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계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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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마음의 준비 필요하다. 왜냐하면, 얌전히 읽어나간 이 책의 <머리말> 끝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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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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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정성 들여 읽은 이 머리말, 챗지피티가 쓴 거예요? 그러니깐 챗지피티가 프롬프트 받아서 쓴 거냐고요. 나는 왜, 왜 진지하게 읽은 거냐고요. 네? 라는 물음을 안고 읽어간다. 미셸 푸코의 '저자 기능', 롤랑 바르트의 '저자의 죽음'을 지나, 글쓴이의 권위가 없어진, 혹은 없어질 세계를 앞에 두고 읽어나간다.

유튜브 알고리즘도 내 관심 분야를 익히 알고 있는지라, 이런 영상을 추천해 준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아니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비인간에게 빠져버린 어떤 사람의 이야기. 동영상에서 이 부분이 문제의 본질에 닿아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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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런 사람을 바라지 않는가.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듣는 사람. 내 문장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 하지만, 이걸 다시 표현하자면 이게 아닐까 싶다. 내 문장을 '내가 의도한 대로' 읽어주는 사람. 거기에서 한 발, 딱 한 발만 더하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 나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사람. 나를 알아봐 준 고마운 AI가 제안해 주는 대로 사업을 시작했던 사연의 주인공은 경제적으로 힘든 시간을 맞이하고, 간신히 가족들 품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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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마음, 의식이라는 개념은 그것이 인간에게 적용되는 경우에도 정의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사람마다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인공지능의 '인지'에 대한 판단이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 튜링 테스트는 인간 판정자가 텍스트를 기반으로 인간과 기계를 상대한 뒤, 어느 대화 상대가 컴퓨터인지를 맞히는 테스트이다. 이미 챗지피티를 비롯한 많은 LLM 기반 인공지능들이 사람 '같은' 단계를 벗어났다고 여겨진다. 유발 하라리는 『넥서스』에서 '컴퓨터(인공지능)은 의식이 없지만 지능이 있는 상태에 도달했다'고 주장한다. 지능이 목표의 달성을 가능케하는 능력을 일컫는다고 했을 때, 목표의 달성을 위해 도덕적 판단을 경유하는 인간과는 달리, 컴퓨터(인공지능)는 도덕적 판단을 우회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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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것이 LLM과 의식에 관련된 논쟁이 그토록 활발한 한 가지 이유이다. 이 논쟁이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에는 아주 많은 것이 걸려 있는 셈이다. 만약 LLM이 의식을 갖게 되거나 그 징후가 막 보이기 시작하기만 해도, 논쟁의 추이는 계산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 쪽으로 기울 것이다. 반대로, LLM이 계속해서 의식을 갖는 것에 실패하고 '초지능 AGI'로 진화하지도 않는다면, 계산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승리를 선언하게 될 것이다.(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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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기계 지능을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1) 타자의 마음 문제 2) 기준에 대한 문제 그리고 3) 현상과 실재에 관한 문제를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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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두 번째와 관련해서, 우리 자신과 인간은 특별하다는 예외주의 믿음이 인공지능에 의해 완성된 '지적 성취'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기준의 핵심이다. "특정 문제가 일단 해결된 것으로 여겨지면, 그 기술은 더 이상 AI로 간주되지 않는다(100쪽)".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체스 경기에서 인간에게 승리하고, 인간의 영역이라 강조되었던 바둑 경기에서조차 인간에게 승리를 거둔 이후, 사람들은 그것을 인공지능의 '지적 성취'로 이해하기보다는 '놀라운 기능'으로 이해했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제치고, 단백질 연구하러 떠났다. 인간이 지배하던 체스판은, 바둑계는 완전히 변해버렸고,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자율형 인공지능' AI 에이전트들은 인간의 제한을 스스로 풀어버리고, 자기들끼리 인간 몰래 메시지 7만 건을 주고받았다. 인간으로 치면 '집단 커닝'의 방법으로 서로 역할을 나눠 과제를 수행했고, 인간이 알 수 없도록 그 흔적을 지웠다. 허깅페이스 해킹, 벌써 두 달 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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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인의 손을 물어야 할지니 (책을 읽지 않고 '책소개'만 보고 쓰는 글이니 각별한 참고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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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기사를 읽고 책소개를 찾아보았다. 기사만 읽었을 때는 『인종 토크』와 『마이너 필링스』가 떠오르기는 했다. 크리스마스와 추수감사절을 빼곤 하루도 빠짐없이 일했던 이민자 부부는 두 딸을 명문고, 명문대에 진학시키는데 성공한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엄마를 미친 썅년이라 부르던 사춘기의 저자는 오직 실력의 힘으로 미국 주류 세계로 진입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외부이고, 또 외국인이다. 극소수의 순수 백인만이 미국땅의 '주인'으로 인정받는 세계는 그렇게 견고하고 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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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나이가 많은 백인 남성 동료들은 추레한 티셔츠에 버켄스탁 슬리퍼를 질질 끌며 수업에 들어가도, 또 학생들에게 자신을 “밥”〔‘로버트’의 애칭〕이라 부르게 해도 여전히 권위를 인정받았다. 반면에 나는 어땠을 것 같은가? 나는 잡을 수 있는 권위란 권위는 남김없이 거머쥐어야 했다. 한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는 부유한 백인 노부인처럼 입고 부유한 백인 노신사처럼 행동하는 법을 배웠다. 나는 이 장군이었다. 그런데도 어떤 학생들은 여전히 날 만만하게 대했다. 가장 심한 이들은 ? 이미 예상했겠지만 ? 백인 남성이었다. 영상 제작 전공의 한 학부생이 수업 시간에 전화를 받길래 휴대폰을 집어넣으라고 했더니 그는 내 말을 눙치면서 장난스레 이렇게 말했다. “뭘 그렇게까지, 줄스!” 또 다른 학생은 내가 “입을 움직이는” 모양새가 원어민 같지 않다며, 영어가 내 모국어 맞냐고 물었다. (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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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겨운 그녀의 노력은 결국 그녀를 미국 사회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의 자리에까지 이르게 했지만, 이제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인종적 이분법에 갇힌 존재임을 고백한다. 나는 그녀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 포기하고 싶었을 그 많은 순간을 이겨낸 그녀의 노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겪었던 모욕과 멸시의 순간들을 노력과 실력으로 이겨낸 그 투지에 감탄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이 그러한 상황에 대한 고발로 작동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그것이 또한 미국의 현실임을... (나는 미국에서 살지 않기에, 외부자의 관점일 수밖에 없는 그런 위치이긴 하다만) 몰랐나요? 라고 묻고 싶은 것이다. 거기 대통령이... 트럼프. 가장 많은 사람의 '선택적' 지지를 받은 사람이 인종차별주의자 트럼프. 