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山이 낫다
남난희 지음 / 학고재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히말라야 강가푸르나 봉은 7455미터다. 남난희는 1986년 여성으로는 세계 최초로 이 봉우리를 올랐다. 84년 76일간의 백두대간 단독 종주로 유명해진 이름이 더욱 알려지게 됐다. 하지만 정작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에는 오르지 못했다. 93년 여성으로 꾸려진 원정대의 이름에서 그녀의 이름은 빠져있었다. 그 사연은 복잡하다. 어쨌든 당연하게 여겨졌던 원정이 무산되고, 어찌보면 산악인들로부터 왕따를 당한 신세가 됐을 때, 느닷없이 한 남자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 남자와 결혼. 남자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지리산으로 가자고 했다. 그래서 내려간 지리산. 아이도 가졌다. 기범이.

그런데 남편은 산사진을 찍는다고 산으로만 돌아다녔다. 생활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결국 출가까지 했다. 남난희는 기범이와 단 둘이서 생활을 해야 했다. 이 책은 그 생활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은 하동의 쌍계사 자락에 살면서 메주를 쑤고 된장을 담그며 산다. 그녀의 얼굴은 행복으로 가득차 있다. 책의 표지사진처럼.

겁도 없이 한겨울에 백두대간에 들어갔던 용기로 시골에서 아들과 함께 살아온 것일까. 산은 그에게 아픔도 주고 사랑도 줬다. 슬픔도 주고 행복도 줬다. 산 속에 풀벌레가 울고, 새들이 노래하고, 야생화가 피고, 나무가 열매를 맺고, 다람쥐가 폴짝거리고, 멧돼지가 뛰어다니며, 새싹이 돋아나듯, 남난희도 인생에 있어 넉넉한 품을 갖게 됐다. 삶은 비울수록 행복하다는 것을 책을 통해 보여준다. 이제는 아무 걱정 없다는듯.

그녀의 삶이 오늘의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뭘 움켜쥐려고 쉬지도 못하고 살아가는지 반성하게끔 한다. 행복은 손에 가득할 때 오는 것인지, 빈 손일때 오는 것인지 내 손을 살며시 들여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