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채굴 - 좋아요와 ㅠㅠ는 어떻게 자본이 되는가
에바 일루즈 지음, 최지수 옮김 / 돌베개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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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님의 서재를 통해 알게 되었고, 두껍지 않은 책이라 마음 편히(?) 집어 들었다. 별스타그램의 지배가 점점 공고화되는 이 시대에(축! 별스타그램 삭제), 감정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소비되는지에 대한 에바 일루즈의 고찰이 엿보이는 책이다.

이런 시스템(‘좋아요‘)을 도입한 이래로 수조 개에 달하는 ‘좋아요‘가 클릭되었다. 이는 시스템 내에 긍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흐르게 하려는 의도적인 시도의 결과였다. ‘좋아요‘ 버튼은 관심 분배의 결정적인 도구이기도 하다. ‘좋아요‘가 내 친구들의 피드에 나타나게 하고, 알고리즘이 그 게시물을 주목해서 반응하게끔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능동적 참여의 순환이 유지된다. (20쪽)

'좋아요'의 진풍경은 알라딘 서재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북플이 등장한 시기와 비슷한 걸로 기억하고 있다. 그전에는 '좋아요'가 아닌 '추천'이었던 것 같고, 추천 전에는 다른 표현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동감과 감동도 '좋아요'이긴 하지만, '추천'과 '좋아요'는 좀 달라 보이기는 하는데, 아무튼 대세가 '좋아요'인지라 그 거대한 파고를 피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관심이 가는 대목은 가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는 지점에 관한 것이다.

때는 바야흐로, 30년 전. 그날따라 하필 지각을 했는데 빈자리가 없어 맨 앞자리에 앉게 되었다. 평소에는 질문 잘 안 하시던 교수님께서 잘 안 하시던 질문을, 맨 앞에 앉은 학생에게 하시는 것이었다. 왜 오늘이요. 왜 전데요. real과 fiction의 차이, 혹은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말해보라는 교수님. 아... 픽션을 통해서도 인간 현실의 다양함을 표현할 수 있고, 픽션이 현실보다 더 리얼한 경우도 있겠지만, 진실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픽션보다 리얼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답했던 거 같다.

그런가. 리얼이 픽션보다 우위에 있는가. 현실이 가상 세계보다 더 강렬한가. 이제 나는 루시의 용기에 마음을 보태고, 윌리엄의 불륜에 흥분하고, 사이먼의 친절에 사르르 마음이 녹고, 용감한 피비(『웨딩 피플』)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이다. 잭 리처의 농담에 까르르 웃을 뿐 아니라, 그의 양치 생활에 집착하는, 그런 나인 것이다. 현실이 픽션보다 더 리얼한가. 픽션은 언제나 리얼의 하위인가.

에바 일루즈는 우리가 맞이할 미래를 전망하는 방법의 하나로 넷플릭스 공상과학 시리즈 <블랙 미러Black Mirror>를 소개한다. 시즌 5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누가 봐도 이성애자인 두 친구 대니와 칼이 나오는데, 대니는 결혼을 했고, 칼은 미혼이다. 온라인으로 각자의 집에서 게임을 하던 중, 싸움 대결을 펼친 후 두 사람의 게임 캐릭터는 서로를 포옹했고, 칼의 게임 캐릭터(록세트, 여자 캐릭터)가 대니의 게임 캐릭터(랜스, 남자 캐릭터)에게 키스를 했다. 몇 초 후, 대니(랜스)는 뒤로 물러났고, 두 사람은 게임을 종료했다. 그다음 주에 두 사람은 게임 안에서 잠자리를 가졌고, 잠자리 후에 칼은 '사랑한다'라고 말했다. 대니는 실제로 키스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칼을 만나러 갔지만, 현실에서 키스를 시도했을 때는 두 사람 모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가상에서의 사랑을 현실로 가져오기 원하는 칼과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려는 대니를 분석하며, 에바 일루즈는 가상 세계가 정신적 고통의 치료제가 될 수도 있지만, 현실에 대한 반응의 차이로 인해 오히려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진단한다. 우리 자신의 내면, 감정, 욕망마저도 자본의 도구가 되어버린 이 세대를 향한 에바 일루즈의 마지막 문장은 무엇일까.

스스로를 바꾸지 않고 측정하지 않고 개선하지 않는 것에 깃들어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자. 우리는 '그저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 (76쪽)

나의 '그냥'을 전시가 아닌 온전한 '그냥'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모든 것을 자본화시켜버리는 이 시대에 대척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좋은 '좋아요'는 도대체 어떻게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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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6-08-29 16: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조선힙합의 <공자님 맙소사>라는 노래 혹시 아세요?

미셀 오바마의 Becoming은 진도 무지 안나가고 있어요. 아니, 전혀 못나가고 있어요 ㅠㅠ 이 책이 훨씬 더 재미있어 보이는데요.