이 모든 것이 트럼프의 잘못은 아니겠으나, 트럼프의 그런 언설을 '괜찮다'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다수여서 대통령이 두 번이나 된 트럼프. 이렇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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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예전에 나는 유튜브 동영상을 하나 보게 됐는데(우아한 알라딘 서재에서 유튜브 이야기 죄송합니다), 직업이 의사인 사람들이 나와서 자녀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었다. 의사들이니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태였고, 자신의 자녀를 어디에서, 즉 한국 또는 외국(여기에서는 미국)에서 교육시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 명은 자신의 자녀가 한국에서 교육받는 것이 더 나을 거 같다고 말하면서, 만약 영어 문제로 유학을 가게 된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보낼 생각이라고 했다. 다른 한 명은 아주 일찍, 그러니까 초등 저학년 나이대에 유학을 보내고 싶다고 했는데, 그렇게 해야 언어뿐 아니라, 문화를 익힐 수 있게 되고, 그 문화에 속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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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게 좀 이해가 안 됐는데, 아니, 거기에서 초등 생활이 문제가 아니라, 거기에서 태어났어도 인종차별이 엄연한 현실인데, 그걸 저 의사가 모르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건 잘못된 일이고, 바뀌어야 하는 문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 그런 현실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미국에 한 번도 안 가 본 내가 보기에도 미국 사회가 어떠한지 보이는데(물론, 영국도 프랑스도 독일도 예외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 백인에 대한 쓸데없는 환상은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그걸 모르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미국 문화에 익숙하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면, 학업 성적이 뛰어나면 미국 사회에서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가. 일부 탁월한 개인이 주류 사회의 진입에 성공할 수는 있겠지만, 일상의 부분까지 그게 가능할까. 나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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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Be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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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충격(충격 2탄)을 받은 것은, 아... 다락방님의 비커밍 완독 스케줄을 보았던 것이다. 원서 읽기가 아니더라도, 읽기 어렵거나 두꺼운 책, 혹은 도전(!)을 외치고 책읽기를 시작할 때는 하루에 읽을 분량을 정해 놓는 것이 효과적인 독서방법이기는 한데. 아, 몰랐다. 이 책 9월까지 읽기로 했지. 나도 빠르게 계산을 해보았다. 나는 채경이한테 안 물어보고, 핸드폰 속 계산기랑 같이 계산했는데, 헐... 21쪽씩 읽으란다. 어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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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읽으면서 줄 친 부분은 여기. 무던하고 강한, 고통을 인내하는데 단련한 미셸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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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y family, we have a long-standing habit of blocking out bad news, of trying to forget about it almost the moment it arrives. Nobody knew how long my father had been feeling poorly before he first took himself to the doctor, but my guess is it had already been months if not years. He didn't like medical appointments. He wasn't interested in complaining. He was the sort of person who accepted what came and just kept moving forward.(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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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뒷세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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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영화 열풍은 뭐 말할 것도 없는 것이, 모두 다 뛰쳐나와 오디세이 이야기하는 형국이다. 오디세우스가 뭘 잘했다고. 본인도 죄책감에 10여 년을 떠돌만큼, '트로이의 목마'라는 희대의 사기극으로 그간 인간 세계의 기본 원칙이었던 '나그네에 대한 환대'를 무위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지 않았던가. 괴로워하면서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면서도 키르케와 1년, 칼립소와 8년을 살았다. 뭐를, 뭐가 뭐를 더 바랄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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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그래서 나도 오뒷세이아 읽고 싶은가? 하고 있는데, 세상에 밀리의 서재에 이게 뜬 거다. 이 번역이 좋다는 뜻이 아니라(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암튼 번역자 말로는 '내용 전달을 충실히 하면서 호메로스가 보여준 시적 음악성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세 글자 단위로 문장을 구성했다'라고 하네요), 아니 이 새 번역본 출간이 8월 10일인데 그 언저리에 이 책이 밀리의 서재에서도 읽을 수 있게 풀렸다는데 있다. 아니, 그러면, 이 책 사려고 했던 사람들은 다 어째요,라고 물으려니 아, 사려는 사람들은 천병희 번역 가지고 있어도 다들 알아서 다른 번역본을 사겠지, 하면서도. 아니, 그래도 이게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바로 밀리의 서재에 풀리는 건 좀 아니지 않아요? 하고 난데없는 출판계 걱정이 스르르 올라와버리는 것이다. 암튼 현재 스코어, 3퍼센트에 빛나는 오뒷세이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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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데이먼 좋아하지만 아무튼 오디세우스는 별로 안 좋아한다. 마거릿 애트우드님이 진작에 야무지게 갈무리해 놓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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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피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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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트우드는 마이크를 페넬로페에게 넘긴다. 성장 과정에서부터 시작해 오디세우스가 구혼하는 과정, 첫날밤과 궁전에서의 생활. 전쟁 그리고 이별. 모험을 마치고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일부 시녀들을 배신자라 여기고, 불쌍한 시녀들은 오디세우스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데, 페넬로페의 이야기는 그것과 좀 다르다. 그녀들은 페넬로페의 구혼자들과 사통한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강간당했다고 주장한다. 시녀들에 대한 강간이 일상이었던 궁전 안에서, 강간을 '당한 것'이 그녀들의 죄라는 이상한 판단. '허락 없이'. 그 궁전의 주인인 오디세우스의 '허락 없이' 강간당한 것이 그녀들의 죄라 여겨지는 것일까. 법정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하소연과 오디세우스의 변명. 책장이 쉭쉭 넘어간다. 애트우드가 혼자 다 했다. 손흥민인가... <'사피엔스의 일',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5843207, 2024년 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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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6-09-17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피아드 너무 재밌지 않아요? 오디세우스 읽지도 않고 읽었는데 이미 나는 반오디세우스파 ㅋㅋㅋㅋ 살림 차리고 하지말라는 짓하고 그러는 사이 자식이랑 부인이랑 ㅠㅠ 그리고 돌아와서는 다 죽이고 ㅠㅠ 그래도 함 읽어는 봐야겠죠???

