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然이란 스스로 그러함이다. 농사는 이 <그러한> 것 중 인간에게 이용될만 한 것을 선택해 그 성질을 극대화하는 작업이라 생각된다. 지금까지 이 작업을 위해 인간은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왔다. 너무나 힘이 들어가는 일이다보니 점차 그 힘에 기계와 화석연료가 많이 쓰이게 되었고 이젠 <스마트>한 것들이 추가되고 있다.
그런데 <스스로>의 성질을 이용해 그러함을 얻을순 없었을까. 즉 외부 에너지의 투입을 최소화하고 자연이 갖고 있는 변화의 힘을 이용한 농사란 불가능힐 것일까.
지속가능함을 생각한다면 이런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바람과 햇빛, 물, 풀 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땅이 생명의 힘을 키우는 힘을 활용하는 것이며, 생태계를 구성하고자 하는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심었던 나무들은 그야말로 풀과함께 자랐다. 퇴비를 비롯해 비료, 살충제, 살균제 등등 아무것도 투입되지 않았다. 방치에 가까윘다. 몸이 아픈탓에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스스로의 힘을 <이용>하지 못하고 스스로 그러하게 버려둔 셈이다. 그러다 보니 나무들의 성장이 더디다. 올해는 스스로의 힘을 갖추도록 살짝살짝 힘을 쓸 계획이다. 그 첫번째는 퇴비다. 흙이 힘을 가질때까진 (예상으론 3~5년 정도) 퇴비를 조금 넣어줄 것이다. 흙이 살아나는동안 퇴비 조차 넣지 않아도 건강하게 잘 자랄수 있도록 환경을 디자인하고 만들어갈 생각이다.
일명 머리로 농사짓기다. 게으르고자 하는 얼치기 농부의 꿈이다. 그나저나 비야 쏟아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