무튼 풀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게 눈에 들어오면서 이들 각자에게 이름을 붙여줄 이유가 생겼을 테죠. 어떤 것은 작물에 이로운 작용을 할 수도 있고, 우리의 식탁에 오를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고, 그냥 뿌리까지 뽑아서 없애야 좋은 것도 있을 수 있었을테니까요. 즉 구분을 하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용도 하고 하려면, 그리고 그 지식을 서로가 공유하기 위해선 이름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그냥 잡초로 몽땅 불려져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죠.

 

지속가능한 농사를 위한 방법 중에 하나는 피복작물을 심는 것입니다. 흙을 맨 땅으로 두지않고 작물을 심어두어 토양에 유기물을 제공하는 것과 함께 땅이 침식되는 것을 막기도 합니다. 이런 피복작물로 다양한 풀들이 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흔히 우리가 말하는 잡초들도 흙을 살리는 주역이 될 수 있지않을까요. 그런 것이 가능할지 시험을 해봅니다. 잡초를 어느 정도 자라게 놔둔 후 예초를 해서 작물 근처에 덮어둡니다. 아마 최소 3~5년 정도 이 작업을 계속해 가면 토양에 유기물이 풍부해지고, 이 덕으로 땅심이 크게 자라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강아지풀, 개망초, 쇠뜨기, 제비꾳, 쑥, 민들레, 애기똥풀, 씀바귀...... 저마다의 이름을 가진 풀들을 오늘도 조금씩 조금씩 잘라내어 흙 위에 살포시 덮어줍니다. 무척 지난한 작업이긴 하지만 꼭 보답을 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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