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의 비닐을 샤샤삭 벗겨내고, 그리고 표지를 쳐다본다. 미셸이다.

당신이 될 거 같아. 공화당 후보와의 토론 직후, 오바마의 당선이 유력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히 앞서가고 있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있던 즈음. 밤에 미셸은 오바마에게 말한다. "You're going to win, aren't you?" 챗지피티 직역하면 "당신, 이길 거지?" "아직 많은 일이 일어날 수는 있어... 하지만 그래. 내가 이길 가능성이 꽤 높아."생각에 잠겨 있던 미셸이 다시 말한다. "당신, 이길 거야." 미셸이 그의 뺨에 키스하고, 램프를 끄고,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올리는 장면이다.

이 장면의 서술자는 오바마이기 때문에 오바마는 미셸의 마음을 모를 테고, 독자 역시 마찬가지다. 영어로 읽고, 한글로 읽고, 영어로 읽고, 한글로 읽어가며 간신히 읽어냈던 버락 오바마의 『약속의 땅』의 내용 중에, 나는 이 장면이 그렇게나 오래 기억에 남았다. 당신이 될 거 같아.

그날 밤, 미셸은 "이야호! 당신이 될 거 같아!"의 미셸이 아니라, "아, 당신이 될 거 같아."의 미셸이다. 남편이 미국의 대통령 당선이 거의 확실시되면서 그 일이 자신의 삶에 미칠 영향에 대한 숙고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느끼기에 미셸은 조금 더 복잡한 심경이 아니었을까 싶다. 당신이 거기까지 도달하다니. 어려워 보였는데. 당신이, 흑인인 당신이. 단순한 질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니, 어쩌면 질투의 감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당신이 거기에 도달할 수 있다니…

오바마 똑똑한 것을 누가 모를까. 하버드대 로스쿨의 법률 학술지 ‘하버드 로 리뷰‘ 최초의 흑인 편집장이 오바마이다. 글 잘 쓰고, 연설도 잘하는 사람이 오바마다. 동시에 잘 알려진 대로 미셸은 오바마가 잠시 적을 두었던 법률 사무소의 선배였고, 사수였다. 백인 중심인 미국 사회에서 흑인 남성이 그 자리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 보자면, 흑인 여성인 미셸이 그 지점에 도착한 건 거의 기적에 가깝다. 그렇게나 똑똑하고 야무진 미셸이 말한다. 당신이 될 거 같아.

오바마와 미셸의 인터뷰가 생각이 난다. 오바마는 미셸에게 자주 혼난다고 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미셸과 오바마의 두 딸을 돌봐주었던 미셸의 엄마는 주로 오바마 편을 든다는 내용이었다. 얘야, 살살해. 오바마는 착하잖니. 왜 굿보이가 아니겠는가. 마약을 하지 않는 흑인 남성이고, 아내와 자식을 때리지 않는 흑인 남성이고, 감옥에 있지 않고 돈벌이를 하는 흑인 남성인데. 정치적, 사회적인 통제와 억압 속에서 숨죽이고 살아가야 하기에 그 분노를 가정 안에서, 공동체 안에서 폭력으로 분출할 수밖에 없었던(혹은 그러려고 했던) 흑인 남성의 역사를 아는 미셸의 엄마에게 오바마는 얼마나 굿보이란 말인가. 그때, 그 인터뷰 장면에서 미셸의 억울한 표정을, 나는 또 기억한다.

나머지 한 가지는 이 책의 표지. 외모 평가 아닌 외모 평가를 해야만 하는, 나의 이 어떤, 숙명. 오프숄더의 한 쪽 어깨가 드러나고 아름다운 웨이브 머리카락이다. 짧지 않고 너무 길지 않다. 자연스러운 미셸의 머리가 아니라, 전문 미용사를 통해 열펌으로 곱슬기를 펴내어 만들어진 모습. 나는 이 모습의 미셸이 예쁘다. 그러니깐, 내 안의 정상성을 추구하는 이성애 이데올로기가 그에 요구되는 여성성을 수용한 미셸의 이 모습이 예쁘다.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흑인 여성이 학교와 직장에서 당했던 부조리가 옳다는 뜻이 아니다. 미셸조차도, 미합중국 대통령의 아내이며, 이제 곧 퇴임을 앞둔 상태에서도 그녀에게 그것이 요구되고, 그 일정 부분을 미셸이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고단한 인생. 하지만, 나 싫다고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활짝 웃는 미셸.

이제 미셸은 머리카락을 '억지로' 펴지 않는다고 한다. 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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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6-08-26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셸의 억울함 십분 이해가 되네요 ㅎㅎ 그냥 기본적으로 ‘저 훌륭한 남편에게 뭘 더 바라냐’를 깔고 가는 거잖아요. 우리도 그렇지만 흑인사회는 더 그럴 것 같네요. 저도 이제 비커밍 다시 시작해야하는데.. 단발님 화이팅입니다~!

다락방 2026-08-2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제가 비커밍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 페이퍼를 통해 깨닫고 갑니다.

저는 그 감정도요. 그러니까 대통령의 아내가 될 생각같은거 없었는데 남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같이 선거운동을 해야 하고..그리고 대통령이 되어버려서 대통령의 아내가 되어버린.. 거기에서도 어느 정도의 한숨이 나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

저도 얼른 시작할게요!

햇살과함께 2026-08-27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80페이지 좀 넘게 읽었는데, 8월에 100페이지까지 읽는 게 목표. 9월에 300페이지 읽어야... 깨알 글씨... 눈 아파요 ㅠㅠ 똑똑하고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다수 백인 커뮤니티 속의 대학생 미셸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