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SKY 캐슬>을 다 보았다. 본방송일 때 1편을 보던 중 채널을 돌려버린 나의 안목을 반성하며, 정주행을 시도했다. 역시나 1편이 문제였다. 도중에 그만볼까? 하는 유혹이 또다시 일었다. 아무래도 나와는 거리가 너무 먼 이야기였다. 설정 자체가 너무 과장됐다고 생각했기에, 배우들의 연기도 왠지 과장돼 보였다. 그럼에도 열풍의 근원지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은 욕구가 더 컸기에 더 지켜보기로 했다. 1편을 무사히 넘기니 2편부터는 몰입의 정도가 강해졌다. 설정을 인정하고 나니 이야기의 재미가 보였다.

대학입시에 모든 걸 걸어야하는 우리 교육의 문제를 통렬히 비판하고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숙명이라 할 수 있는 해피엔딩은 그 비판의 칼날을 다소 무디게 만들었다. 교육의 문제는 우리나라 전체 시스템의 문제임이 확실하다. 그럼에도 드라마에서는 혜나의 죽음으로 등장인물들의 인식이 바뀜으로 인해 문제가 해결된다. 그래서일까. 드라마가 끝나고 우리 교육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주인공들의 이미지를 이용한 광고가 많아졌다.

우리 사회는 피라미드가 더욱 굳건해지고, 피라미드를 오르내리는 통로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나마 그 작은 통로는 대학의 서열로 그 진입이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분명 이 피라미드 형태의 사회를 항아리든 다이아몬드이든 다른 형태로 변화시키고 싶다는 근원적인 열망에의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서고 싶다는 열망 속에 갇혀 있기 일쑤다. 차민혁 교수는 우리 도처에서 지켜볼 수 있는 욕망의 상징이다.

경쟁은 분명 문명의 발전을 가져온 밑거름이지만, 공생하지 못하는 경쟁은 파멸을 불러올 것이다. 지금까지는 피라미드 꼭대기라는 유혹으로 경쟁의 그림자를 가려왔지만, 언젠가는 그 그림자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다. 꼭대기가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장벽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곳을 향한 욕망도 커지지만 그것을 무너뜨리고자 하는 욕망 또한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견주는 일은 불가능한 일일까. 우리는 스스로 피라미드 속으로 걸어가기 보다는 피라미드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길을 걸을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주가 나선 길이 바로 질문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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