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선 마무리 투수가 있다. 선발투수가 실점을 많이 주지않는다면 최소 5이닝 이상을 던지는 것과는 달리 보통 1이닝 정도를 던진다. 경기 상황에 따라 2~3이닝을 던지거나 1타자만을 상대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공 10여개, 많으면 20여개 정도를 던지는 마무리 투수가 제 역할을 해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보통 위기상황에서 등판을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타자들은 경기 내내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마무리 투수는 이제 갓 마운드에 올라가 있기에 집중력의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어찌됐든 마무리 투수가 경기를 끝내지 못하고 불을 더 질러버리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그래서 1년 내내 지속적으로 마무리 투수 1명을 믿고서 승리를 책임지는 팀은 생각보다 적다.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마무리 투수가 올라와 불을 질러버린 꼴이다. 도대체 유진우가 왜 버그인지, 진짜 버그인 마르코는 어떻게 됐는지 알 수가 없다. 마치 마무리투 수가 올라와서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고 볼 넷으로 계속 주자를 불려나가는 꼴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세상을 바꾸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믿음"이라는 뜬금없는 자막은 결국 상대팀에게 홈런을 맞고 역전을 허용한 참패다. 모든 실수를 덮으려는 회심의 한 방 이었을테지만 오히려 스스로 무너지는 실투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깔끔함 마무리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소문난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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