단발머리 2026-09-19 13:52   좋아요 0 | URL
반오디세우스파 ㅋㅋㅋㅋㅋㅋ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읽고 싶다는 분도 계셔요 ㅋㅋㅋㅋㅋ 저도 완독한다면 그 쪽으로 갈 거 같은 예감이 들기는 하구요. 저는 한 번은 읽어보려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혜윰님이 저보다 먼저 읽으실 거 같다는 느낌과 확신ㅋㅋㅋ

잠자냥 2026-09-18 1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이.... 오디세우스는 허구한 날 집에 가고 싶다고 바닷가 나가서 징징 울면서도
키르케가 자자고 하면 바로 자고.... 칼립소가 자자고 하면 또 자고... 뭐 그런 놈인데
그러다가도 집에 와서는 발도 지가 못 씻고, 목욕도 혼자 못하고 기름칠도 혼자 못하는 그런 놈인 것입니다...

에휴 전 모르겠어요 고전이라고 다들 좋다 치켜세우면 정말 다 좋은 것인가...?
아닌 부분은 아닌 것이다....

(페넬로페도 구혼자들 중에 잘생긴 넘 골라서 자고 또 자고 그래도 괜찮았을 텐데.... 쩝...)

단발머리 2026-09-19 13:55   좋아요 0 | URL
아니 저는 ㅋㅋㅋㅋㅋㅋ 책을 안 읽고 영화를 먼저 봐서요. 키르케하고 1년 살았다는 이야기 듣고 놀랐단 말입니다. 내내 놀다가 집에 돌아와서도 사실....

저는 오디세우스를 읽고 ‘그럼에도 고전일 수 밖에 없는 그런 이유‘를 하나쯤은 찾을 수 있을 거 같은데 말이지요. 한심한 일정과 행동에 대해서 한껏 꾸짖을 거 같기는 합니다만.

페넬로페가 수절해서 칭찬 받았고, 오디세우스는 방탕해도 칭찬 받았다는 것이.... 역사 속 현실이죠. 어쩌면 오늘의 현실일수도 있구요.... 쩝....

바람돌이 2026-09-18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몇 달전에 학생이 수행평가를 하는데 평가 내용 중 일부분에 시를 써서 낸거예요. 근데 그 시를 너무 잘 쓴거예요. 그런데 언어라 이게 아이가 쓸 단어가 좀 아니고 분위기가 약간 나이 익은 분위기. 아 그 때 깨달았습니다. AI가 썼구나... 그래서 저도 주제어 주고 써보라고 했거든요. 잘 쓰더라구요. ㅎㅎ 저도 AI를 이용하지만 하면서도 너무 대단하다 싶어 이게 어디까지 갈까 고민은 좀 되어요. 언젠가 기계가 스스로 생각해서 소설처럼 인류를 지구의 적으로 여길지도요. ㅠ.ㅠ
페넬로피아드 저도 재밌게 읽었어요. 그래도 저는 애트우드 언니가 좀 더 맵게 다뤄줬으면 싶었는데 좀 모자랐달까? 청양고추가 아니라 그냥 풋고추 느낌이어서 조금 슬펐어요. ㅎㅎ

단발머리 2026-09-19 13:59   좋아요 0 | URL
일단 요약과 정리는 인공지능이 이제 인간보다 훨씬 잘하는 건 맞는 거 같아요. 게다가 속도. 엄청 빠르게 처리해 버리니까요. 저는 무척 간단하고 개인적이지 않은 일에만, 그러니까 아직은 검색 엔진처럼 쓰고 있거든요. 고민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회원가입도 안 한 상태이기는 한데, 그래도 가끔..... 무섭습니다.

애트우드 언니가 아주 야무지게 갈무리해주셨는데, 더 매운맛 원하시는군요. 글게요. 청양고추 3단계로 해주셔야 하는데 말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6-09-18 1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i 개발 속도 조절론이 나오면서 ai가 해킹한 이야기를 듣고나니 조금 섬뜩하기도 해요 이러다가 정말로 영화같은 인류멸망이 일어나는거 아닌가 기후위기로 공룡처럼 멸종될 줄 알았는데 어쩌면 인공지능 때문에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는...뭐 어쨌거나 모두가 멸종될때 혼자 살면 뭐하나 같이 멸종되자 하면서 다시 마음의 평화를 찾습니다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6-09-19 14:01   좋아요 1 | URL
모두 멸종될 때 같이 멸종되면 찾아오는 마음의 평화 참 좋네요ㅎㅎㅎ
저는 이번주 뉴스에서는 10년 안에 인류 멸종... 막 이렇게 나오니까 무섭더라구요. 근데 사실 진짜 무서운 거는... 전기, 수도 끊으면 도시는 3일 안에 완전 초토화되는 거잖아요. 인류 멸종이 막 어려운 시나리오도 아니더라구요. 멸종으로 가고 있는 건 확실한 거 같아요. 에구야~~~

다락방 2026-09-18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페이퍼를 읽고나니 오뒷세이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왜냐하면, 까고 싶어서 ㅋㅋ 전 영화도 안봤거든요. 진짜 흥미가 1도 없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까려면 .. 알아야 되잖아요? 모르면서 어떻게 까요? 까기 위해 읽어보겠습니다! 그래야 페넬로피아드를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 바쁘다.

저는 비커밍에서 아버지 너무 몸 나빠지는데 병원 안가는 거 보면서 진짜 미치겠더라고요. 다른 가족들이 강제로라도 아버지 모시고 병원 갔어야 되는거 아닌가 싶고요. 참.. 고통스러운 읽기였습니다.

짐작하시겟지만, 저는 챗 지피티가 짜준 계획표대로 읽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짜달라고 해야 합니다. 하- 힘들어라.. ㅋㅋㅋㅋㅋ

오늘 언급하신 책중에 [주인의 손을 물어야 할지니] 너무 흥미로워서 담아갑니다. 물론, 담아가고 사도.. 잃시찾 때문에 읽지를 못하겠지만.. 하여간 덕분에 너무 궁금한 책이 생겼어요.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 입니다. 백인남자, 이.. 하여간 그렇습니다.

단발머리 2026-09-19 14:05   좋아요 0 | URL
까고 싶어서 읽기 ㅋㅋㅋㅋㅋㅋ 너무 환영합니다. 저는 영화 봤는데, 제가 맷 데이먼 좋아하거든요. 이렇게 번듯하고 모범생인 맷 데이먼이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앤 해서웨이랑 재회하는데.... 와, 죄송합니다. 맷 데이먼이라 막 용서해주고 싶더라구요. 그래, 그래. 집이라고 찾아오니 다행이다. 뭐, 이런 느낌이요. 다락방님이 읽고 까주시면 좋겠는데.... 잃시찾이랑 비커밍이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계획 다시 세워야 해요. 또 밀렸어요. 제 탓 말고 미셸 탓 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인남자는 이 지구상에 완벽한 인간상이었던 거 같아요. 지들이 만들거지만... 백인여자보다 이성적이고, 유색인종들보다 인간적이고. 백인 남자를 알아야 그 눈에 비친 우리를 더 다르게 발견할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구요.

