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에서 키운 것이 아닌, 하늘을 보고 바람을 맞으며 비를 먹고 자란 수박과 참외를 키우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수박은 주가지를 쳐내고 아들가지, 그러니까 옆에서 나온 측지를 2~3개 키워서 그 중 하나에 17~19번째 마디에 달린 열매를 성장시켜야 한다. 그래야 큰 수박이 달린다. 하지만 집에서 먹자고 키운 것을 꼭 그렇게 크게 키울 필요가 있을 성 싶다. 그래도 한번쯤은 보통의 방식을 따라해보는 것도 수박의 생리를 알고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도전해보았다. 

하지만 제때 제때 쳐다보지 않으면 금방 그 시기를 놓치기 십상이다. 17번째 마디 전에 열린 수박들을 제거했는데, 어떤  것은 주먹만큼 컸는데도 눈에 잘 뜨이지 않는다. 10주를 심은 것 중 절반 정도는 보통의 방식대로, 나머지 절반은 그냥 되는데로 키워볼 심산이다.

 

참외는 더 어렵다. 주가지가 3~4마디일 때 성장점을 잘라주고, 아들가지가 5~6마디 쯤 됐을 때 또 성장점을 잘라, 손자 가지에서 맺힌 참외를 거두면 된다. 그런데 초반 참외가 무성해질 때까지 놔두는 바람에 무엇이 주가지고 아들가지인지 좀처럼 알지 못하게 되 버렸다. 

그래서 결단한 것이 일단 무조건  다 성장점을 쳐 버리는 것. 참외도 10개를 심었는데 2개는 너무 시원찮게 크고 있어 기대를 할 수 없고, 나머지 8개 중 4개는 순을 지르고, 나머지는 그냥 놔 둬 버리기로 했다.

 

아무튼 수박이나 참외를 보고 있자니, 도대체 누가 어떻게 저런 방식으로 키우면 크고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농사란 결국 사람의 손이 가는 것인데, 어디에 얼마만큼 손을 쓸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최대한 사람의 에너지를 아끼고 또한 작물에 투여하는 에너지를 아끼는 방향으로, 즉 자연의 힘(에너지)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를 찾아가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자연의 살아있는 힘이 필요하고, 그것은 땅 속 미생물을 비롯해 주위 온갖 환경이 함께 살아있어야 함을 의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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