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란 참 오묘하다.

지난해 풀을 뽑지 못해 허리춤까지 올라왔던 것을 벨 수도 없어서 그냥 눕혀놓은 덕분에 올해는 골 사이 풀이 많이 나지 않았다. 눕혀진 풀이 멀칭 역할을 한 것이다. 워낙 빳빳한 풀들이라 썩어서 퇴비가 되려면 2~3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지만 그 덕에 자연멀칭이 됐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래도 블루베리 주위에 난 풀들은 무럭무럭 자라 블루베리 나무 주위를 감싼다. 5월과 6월 사이 손으로 잘라주거나 뽑기를 세 번이나 했다. 중간중간 가문 시기엔 물도 주면서. 아무튼 풀이 적게 난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벌레도 많지 않았다. 물론 벌레도 손으로 잡아 짓눌러 죽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비료는 아예 주지도 않고 그나마 퇴비도 소량 준 탓에 나무가 빨리 성장하진 못하고 있지만,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듯하다. 그리고 비료는 물론, 농약, 제초제 한 방울 들어가지 않은 블루베리 밭에서 열매가 익어가는 모습을 보니 너무 뿌듯하다.

 올 해 처음으로 수확을 해보니 대충 작은 용기 3개 정도 분량은 나오는 듯하다. 크기도 굵고 당도도 괜찮다.

주위에 참새들이 워낙 많아 새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직까지 블루베리 맛을 보진 않았는지 큰 피해는 없다. 위의 사진 정도로 한 두 번 쪼아 먹은 흔적이 몇개 있을 뿐이다. 약을 안 친 밭이다 보니 먹을 벌레가 많아서일까.....

지난해 2년생 묘목을 심고 올 겨울을 나면서 7~8% 정도 얼어죽었지만, 나머지는 건강하게 자라 이렇게 달콤한 블루베리 열매를 주는 것이 기특하다. 앞으로 수확을 한 달 정도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계속 풀뽑기와 물 주기 등 관리만 잘 한다면 꽤 수량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내가 키운 블루베리. 더군다나 약 한 방울 가지 않은 것. 그냥 따서 바로 입으로 쏙 집어넣고 맛을 음미해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아참, 지난해 다섯 그루 정도 심었던 복분자는 한 그루만 살아남았지만 기특하게도 꽃을 피우고 열매까지 내준다. 

스스로 키워내고 맺어주는 자연의 힘을 고스란히 몸으로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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