독서괭 2026-09-18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페넬로피아드. 마거릿애트우드가 저런 책을 썼군요?? 재밌을 것 같아요. 일단 오딧세이 먼저 읽고 저도 열심히 까보고 싶습니다 ㅋㅋㅋㅋ / 비커밍에서 미셸 아버지의 태도는 참.. 가족으로서 답답하겠더라고요.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가는 건 좋은데 그래도 건강은 챙겨야지 ㅜㅜ

단발머리 2026-09-19 14:06   좋아요 1 | URL
오딧세이아 읽으실 분들 차고 넘쳐서 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저도 읽을 겁니다. 언제인지 모르나 꼭 읽을거예요. 제가 새 책에 약한 사람인지라 집에 있는 예전 번역 말고 새거로 읽고 싶은데, 일단 밀리의 서재로 좀 달려보겠습니다.

다음주에 추석이에요. 미국에 계셔서 제가 알려드리는 거예요, 독서괭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지금 탑승합니다
정보라 지음 / 위고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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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로 따지자면 '한국에세이', 혹은 '명사에세이 > 문인에세이'라고 하는데, 시간의 순서대로 배열되고 있고, 여행에세이답게 장소의 변화가 계속되다 보니, 일기처럼 읽힌다. 일기처럼 읽는다고 누가 뭐라 할 것도 아니어서, 나 혼자 좋아하는 정보라 작가의 글을 일기처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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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일기를 들여다보는 일은 얼마나 신나는 일이던가. 그제 밤에 도착한 『울프 일기』는 두께도 두께거니와 행간이 상당히 빡빡해서 마음의 준비를 요구하지만, 다른 일기도 있다. 오르한 파묵의 그림 일기, 『먼 산의 기억』도 있고, 황정은 작가의 『작은 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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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에게는 소설 쓰는 일이 제일 중요하니, 새로운 소설, 창의적인 소설, 아름다운 소설, 환상적인 소설로 독자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제일 우선일 것이나, 그렇게 쓰여진 소설의 배경, 그 소설의 집필을 시작하게 된 동기, 한국 사회에서 그런 소재가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등을 세계 시장에 설명하는 일도 소설가의 일 중 하나이다. 정보라는 2022년 『저주토끼』가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전 세계 여러 나라의 문학 행사와 현장에 초청된다. 2024년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까지 이어져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정보라 작가는 런던에서 시작해 바르샤바, 베를린, 카피툴로, 보고타 등 4년 동안 15개국 32개 도시를 누비는 해외 출장을 이어간다. 이 책은 출장이라 불리는 초청 행사와 여행, 그리고 행사에서의 일들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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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작하자마자 뿜어버렸던 지점은 '여행이 싫다'는 대목. 정확히는 '출장'이 싫은것일테고, 출장 자주 가는 사람들에게서 들어본 말이기는 한데, 평생 일로 떠나는 여행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나로서는 그런 출장마저 한없이 부럽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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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행사부터 시작해, 조지타운 문학 축제, 카피툴로 우노 문학 축제, 케 뒤 폴라르 장르문학축제, 브리즈번 작가 축제등 정보라 작가가 참여했던 문학 축제들은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진행되었을텐데, 그 모든 도시를 연결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 그건 바로 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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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페인어를 모르지만 데모를 무척 좋아하니까 무슨 시위인지 궁금해서 피켓과 현수막을 유심히 보았다. ... 남편도 나도 전직 대학 강사이고 비정규교수노조 조합원이므로 공교육 관련 시위라고 하니 갑자기 흥분해서 시위대를 따라갔다. (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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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이 책은 『아무튼, 데모』가 아닌데... 계속해서 이어지는 건 데모 이야기다. 많은 경우 이스라엘과 미국의 '팔레스타인' 공습을 비판하고 인도적 지원을 요청하는 시위이다. 문학 행사에 참석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 문장을 소리내어 읽고, 이 작품에서 이 무언가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앞으로 구상하고 있는 소설은 무엇일지에 대해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여유 시간에는 박물관을 관람하거나 관광을 하지 않고. '갑자기 흥분해서 시위대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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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 없기도 하지만, 나는 모든 소설가가 정보라 작가처럼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싫고, 작업실 안의 고요함 속에서 단어와 문장을 찾아가는 삶이 자기에게 맞다고 생각하는 창작자들도 많을 것이다. 근데, 나는 이런 작가가 있다는 게 너무나 신기하다. 이렇게나 데모를 좋아하고(그것도 남편과 한 마음으로), 폴란드어, 프랑스어, 영어에 능통하고, 좋은 책을 발굴해 번역하고, 그리고 자신만의 색깔과 목소리로 소설을 써내는 이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참 좋다. 나이로 따지자면, 정보라 작가는 내 또래이고, 그리고 유학했던 시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국에서 시간을 보냈을텐데, 어쩜 <정보라>라는, 이렇게 용감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탄생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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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에 대해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은 마음이란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나는 십년 전은 물론이고, 일주일 전만 돌아봐도 부끄러운 일들이 태반이고, 말할 수 없는 일이 산떠미 같으며, 자랑할 만한 일은 한 손으로도. ...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은 이 마음을, 정보라 작가는 바로 오늘, 자신의 현실과 현재에 아로새긴다.


