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이것처럼 명확한 것은 없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하다.
왜 콩 심은데 팥이 나지는 않는걸까.
과학적 해답은 유전자일 것이다.
그런데 이 유전자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유전자가 절대적이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유전자라는 것도 발현이 되어야만 그 쓸모가 있는 것인데, 즉 콩 심은데 콩이 나야만 하는 것인데, 그 발현이라는 것이 굉장히 상대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유전자가 발현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야지만 비로소 유전자의 형질이 나타나는 것이다.
텃밭에 고추 모종을 심고, 그야말로 관리를 하지않고 내버려 두었다. 거름을 주지도 않았고, 벌레를 잡아 주지도 않았다. 아주 가끔 고추보다 키가 커버린 풀만 뽑아주고, 정말 2주간 비가 오지않아 말라죽을 것만 같았을 때 물을 주었다.
조금 매운 고추라는 유전적 특성을 지닌 품종을 심었는데, 고추를 따서 먹어보니 청량고추 저리가라 할 정도다. 물을 주지않다보니 껍질이 두껍고 맛은 매워진 것이다. 즉 재배환경을 맞추어주지 않으니, 자신의 품종 성격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고추로서의 기본적인 특징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요즘 딸내미가 커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서,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생겨나고 있다. 아직 이렇다 할 사교육은 한 번도 시킨적이 없다. 공부를 하라고 잔소리를 한 적도 없다. 다만 정리정돈과 씻는 것, 식탁 예절 정도에서 큰 소리가 나온다. 만약 도시에서 살았다면 옆집에서, 또는 친구들이 하고 있는 사교육에 불안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사교육들이 아이들의 유전적 잠재성을 드러내는 작용을 한다면 좋겠다. 하지만 솔직히 잠재성을 드러내는 사교육은 얼마나 될까. 그런 면에서 그냥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딸내미를 보며 불안해하지 않는 내 모습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정말 그럴까? ^^;).
다만 아이에게 다양한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만은 주고싶다. 그런 기회들 속에서 잠재된 능력이 꿈틀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듯하다. 고추가 그나마 제대로 크려면 풀을 뽑고 물을 주는 것과 함께 적절한 양분이 있어야 한다. 교육에 있어 다양한 경험들이 양분이 되어주지 않을까.그 이외엔 스스로 크는 것이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