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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평점 :
소설을 읽은 것은 몇 주 전인데 이제서야 자판을 두드린다. 붕어에 가까운 기억력으로 8편의 단편 내용을 떠올려보려 하지만 쉽게 생각나진 않는다. 나쁜 소설과 국기게양대 로망스, 수인 정도가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는 정도다. 어쨋든 소설이 꽤 재미있는 반전으로 끝을 낸다는 공통점이 있어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무엇보다도 강렬하게 인상을 남긴 3편을 포함해 대부분의 소설들이 웃음 뒤에, 나와 내 주변을 힐끗 돌아보게 만든다는 묘미도 있다. 내가 처한 위치, 또는 목적이 흐지부지되고 주위 환경에 동화되거나 또는 차라리 오해가 나은 착각이나 속내를 비쳐보일 수 없는 아부 등이 소설을 전반적으로 채색하고 있다. (게양대 국기를 훔쳐 생계를 유지하는데 게양대를 사랑하는 사람과 만난다. 소설만 읽어주겠다면서 결국엔 응큼한 행동을 한다. 거짓말의 냄새를 맡다가 어느새 거짓말을 풍긴다 등등)
정말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지다.
그냥 날 내버려두세요 할 수 없는 사회적 동물, 인간.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뜻의 인간. 나의 정체성은 타인과의 관계로 형성된다는 인간. 이러니 내 이럴수밖에.
소설 속 등장인물의 갈팡질팡함이 꼭 내 마음 속을 닮아 애잔하면서도 부끄러운 웃음을 흘린다. 제발 내 무덤앞 비명엔 갈팡질팡하다 이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어쩌랴 갈팡질팡하는 것이 숙명에 가까운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