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 Vol. 1

사피엔스가 다른 종, 다른 동물 말고 다른 사람 종의 멸종에 어떤 식으로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는 듯하다.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를테면, 그 책의 이런 광고 문구.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지는 것이 로마인이라고, 로마인들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들만이 그토록 번영할 수 있었을까요. 커다란 문명권을 형성하고 오랫동안 그것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체격적으로는 불리하고, 뇌의 크기도 작았던 사피엔스가 어떻게 다른 종들을 다 물리치고 이 지구 행성의 주인이 될 수 있었을까요.

저자는 성공 요인의 하나로 '정교한 언어 사용'을 꼽았고, 그리고 찰진 언어 사용의 결정판 '뒷담화'를 말했는데, 그의 포인트는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였다. 그 사람이 믿을만한 사람인가. (사자랑 대치하던 상황에서 혼자 도망가지 않았나) 그 사람의 능력은 신뢰할 만한가. (창 하나로 단번에 곰을 제압할 수 있는가) 그 사람은 지난번 사냥 때 얻은 사슴 고기를 '양심적으로' 나누었는가. 그런 이야기들 너머에는 다종다양한 '판단'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얻어지는 결론은 다분히 이분법적이다. 내 편이다 vs 내 편이 아니다.

네안데르탈인들의 염색체가 현대인에게서 발견되는 걸로 보아 다른 사람종간에 교배/성관계가 있었을 거라 예상된다고. 결국 살아남은 건 사피엔스뿐인데, 그 요인 중의 하나로 출산율(번식력)을 꼽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몇십억 년을 이어온 이 끈질긴 생명력은 최근 들어 커다란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2. 페넬로피아드

『오딧세이아』 안 읽고 페넬로페 이야기 읽어서 좀 그렇기는 한데, 애트우드님 작품이라, 게다가 표지가 분홍색. 도서관 희망도서라 새 책으로 읽으니 받자마자 읽게 되는 마력. 개정판의 위력을 확인하는 시간.

아리스토텔레스는 호메로스가 이 책을 저술한 후 400여년이 지났을 때, 이런 백자평을 남겼다고 한다.

"한 남자가 외국에 수년을 나가 있었다. 그는 혼자 남았고, 바다의 신 포세이돈 Poseidon은 그를 해칠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고향의 집에서는 그의 아내를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구혼자들이 그의 재산을 탕진하고 있었고, 그의 아들을 죽일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결국 그는 살아남았고, 구혼자들은 파멸한다.”


참 야무진 백자평이 아닌가. 표준적(?) 해석이다. 애트우드는 마이크를 페넬로페에게 넘긴다. 성장 과정에서부터 시작해 오디세우스가 구혼하는 과정, 첫날밤과 궁전에서의 생활. 전쟁 그리고 이별. 모험을 마치고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일부 시녀들을 배신자라 여기고, 불쌍한 시녀들은 오디세우스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데, 페넬로페의 이야기는 그것과 좀 다르다. 그녀들은 페넬로페의 구혼자들과 사통한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강간당했다고 주장한다. 시녀들에 대한 강간이 일상이었던 궁전 안에서, 강간을 '당한 것'이 그녀들의 죄라는 이상한 판단. '허락 없이'. 그 궁전의 주인인 오디세우스의 '허락 없이' 강간당한 것이 그녀들의 죄라 여겨지는 것일까. 법정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하소연과 오디세우스의 변명. 책장이 쉭쉭 넘어간다. 애트우드가 혼자 다 했다. 손흥민인가...












3. 혼자서 본 영화


이 책이 나오자마자 구입했고, 곶감 아끼듯 아껴가며 읽었다. 지난 3월에 팟빵에서 이 책의 오디오북을 판매하길래 얼른 구매하고 구매평 남겼더니 출판사에서 이 책을 한 권 보내줬다. 저는 괜찮은데... 저는 선생님책은 사서 읽을 건데... 그래서 <페미니즘의 도전>도 3권인데... 라고 혼잣말 한 번 하고. 선물 받은 책은 교회 집사님, 나와 같은 구역이었던 책을 좋아하는 집사님에게 선물했다. 저도 이름은 들어봤는데, 그분 책 좀 어렵지 않나요? 네, 어려워요. 저도 어려워요. 그러면서 얼른 가슴팍에 책을 팍 안겨 버렸다.

나는 소설 읽을 때는, 그러니까 소설을 시작하기 전에는 약간 심호흡이 필요하고, 정리 정돈도 필요하고. 뭐랄까, '준비 마음'이 필요하다. 소설 속으로 들어갈 준비. 다른 세계로 떠날 준비. 에세이는 그런 준비가 필요 없어서 마음이 가벼울 거 같았는데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쉬는 시간에 심신을 달래기 위해 보는 영화, 시간이 나고 심심할 때 찾아보는 '영화'를 다룬 이 가벼운 책을 가벼이 읽을 수가 없다.

선생님에 대한 내 마음. 존경과 애정, 사심으로 가득한 마음이 선생님의 '개인사'에 마구 출렁거리기 때문이다. 소설급의 감정 동요, 아니 격동이 밀려올 때가 있다. 교회 집사님이 말한 대로 그분 책은 좀 어려운데, 어렵기만 한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내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정희진을 읽는 건 내 삶의 가장 큰 쾌락 중의 쾌락이며, 괴로움 중의 괴로움이다.















4.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지금 방금 마친 책은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1권이다. 만화로 쉽게, 간단히 설명해 놓았기 때문에, 국민윤리 시간에 배웠던 거 조금씩 기억난다. 무매력의 삐쩍 말랐던 국민윤리 선생님. 짓궃은 고등학생들 틈바구니에서 미혼의 선생님 얼마나 고단하셨을까. 선생님, 놀렸던 거 죄송해요. 저는 많이 안 그랬던 거 아시죠? 저는 그냥.... 에~~~~~ 이럴 때만 소리 보탰어요. 진짜에요, 선생님! 진짜, 진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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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9-12 08: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기 버튼 단발님 때문에 불행해졌어요…. 나의 아 저거도 읽어야하는데… 에 대한 조급함은 약간 광인의 그것이라서 ㅋㅋㅋㅋㅋ 지쳐벌임 ㅋㅋㅋㅋㅋ 애트우드여 ㅠㅠㅠㅠ

단발머리 2024-09-12 08:47   좋아요 2 | URL
오른쪽에 마냥 행복한 사람, 네모 하나 들고 있는 얘가 나임 ㅋㅋㅋ 왼쪽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욕심쟁이 우후훗 쟝님! 네모 다섯개 빼요~~~

공쟝쟝 2024-09-12 16:11   좋아요 1 | URL
불행한 쟝...ㅋㅋㅋㅋㅋㅋㅋ 그니까.. 근데 욕망 없이 살 때 보다 욕망이 드글드글 하게 사는게 사는 맛이 또 있고 내가 아직 젊어서 그런지 기운이 점점 넘치는 것이.... 마음만은 미래의 독서왕이지만 오늘도 컴터 앞에서 저는 졸리고... 졸릴 때 마다 도파민 벼락 맞으러 알라딘 들어오고....ㅋㅋㅋ

단발머리 2024-09-12 16:29   좋아요 0 | URL
깨어라 ㅋㅋㅋㅋ일어나라! 저도 아까 점심 먹고 졸려서 알라딘 후르룩 ㅋㅋㅋㅋㅋㅋㅋㅋ 한 사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