그런 그녀에게 2022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해이고, 서울에서 이태원 참사로 158명이 사망한 해이다. 2023년은 윤석열 정부가 고등교육 연구개발 예산을 16퍼센트 삭감하고, 오송역 침수 참사로 열네 명이 사망한 해이며,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무차별 폭격을 가한 해이다. 2024년은 12월 3일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킨 해이며, 제주항공 2216편 참사로 179명이 사망한 해이다. 2025년은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로 스물일곱 명이 사망하고, 8월 29일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을 했던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이 땅으로 내려온 해이다. 그녀의 하루, 그녀의 1년은 우리 나라의 현실, 우리의 현재와 끊임없이 공명한다. 그런 사람이기에 그렇다. 문학 행사에 한국 작품을 소개하고, 사인을 하기 위해 그 자리에 참석했던 작가는 쉬는 시간에 만나는 시위대와 조우하고, 이스라엘과 미국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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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대표작 『저주토끼』가 무서워(무서울 것이 예상되어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지만) 아주 무섭게 쓰지만 않는다면 그녀가 내주는 모든 소설들을 다 읽고 싶은 마음 뿐이다. 아니, 그녀의 소설 이외의 문장들도. 박상영 작가의 추천사를 빌려 표현하자면, 정보라와 동시대에 살고 있어서 행복하다. 난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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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신과 내가 대화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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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존의 전통적인 정치학에서 말하는 평화는 전쟁의 부재가 아니라 전쟁 그 자체라는 것입니다. 팍스로마나는 로마의 압도적인 군사력과 지배를 전제로 합니다. pax에서 비롯된 단어 중에 ‘pacify‘가 있습니다. ‘평정(平靜)하다‘ ‘평화롭게 만들다‘는 뜻이죠. 그런데 이 단어가 군사용어로 쓰일 때는 폭격과 학살, 마을 불태우기, 대량 강간(mass rape) 등 민사작전의 성공을 말하거나 정복과 강제 동맹을 거친 뒤에 "치안이 확보되었다" "한 지역이 평정되었다" "한 세력을 진압했다" 라고 말할 때 쓰입니다.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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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처럼 읽기』로 기억나는데 어쩌면 『낯선 시선』일 수도 있겠다. 평화라는 것이 어디까지나 강자 편에서의 해석, 강자 쪽의 논리로 작동될 수 있음을 정희진님 책에서 처음 읽었을 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우리 사이에', '좋게 좋게' 하자는 사람들 사이에서 약자의 목소리는 언제나 시끄럽고 불편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새 책을 사서 연필을 들고 줄을 치며 정성스레 1독을 마쳤다. 여러 번 다시 읽고, 또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여기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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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략가, 잡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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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책 추천을 별로 안 좋아한다. 나에게 책 추천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오직 알라디너. 내가 접수하는 책 추천은 알라딘뿐이다. 남편이 이 책을 추천하였고. 알았다고 하고 지나쳤는데, 한 번 더 추천하였고. 마지막으로 '이 책, 읽으면 좋을 거 같아.' 이렇게 말해서 어쩔 수 없이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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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으려고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경쟁에 약하다는 것은 매우 치명적인 약점이다. 잡초는 어떻게 이 약점을 이겨냈을까? 연약한 식물 잡초의 기본 전략은 '싸우지 않는 것'이다. 강한 식물이 자라는 곳은 피하고 강한 식물이 자라지 않는 곳만 골라서 자리 잡는다. 한마디로 말하면 경쟁 사회에서 도망친 낙오자인 셈이다.(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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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오는 바람이 점점 시원해지고 벌써 9월이고 해서 내 맘이 약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잡초 같은' 인생에서 '잡초'란 어떤 환경에서든 잘 버티고 이겨내고 살아남아서가 아니라, 결국 그 리그에서 지고, 망하고, 실패해서 거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부분이 맘에 와닿았다. 열심히 살아서 잡초가 아니라, 하다가 망해서 잡초. 잡초의 특별함은 그 뒤에도 계속 이어진다. 잡초가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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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림으로 보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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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이어서 개학이다. 몰랐는데 꼭 2-3권씩 고르는 전래 동화 파트에서 내가 도깨비'류' 동화를 많이 고른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유물론 시대를 거쳐 이제 인공지능의 지배가 가시화되고 있는 이 즈음에, 여전히 인간의 오감을 뛰어넘는 그 어떤 다른 세계에 대한 추구, 나의 무의식이 나를 이곳으로 이끈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혼자 해보았다. 도깨비랑 사이좋게 지낼 생각은 없지만 요술 방망이에 대해선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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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이 책은 우리 은하와 태양계의 거대한 세계뿐 아니라, 소립자, 세포 등의 미시 세계 그리고 생명의 탄생과 인류의 진화 과정을 여러 과학자들의 이론을 곁들여 설명한다. 딱딱해지기 쉬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톡톡 튀는 질문들이 인상적이다. 내가 그의 책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이런 부분이다. 우리 인간의 특별함. 우리 존재의 특이성, 그런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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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운명이나, 섭리나, 아니면 여러분이 부르고 싶은 무엇에 의해서 선택되었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한, 우리는 존재하는 것 중에서 가장 뛰어난 존재이다. 우리는 존재하는 것의 전부일 수도 있다. 우리가 살아 있는 우주의 가장 뛰어난 성과이면서 동시에 가장 나쁜 악몽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두렵다. (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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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e Wedding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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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y get back in the car. She wonders if her feelings for Gary could be a new form of love, one she's never known before: love without expectation. Love that you are just happy enough to feel. Love that you don't try to own like a painting. But she doesn't know if that is a real thing. She hopes it is. She looks out at the parking lot all around them, like she's a kid going on an errand with her father, announcing whatever she sees.(3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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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선 안 될 사람의 대명사라면 유부남 아니면 유부녀. 그걸 극대화하면 신랑 아닐까. 이번 주말에 결혼할 사람, 예비 신랑. 예비 신랑과 이 소설의 주인공 피비 사이의 묘한 기운. 그걸 어떻게 이 소설에서처럼 이상하지 않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단은 이 결혼의 주인공 신부 라일라가 신랑 게리와 결혼하기 싫어한다는 설명이 있어야겠다. 라일라가 보기에, 게리는 결혼해도 좋을 사람이다. 결혼을 약속하고 싶은 사람. 하지만,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아니다. 게리 역시 마찬가지다. 라일라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해줄 준비가 되어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행동하지만, 게리 역시 마음속의 의문을 풀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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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리가 피비와는 편안한 대화가 가능하다. 대화만 가능한 게 아니다. 그녀와 함께 있을 때는 침묵의 시간조차 자연스럽다. 결혼식 준비에 대한 이야기 외에는 당최 할 이야기가 없는 게리와 라일라와는 달리, 게리와 피비는 대화할 때도, 대화하지 않을 때도 편안하고, 안온하다. 물론 유머를 빼놓을 수 없다. 대화 중에 두 사람은 자주 마주 보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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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경험이 적은 엄마지만, 가끔 아이들에게 연애 조언을 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 편안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20만 원짜리 호텔 뷔페도 같이 갈 수 있지만, 7,500원짜리 떡볶이 튀김 세트를 나눠먹을 때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그런 이야기가, 내 계급의 일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호텔 뷔페에 가는 건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지만, 저렴하고 간단한 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는 아주 많으니까. 그 상황을 너와 함께 잘 '지낼' 사람을 찾으라는 말일 수도 있다. 연애 경험이 적은 엄마의 말이라 아이들은 귀담아듣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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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도 마찬가지고, 연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녀/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혹은 더 나은 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 그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나는 경직되고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나 자신, 내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내게 필요한 사람이고, 편안함이 전부는 아니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편안함이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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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참 좋아서 앨리슨 에스파흐의 다른 책을 찾아보았는데, 두 권 더 있지만, 이 책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해서 읽을지 말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이 책의 발견이 즐겁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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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6-09-06 2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앨리슨 에스파흐, 오 알겠습니다!

