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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야 놀자
강풀 지음 / 문학세계사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는 한편이지만 그것에 대한 글은 과장일련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만 100편, 일반인들의 평까지 가세한다면 몇만편은 될 것이다. 이처럼 영화에 대해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영화를 보게 만드는 매력일 것이다.
클래식이라고 말하는 고전음악이나, 발레와 같은 무용, 명화 등에 대해서는 왠지 자유롭게 말할 수 없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했다가는 낭패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또는 그것을 보고 나서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렇게 된 이유를 어렸을 적 우리가 한번도 또는 쉽게 그것들을 접하지 못했다는 것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핑계를 댈 수도 있겠다. 아무튼 문화에 대한 편향적 소비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각설하고, 이 책 <영화야 놀자>를 말해보겠다.
책의 제목이 이야기하고 있듯, 이 책은 영화비평서가 아니다. 영화와 놀고 있는 이야기다. 영화로부터 추억을 끄집어내고, 영화가 아니라 그 영화를 보았을때 영화관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이 나온다. 영화에 대한 별점이 새겨지는 것이 아니라, 별을 보고 추억이 떠오르듯 이야기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기에 더욱 친근한 이야기가 된다. 극장을 나오며 친구와 이야기를 하듯. 영화를 보게 된 사연도 너무도 솔직하다. 염정아의 가슴이 보고싶어 테러리스트를 보러갔다는 식으로 말이다. 아무튼 7080세대의 추억으로 인해 문화상품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 것처럼, 이 책 <영화야 놀자>는 소위 X세대라 불렸던 할리우드 키드들의 추억을 끄집어낸다.
무엇보다도 강풀의 이야기에 공감이 가는 부분은 폼으로 보면 어떠냐는 거다. 영웅본색에서 주윤발이 이쑤시개를 꼬나문 모습, 천녀유혼에서 왕조현이 날아다니는 모습, 와호장룡에서의 대나무 신 등등. 나도 그런 경우가 많았다. 이 한 장면 때문에 영화비가 전혀 아깝게 생각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그런 영화들이 많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이해를 하면 이야기가 통하는 것이고, 남들이 시큰둥해도 뭐 어쩔 수 없지만. 나에게 있어 그런 폼나는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에서 옥상 위에서 꺼져가는 생명으로 고개를 푹 숙인 로봇 위로 하얀 비둘기가 빗속을 뚫고 날아가는 모습, <쥬라기 공원>에서 처음으로 공룡들을 만나는 모습 등등.
영화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그래서 영화는 수만가지 이야기로 다시 태어난다. 그 이야기 중 하나인 강풀의 <영화야 놀자>는 말 그대로 영화와는 한바탕 놀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신나게 놀아야 이야기도 신날게 아닌가? 이 책 속에 나오는 강풀의 부모님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영화를 사랑할 수 있을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