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모종을 이식하는 할머니들의 손이 바쁘다. 단조로운 작업에 힘을 북돋워주는 것은 수다다.
이래저래 떠다니던 수다는 어느덧 외국인 며느리들 이야기로 접어들었다.
"저 아래 집에 러시아 며느리가 새로 들어왔다며? 그런데 밥도 할 줄 모른다네~"
"뭐, 밥하는 거야 배우면 되지. 애나 잘 낳으면 되는거여"
"그래도 살림은 해야지. 저기 ㅇ ㅇ 네 베트남 며느리는 손이 야무지던데."
"뭐니뭐니해도 돈 잘 벌어오면 최고 아니여?"
할머니들에게 외국인 며느리는 더이상 신기한 일이 아니다. 또 며느리의 덕목에 대한 관점도 당신들의 삶의 경험에 비추어 다양해졌다. 다문화가족은 전체 가구중 1.6% 정도 차지한다고 한다. 현재 결혼의 10%, 출생아의 5.1% 정도가 다문화가정이라는 통계치가 있다.
실제 딸내미의 친구들 중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다문화가족의 아이이다. 물론 학급의 절반 가량이 다문화가족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 많은 편이기는 하다. 베트남, 필리핀, 중국, 일본 등 국적도 다양하다. 거의 대부분 어머니쪽이다. 아이들과 학교간 또는 학원 선생님간의 소통에 어려움이 조금 있다. 주위에서 아주 작은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다. 할머니들이 외국인 며느리들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것처럼 다문화가족 또한 우리에게 스스럼없이 받아들여질 날이 올 것이다. 그 과정엔 할머니와 같은 넉넉한 품이 필요하다. 두 팔을 벌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