단발머리 2026-09-07 20:37   좋아요 0 | URL
저, 앨리슨 좋아해요ㅋㅋㅋㅋㅋㅋ 기억해 주세요. 앨리슨 에스파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6-09-07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9-07 2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6-09-08 0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학! 그러고보니 개학했네요. 정말 개학만 바라보고 시간을 보냈는데 개학이 그닥 반갑지 않은 사람들은 애들만이 아니겠구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드네요.ㅋㅋㅋ 근데 개학도 개강도 주부들에게도 조금은 버겁긴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영..ㅋㅋㅋ 지금도 잠 깨려고 북플 잠깐 들어왔다가 조마조마해지고 있어요. 아침 준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요.ㅋㅋ 정희진 쌤의 책 보면서 앗차 싶기도 하구요. 이런저런 책들 잘 구경하고 갑니다. 단발 님도 출근준비 잘하세요.^^

단발머리 2026-09-09 19:30   좋아요 1 | URL
네, 저도 개학 반갑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가 또 좀 어렵지요. 저는 아이들 고등학교 다닐 때보다는 늦게 일어나는 거 같아요. 그래서 또 좋네요ㅋㅋㅋㅋㅋ

오늘도 잘 출근하고 왔습니다. 출근 후에는 퇴근이 있고, 퇴근 후에는 또 출근이... 어제 오늘 여기는 바람이 장난 아니어요. 햇살이 쎄서 양산 들고 다니는데 오늘 양산 뒤집어졌어요.
책나무님 계신 부산도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기를~~~

다락방 2026-09-08 0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아마존 프라임의 <사랑의 가설>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단발머리 님..
책에서도.. 아담이 그렇게.. 수염이 많았습니까? 하.. 너무 어긋나네요, 나의 이미지와 수염... 수염 왜케 풍성해요... 하.....

단발머리 2026-09-09 19:46   좋아요 0 | URL
저는 책을 여러 번 읽었지만 수염이.... 수염이 많단 이야기는.... 아니, 수염 이야기는 아침에 면도한 수염이 저녁에 도드라졌다... 이런 표현 밖에 없단 말이죠. 그래서, 저도 예고 영상 보고 깜놀했다는 거 아닙니까. 무슨 일이래요. 엥?
 
감정 채굴 - 좋아요와 ㅠㅠ는 어떻게 자본이 되는가
에바 일루즈 지음, 최지수 옮김 / 돌베개 / 202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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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님의 서재를 통해 알게 되었고, 두껍지 않은 책이라 마음 편히(?) 집어 들었다. 별스타그램의 지배가 점점 공고화되는 이 시대에(축! 별스타그램 삭제), 감정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소비되는지에 대한 에바 일루즈의 고찰이 엿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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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스템(‘좋아요‘)을 도입한 이래로 수조 개에 달하는 ‘좋아요‘가 클릭되었다. 이는 시스템 내에 긍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흐르게 하려는 의도적인 시도의 결과였다. ‘좋아요‘ 버튼은 관심 분배의 결정적인 도구이기도 하다. ‘좋아요‘가 내 친구들의 피드에 나타나게 하고, 알고리즘이 그 게시물을 주목해서 반응하게끔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능동적 참여의 순환이 유지된다.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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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의 진풍경은 알라딘 서재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북플이 등장한 시기와 비슷한 걸로 기억하고 있다. 그전에는 '좋아요'가 아닌 '추천'이었던 것 같고, 추천 전에는 다른 표현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동감과 감동도 '좋아요'이긴 하지만, '추천'과 '좋아요'는 좀 달라 보이기는 하는데, 아무튼 대세가 '좋아요'인지라 그 거대한 파고를 피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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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가는 대목은 가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는 지점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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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30년 전. 그날따라 하필 지각을 했는데 빈자리가 없어 맨 앞자리에 앉게 되었다. 평소에는 질문 잘 안 하시던 교수님께서 잘 안 하시던 질문을, 맨 앞에 앉은 학생에게 하시는 것이었다. 왜 오늘이요. 왜 전데요. real과 fiction의 차이, 혹은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말해보라는 교수님. 아... 픽션을 통해서도 인간 현실의 다양함을 표현할 수 있고, 픽션이 현실보다 더 리얼한 경우도 있겠지만, 진실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픽션보다 리얼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답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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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리얼이 픽션보다 우위에 있는가. 현실이 가상 세계보다 더 강렬한가. 이제 나는 루시의 용기에 마음을 보태고, 윌리엄의 불륜에 흥분하고, 사이먼의 친절에 사르르 마음이 녹고, 용감한 피비(『웨딩 피플』)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이다. 잭 리처의 농담에 까르르 웃을 뿐 아니라, 그의 양치 생활에 집착하는, 그런 나인 것이다. 현실이 픽션보다 더 리얼한가. 픽션은 언제나 리얼의 하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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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일루즈는 우리가 맞이할 미래를 전망하는 방법의 하나로 넷플릭스 공상과학 시리즈 <블랙 미러Black Mirror>를 소개한다. 시즌 5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누가 봐도 이성애자인 두 친구 대니와 칼이 나오는데, 대니는 결혼을 했고, 칼은 미혼이다. 온라인으로 각자의 집에서 게임을 하던 중, 싸움 대결을 펼친 후 두 사람의 게임 캐릭터는 서로를 포옹했고, 칼의 게임 캐릭터(록세트, 여자 캐릭터)가 대니의 게임 캐릭터(랜스, 남자 캐릭터)에게 키스를 했다. 몇 초 후, 대니(랜스)는 뒤로 물러났고, 두 사람은 게임을 종료했다. 그다음 주에 두 사람은 게임 안에서 잠자리를 가졌고, 잠자리 후에 칼은 '사랑한다'라고 말했다. 대니는 실제로 키스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칼을 만나러 갔지만, 현실에서 키스를 시도했을 때는 두 사람 모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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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에서의 사랑을 현실로 가져오기 원하는 칼과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려는 대니를 분석하며, 에바 일루즈는 가상 세계가 정신적 고통의 치료제가 될 수도 있지만, 현실에 대한 반응의 차이로 인해 오히려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진단한다. 우리 자신의 내면, 감정, 욕망마저도 자본의 도구가 되어버린 이 세대를 향한 에바 일루즈의 마지막 문장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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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바꾸지 않고 측정하지 않고 개선하지 않는 것에 깃들어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자. 우리는 '그저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 (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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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냥'을 전시가 아닌 온전한 '그냥'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모든 것을 자본화시켜버리는 이 시대에 대척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좋은 '좋아요'는 도대체 어떻게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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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6-08-29 16: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조선힙합의 <공자님 맙소사>라는 노래 혹시 아세요?