단발머리 2026-08-29 17:37   좋아요 2 | URL
세상에 ㅋㅋㅋㅋㅋ 저 방금 ‘좋아요‘ 누르고 왔어요. 가사가 ㅋㅋㅋㅋㅋ작사가 천재네요 ㅋㅋㅋㅋㅋ

여기 보시오 공자님
이것이 인스타그램이오
밥 한 끼를 먹어도
사진부터 찍는다오
좋아요 하나 받자고
온갖 짓을 다 하오
없는 살림 있는 척
빌린 차에 빌린 옷
팔로워가 벼슬이오
구독자가 양반이오
실력은 없어도 좋소
얼굴만 예쁘면 되오
선비는 책을 폈는데
요즘 것들 폰을 펴오
공부는 안 하면서
관심만 받고 싶다오

저도 아직 <Becoming> 진도는 지지부진하다는 소식입니다 ㅠㅠㅠㅠㅠ 이 책은 재미있고 강렬하고 짧습니다*^^*

책읽는나무 2026-08-29 1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인스타 삭제하셨나요? 와.👏🏻👏🏻대단하십니다. 저도 며칠 전 게임을 잠깐 하다가 광고게임 쳐다보면서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하나 깔았거든요. 물병 색깔 맞추기 게임이요. 미친 듯 며칠 빠져 있다가 나 이래도 되나? 싶어 과감하게 게임 삭제했어요. 테트리스 게임은 아직 남겨놓았지만요.ㅋㅋㅋ 그리고 ‘좋아요‘ 그 전에 ‘추천‘이었고 그 전엔 ‘공감‘이었지 싶어요. 우리네들도 좋아요에 절로 기분 좋아지는 세상! 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6-08-31 22:11   좋아요 0 | URL
저도 놀랐습니다. 삭제가 가능하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나무님 말씀하신 그 게임 저도 알아요. 물병 색깔 맞추기 게임이요. 저도 그거 하고 싶은데, 저는 그거 하면 진짜 그거만 할 거 같아요 아직 다운로드 전입니다. 삭제하셨다니 책나무님 대단하십니다. 짝짝 짝짝짝!!!
‘좋아요‘의 세상은 이제 뒤로 갈 수 없는 거 같아요. 더 많은 ‘좋아요‘를 바라는 세상이 되었네요.

독서괭 2026-08-30 0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이 “그냥” 좋습니다! ㅋㅋㅋ 전 좋아요 신경쓰는 거 피곤해서 더욱 sns를 안 하는데 북플은 좋아요 집착(?)을 별로 안 하게 되는 곳이라 (비교적?) 좋은 것 같아요. .. 그나저나.. 비커밍은 다들 별로 못 읽고 다른 책 읽으시는 것 같은데.. 제가 너무 두꺼운 책을 추천했나 봅니다 🤣 게다가 단어도 어렵더라고요.. 어흑 ㅠ

단발머리 2026-08-31 22:14   좋아요 1 | URL
아, 독서괭님도 sns 안 하시는군요. 북플은 좋아요~ 집착을 별로 안 하게 되죠. 제게는 알라딘이 트위터고, 인스타고, 블로그거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대세에 힘입어(?) 많이 못 읽고 있어요. 근데 비커밍은 책표지만 봐도 좋아요. 힘나고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요 ㅋㅋㅋㅋㅋㅋ 제가 미셸 좋아하나봐요!

다락방 2026-08-30 15: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커밍 저도 두 페이지인가 읽었습니다. 이해는 못하고 그냥 읽었습니다. 하하하하. 단어 찾으려다가 귀찮아서 포기하고 그냥 보고 있습니다. 조만간 번역본도 찾아서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 들어요.

그나저나 인스타그램 삭제하셨다니, 축하드려요! 정말 장하십니다. 저는 어젯밤에도 인스타그램 안에서 허우적댔어요. 하.. 왜이렇게 볼게 많은건지, 왜이렇게 저를 잡아끄는게 많은건지..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저도 가급적 인스타를 열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지만, 고딩조카가 연락을 인스타 디엠으로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돌아버리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위에 처음 알게 된 노래 가사가 와!! 팩트네요!!

단발머리 2026-08-31 22:24   좋아요 0 | URL
저도 계속 지지부진하고 있어서요. 제가 위에 독서괭님 댓글에서 썼는데 저는 이 책 쳐다만 봐도 좋아요. 그냥 뭐랄까. 힘이 난다고 할까요. 열심히 살자~~ 까지는 아니어도요. 힘내자! 이런 느낌. 제가 미셸을 그렇게 보고 있어서 그럴 수 있겠지만요.

저의 인스타 삭제 이렇게 축하받아도 되나요 ㅋㅋㅋㅋㅋㅋㅋ저도 그게 인스타의 가장 문제인거 같은데, 모든 정보가 다 제게 필요한 거 같은거예요. 만원의 행복도 미니멀리즘도 다꾸도요. 전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다 저에게 필요한 정보인 것이며.

저 노래 가사는 hnine님이 알려주신 <공자님 맙소사>의 가사인데요. 뮤직비디오도 엄청 웃겨요. 가사도 절절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