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에서 <다큐 인> 이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발레리나, 한국무용에 빠지다>라는 타이틀로 방송된 2부작이었다.

한국 최고의 프리마 발레리나 김주원 (31세. 現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이 정동극장의 2007 ‘아트 프론티어’ 2번째 주자로 선정된 다음,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다. 그녀의 무대에 동참하는 사람 중의 하나는 동갑내기 한국무용가 이정윤.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인 정윤은 이번 공연에 안무가이자 무용가로 참여해 색다른 무대를 준비중이다. 다큐 인은 이 두명의 무용수들이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발레와 한국무용이라는 것은 선이 달랐다. 끊김과 이어짐의 모습도 천지차이다. 그 느낌도 다르다. 이런 차이를 서로가 극복해가는 과정이 잔잔한 감동을 주는 다큐였다. 특히 1차 최종연습이 끝나는 부분이 나오는 2부 첫 장면은 가슴이 뭉클했다. 둘의 갈등이 최고조로 달한 부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정윤의 까다로운 요구와 비평은 주원의 눈에 눈물을 맺게 했다. 그 눈물을 보는 순간 왠지모를 슬픔이 밀려왔다. 난 눈물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 드라마든 영화든 다큐든 눈물을 보게 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래서 왠만하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보지 않으려 한다. 현실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리면 도대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몰라 굳어버린다. 위로? 과연 위로가 가능하던가. 내가 눈물을 흘릴 때 누군가 옆에서 위로를 해주면 더 나았던가. 말없이 어깨를 두드려준다. 글쎄, 이것도 허물없는 사이였을 때나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냥 옆에 있어준다. 아~ 이건 또 얼마나 무안한 일이던가. 그래서 눈물은 참 어렵다. 흘리는 일도, 흘려지는 것을 보는 일도. 그래도 실컷 울면 나아진다는 것이 다행일 뿐이다. 그래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에겐 오직 해줄 수 있는 것은 실컷 울도록 그냥 놔두는 일이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이지만 그래도 참 당혹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주원의 눈물이 그친 후, 정윤이 혼자 남았을 때, 그의 발바닥이 보여졌다. 쩍하니 갈라진 발바닥. 난 그 고통을 안다. 그렇게 깊게 찢어진 피부를 간직했던 적이 여러번 있었다.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정윤의 발바닥은 그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물면 다시 찢어지고, 또 아물면 찢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들. 찢어질 것을 알면서도 다시 그 행동을 해야만 하는 열정.

주원의 눈물과 정윤의 발바닥은 프로가 무엇인지를 깨우쳐준다. 아니, 프로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열정이라고 말하는 것이 낫겠다. 열정이란 그런 것이다. 내가 뜨거운 사람이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온 몸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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