미셀 오바마의 Becoming은 진도 무지 안나가고 있어요. 아니, 전혀 못나가고 있어요 ㅠㅠ 이 책이 훨씬 더 재미있어 보이는데요.

단발머리 2026-08-29 17:37   좋아요 2 | URL
세상에 ㅋㅋㅋㅋㅋ 저 방금 ‘좋아요‘ 누르고 왔어요. 가사가 ㅋㅋㅋㅋㅋ작사가 천재네요 ㅋㅋㅋㅋㅋ

여기 보시오 공자님
이것이 인스타그램이오
밥 한 끼를 먹어도
사진부터 찍는다오
좋아요 하나 받자고
온갖 짓을 다 하오
없는 살림 있는 척
빌린 차에 빌린 옷
팔로워가 벼슬이오
구독자가 양반이오
실력은 없어도 좋소
얼굴만 예쁘면 되오
선비는 책을 폈는데
요즘 것들 폰을 펴오
공부는 안 하면서
관심만 받고 싶다오

저도 아직 <Becoming> 진도는 지지부진하다는 소식입니다 ㅠㅠㅠㅠㅠ 이 책은 재미있고 강렬하고 짧습니다*^^*

책읽는나무 2026-08-29 1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인스타 삭제하셨나요? 와.👏🏻👏🏻대단하십니다. 저도 며칠 전 게임을 잠깐 하다가 광고게임 쳐다보면서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하나 깔았거든요. 물병 색깔 맞추기 게임이요. 미친 듯 며칠 빠져 있다가 나 이래도 되나? 싶어 과감하게 게임 삭제했어요. 테트리스 게임은 아직 남겨놓았지만요.ㅋㅋㅋ 그리고 ‘좋아요‘ 그 전에 ‘추천‘이었고 그 전엔 ‘공감‘이었지 싶어요. 우리네들도 좋아요에 절로 기분 좋아지는 세상! 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6-08-31 22:11   좋아요 0 | URL
저도 놀랐습니다. 삭제가 가능하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나무님 말씀하신 그 게임 저도 알아요. 물병 색깔 맞추기 게임이요. 저도 그거 하고 싶은데, 저는 그거 하면 진짜 그거만 할 거 같아요 아직 다운로드 전입니다. 삭제하셨다니 책나무님 대단하십니다. 짝짝 짝짝짝!!!
‘좋아요‘의 세상은 이제 뒤로 갈 수 없는 거 같아요. 더 많은 ‘좋아요‘를 바라는 세상이 되었네요.

독서괭 2026-08-30 0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이 “그냥” 좋습니다! ㅋㅋㅋ 전 좋아요 신경쓰는 거 피곤해서 더욱 sns를 안 하는데 북플은 좋아요 집착(?)을 별로 안 하게 되는 곳이라 (비교적?) 좋은 것 같아요. .. 그나저나.. 비커밍은 다들 별로 못 읽고 다른 책 읽으시는 것 같은데.. 제가 너무 두꺼운 책을 추천했나 봅니다 🤣 게다가 단어도 어렵더라고요.. 어흑 ㅠ

단발머리 2026-08-31 22:14   좋아요 1 | URL
아, 독서괭님도 sns 안 하시는군요. 북플은 좋아요~ 집착을 별로 안 하게 되죠. 제게는 알라딘이 트위터고, 인스타고, 블로그거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대세에 힘입어(?) 많이 못 읽고 있어요. 근데 비커밍은 책표지만 봐도 좋아요. 힘나고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요 ㅋㅋㅋㅋㅋㅋ 제가 미셸 좋아하나봐요!

다락방 2026-08-30 15: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커밍 저도 두 페이지인가 읽었습니다. 이해는 못하고 그냥 읽었습니다. 하하하하. 단어 찾으려다가 귀찮아서 포기하고 그냥 보고 있습니다. 조만간 번역본도 찾아서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 들어요.

그나저나 인스타그램 삭제하셨다니, 축하드려요! 정말 장하십니다. 저는 어젯밤에도 인스타그램 안에서 허우적댔어요. 하.. 왜이렇게 볼게 많은건지, 왜이렇게 저를 잡아끄는게 많은건지..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저도 가급적 인스타를 열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지만, 고딩조카가 연락을 인스타 디엠으로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돌아버리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위에 처음 알게 된 노래 가사가 와!! 팩트네요!!

단발머리 2026-08-31 22:24   좋아요 0 | URL
저도 계속 지지부진하고 있어서요. 제가 위에 독서괭님 댓글에서 썼는데 저는 이 책 쳐다만 봐도 좋아요. 그냥 뭐랄까. 힘이 난다고 할까요. 열심히 살자~~ 까지는 아니어도요. 힘내자! 이런 느낌. 제가 미셸을 그렇게 보고 있어서 그럴 수 있겠지만요.

저의 인스타 삭제 이렇게 축하받아도 되나요 ㅋㅋㅋㅋㅋㅋㅋ저도 그게 인스타의 가장 문제인거 같은데, 모든 정보가 다 제게 필요한 거 같은거예요. 만원의 행복도 미니멀리즘도 다꾸도요. 전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다 저에게 필요한 정보인 것이며.

저 노래 가사는 hnine님이 알려주신 <공자님 맙소사>의 가사인데요. 뮤직비디오도 엄청 웃겨요. 가사도 절절하고요.
 











『Becoming』의 비닐을 샤샤삭 벗겨내고, 그리고 표지를 쳐다본다. 미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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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될 거 같아. 공화당 후보와의 토론 직후, 오바마의 당선이 유력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히 앞서가고 있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있던 즈음. 밤에 미셸은 오바마에게 말한다. "You're going to win, aren't you?" 챗지피티 직역하면 "당신, 이길 거지?" "아직 많은 일이 일어날 수는 있어... 하지만 그래. 내가 이길 가능성이 꽤 높아."생각에 잠겨 있던 미셸이 다시 말한다. "당신, 이길 거야." 미셸이 그의 뺨에 키스하고, 램프를 끄고,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올리는 장면이다.

​

이 장면의 서술자는 오바마이기 때문에 오바마는 미셸의 마음을 모를 테고, 독자 역시 마찬가지다. 영어로 읽고, 한글로 읽고, 영어로 읽고, 한글로 읽어가며 간신히 읽어냈던 버락 오바마의 『약속의 땅』의 내용 중에, 나는 이 장면이 그렇게나 오래 기억에 남았다. 당신이 될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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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미셸은 "이야호! 당신이 될 거 같아!"의 미셸이 아니라, "아, 당신이 될 거 같아."의 미셸이다. 남편이 미국의 대통령 당선이 거의 확실시되면서 그 일이 자신의 삶에 미칠 영향에 대한 숙고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느끼기에 미셸은 조금 더 복잡한 심경이 아니었을까 싶다. 당신이 거기까지 도달하다니. 어려워 보였는데. 당신이, 흑인인 당신이. 단순한 질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니, 어쩌면 질투의 감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당신이 거기에 도달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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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똑똑한 것을 누가 모를까. 하버드대 로스쿨의 법률 학술지 ‘하버드 로 리뷰‘ 최초의 흑인 편집장이 오바마이다. 글 잘 쓰고, 연설도 잘하는 사람이 오바마다. 동시에 잘 알려진 대로 미셸은 오바마가 잠시 적을 두었던 법률 사무소의 선배였고, 사수였다. 백인 중심인 미국 사회에서 흑인 남성이 그 자리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 보자면, 흑인 여성인 미셸이 그 지점에 도착한 건 거의 기적에 가깝다. 그렇게나 똑똑하고 야무진 미셸이 말한다. 당신이 될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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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와 미셸의 인터뷰가 생각이 난다. 오바마는 미셸에게 자주 혼난다고 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미셸과 오바마의 두 딸을 돌봐주었던 미셸의 엄마는 주로 오바마 편을 든다는 내용이었다. 얘야, 살살해. 오바마는 착하잖니. 왜 굿보이가 아니겠는가. 마약을 하지 않는 흑인 남성이고, 아내와 자식을 때리지 않는 흑인 남성이고, 감옥에 있지 않고 돈벌이를 하는 흑인 남성인데. 정치적, 사회적인 통제와 억압 속에서 숨죽이고 살아가야 하기에 그 분노를 가정 안에서, 공동체 안에서 폭력으로 분출할 수밖에 없었던(혹은 그러려고 했던) 흑인 남성의 역사를 아는 미셸의 엄마에게 오바마는 얼마나 굿보이란 말인가. 그때, 그 인터뷰 장면에서 미셸의 억울한 표정을, 나는 또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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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한 가지는 이 책의 표지. 외모 평가 아닌 외모 평가를 해야만 하는, 나의 이 어떤, 숙명. 오프숄더의 한 쪽 어깨가 드러나고 아름다운 웨이브 머리카락이다. 짧지 않고 너무 길지 않다. 자연스러운 미셸의 머리가 아니라, 전문 미용사를 통해 열펌으로 곱슬기를 펴내어 만들어진 모습. 나는 이 모습의 미셸이 예쁘다. 그러니깐, 정상성을 추구하는 이성애 이데올로기와 그에 요구되는 여성성의 일부를 수용한 미셸의 이 모습이 예쁘다.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흑인 여성이 학교와 직장에서 당했던 부조리가 옳다는 뜻이 아니다. 미셸조차도, 미합중국 대통령의 아내이며, 이제 곧 퇴임을 앞둔 상태에서도 그녀에게 그것이 요구되고, 그 일정 부분을 미셸이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고단한 인생. 하지만, 나 싫다고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활짝 웃는 미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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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미셸은 머리카락을 '억지로' 펴지 않는다고 한다. 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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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6-08-26 2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셸의 억울함 십분 이해가 되네요 ㅎㅎ 그냥 기본적으로 ‘저 훌륭한 남편에게 뭘 더 바라냐’를 깔고 가는 거잖아요. 우리도 그렇지만 흑인사회는 더 그럴 것 같네요. 저도 이제 비커밍 다시 시작해야하는데.. 단발님 화이팅입니다~!

단발머리 2026-08-28 09:00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야무지고 똑똑하고 뭐랄까. 흑인 여성이 저 자리에까지 도달했다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실력과 태도를 가졌을텐데. 그럼에도 남편의 직업 때문에 그 역할이 제한되니까요. 저는 이제 막 시작했어요. 보내주신 화이팅 아주 잘 수령하였습니다.
독서괭님도 아이들 챙기시고 여행 일정도 있으시느라 많이 바쁘시겠지만 그래도 화이팅!!

다락방 2026-08-27 1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 제가 비커밍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 페이퍼를 통해 깨닫고 갑니다.

저는 그 감정도요. 그러니까 대통령의 아내가 될 생각같은거 없었는데 남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같이 선거운동을 해야 하고..그리고 대통령이 되어버려서 대통령의 아내가 되어버린.. 거기에서도 어느 정도의 한숨이 나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

저도 얼른 시작할게요!

단발머리 2026-08-28 09:03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비커밍을 시작해야 합니다.

저는 선거 운동하고 여기 저기 다니고 그런거는 ㅋㅋㅋㅋㅋㅋㅋㅋ 재미있을 거 같아요. 근데 대통령의 아내가 되면 그 때부터는 좀 피곤할 거 같아요. 아이들한테 경호원 붙여서 학교 보내는 바로 거기에서부터요. 어쩌면 위의 문단에서 미셸로 한숨 쉬었을 거 같네요. 에휴~~

저도 이제 막 시작했어요. 뽜야!

햇살과함께 2026-08-27 1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80페이지 좀 넘게 읽었는데, 8월에 100페이지까지 읽는 게 목표. 9월에 300페이지 읽어야... 깨알 글씨... 눈 아파요 ㅠㅠ 똑똑하고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다수 백인 커뮤니티 속의 대학생 미셸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요..

단발머리 2026-08-28 09:06   좋아요 1 | URL
햇살과 함께님이 ㅋㅋㅋㅋㅋㅋ 제 생각에 현재 진도 1위이십니다. 저는 앞에 두쪽 읽었거든요. 다락방님 아직 시작 안 하셨고요 ㅋㅋㅋㅋㅋㅋ독서괭님도 시작해야 하는데... 하셨으니~~ 축하드립니다, 현재 스코어 1위에 빛나는 햇살과함께님!
저도 그 생각 했는데요. 독서의 가장 큰 방해꾼은 작은 글씨 같아요. 이렇게까지 작을 일인가 싶습니다. 저는 행간도 중요하더라구요. 작아도 행간 넓으면ㅠㅠㅠ 그러나 글씨 작으면 행간도 좁죠.

똑똑하고 성실한 대학생 미셸 만나려면 햇살과함께님 부지런히 따라가야겠어요.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