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나다' 시리즈가 한참 유행했을 때가 있었다.

내가 먹는 것이 나다.

내가 사는 것이 나다.

내가 읽는 것이 나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곧, 나다.

문제의 핵심은 '어디까지가 나인가'에 있다. 어디까지 나인가. 나의 몸이 나인가. 나의 생각이 나인가. 나의 생각과 감정과 판단을 육체로서의 '나', 나의 몸과 구별할 수 있는가. 나의 생각과 감정, 판단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상태의 이 몸은 무엇인가. 시간과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 껍데기, 이 허울은 무엇인가. 그때, 나는 어디로 가는가. 남는 '나'는 무엇인가 혹은 누구인가.


'몸'을 가시적인 형태로 극도로 제한했던 1940년대 영국인들의 '몸'에 대한 생각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네 살까지 지극히 평범한 영국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던 토니 벨은 전쟁 통에 부모가 죽고, 고모에게 맡겨졌지만 고모의 무관심으로 방기되어 은데벨레 부족과 6년 동안 살게 된다. 빨리 달리는 법을 배우고 강에서 노는 법을 배웠던 토니는 동물처럼 그물에 잡혀 친척들에게 돌아온다. 영국인 아기에서 은데벨레 부족의 소년이 되었던 토니는 다시 영국의 사춘기 소년이 되어야 했다. 목욕, 침대, 식사까지 모든 것이 그에게는 어려운 일이었으나, 가장 곤욕스러운 일 중에 하나는 옷을 입는 일이었다. 집에 오자마자 토니는 바로 옷을 벗고 맨몸으로 생활했다. 그것이 그에게는 자연스러웠다.

그가 느끼는 부조화와 육체적 불편은 우리가 몸에 대해 정상적이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신체적 특징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작용했던 개인적 환경의 결과임을 보여준다.(72쪽)

토니에게 '몸'은 그 위에 적당한 옷을 걸어 자신이 누구인지를 나타내기 위한 매개체가 아니라, 그 자체로 자연 속에서 재빠르게 적응하여 생존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원재료 그 자체였다. 당시 영국 사회에서 옷은 사회적 계급과 역할의 표시였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도 복식이 그런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고, 어찌 보면 훨씬 더 정교하고 억압적인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당시에는 복식의 역할이 훨씬 더 직접적이었다. 사람들은 서로의 옷을 보고 상대방의 계급을 예상했는데,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계급에 맞춰 옷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때, 특정한 옷을 걸치는 '몸'은 신분과 계급을 나타내는 중요한 표식이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오히려 보여지는 몸 자체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강화되었다. 비싼 장신구와 모자, 겹겹의 속옷으로 옷 속 깊숙이 감추어졌던 몸은 이제 가벼운 운동화, 운동복, 일상복과 일체를 이루었다.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의 의상도 무언가를 가리기보다는 드러내기 위한 옷들이 다수를 이루게 되었다.

문제는 획일화에 있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반복되고 재생산되는 이미지는 완벽하다고 여겨지는 남성과 여성의 몸을 상정하고 그러한 몸의 아름다움에 과도하게 집착한다. 글로벌화의 영향으로 완벽한 신체는 단 하나의 표준만을 지향하는데, 이는 곧 백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신체를 의미한다. 특히 여성의 신체에 대한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왜곡은 시간이 흘러갈수록 더 강한 힘으로 초등학생들을, 20대 여성들을, 중년 여성들을, 노년의 여성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래서 탈코르셋은 실천 자체가 혁명이다.











일상의 영역이라 여겨지는 꾸밈의 중지가 사회운동이 되는 까닭이다. 내가 꾸밈을 중지한 이후에 비로소 사회가 여성 개인에게 부여한 기본값을 인식하고 그것의 재조정을 개인적으로 경험했듯,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의 얼굴에 부여된 기본값의 사회적 재조정을 꾀한다. (<탈코르셋>, 43쪽)

다만, 여기에 한 가지를 보태고 싶다. 꾸밈 중지는 중요한 선택이고, 사회운동의 하나로 이해되고 마땅히 실천되어야 하지만,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선택을 실천으로 옮기는 과정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나는 19년을 전업주부로 살았다. 3년 전, 전에 내가 일하지 않았던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3년 전, 내 고용 여부를 결정한 사람은 나보다 5살이 어렸다. 2년 전 내 고용 여부를 결정한 사람은 나보다 3살이 어렸고, 올해 내 고용 여부를 결정한 사람은 나보다 10살 정도 어려 보였다. 그러니깐, 19년을 사회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채, '말 그대로' 편한 밥 먹고살았던 나는, 새로운 조직에 '뽑힐 만한'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경력 사항에 적을 것이 없어 2004년에 퇴사한 회사의 상호명과 내가 일했던 부서명을 적었다.

나는, 나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직무 연결성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퇴사했던 게 19년 전이니 그 서류는 나를 보여주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게 뻔했다. 내가 지원한 업종에서는 사교성과 친화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면접 상황에서 자신이 그러하다고 어필하지 않는 지원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고용될 만큼, 선택을 받을 만큼의 특정 요소가 내게는 필요했다. 서류로 보여질 수 없는 것, 경력조차 일천한 상황에서 나는, 내 몸을 넘어선 나 자신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며칠 새에 예뻐질 수는 없는 노릇이고(아시는 분 계시면, 좀 알려주시고요~) 며칠 만에 호감형의 인물이 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고용되기 위해서, 뽑히기 위해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책읽기 시간에 내가 고른 책은 마침 이 주제와 딱 맞는다. 자신의 몸에 대한 소중함을 깨우치려는 교훈적 목적이 눈에 띄는데, 그중에서도 나는 이 페이지가 좋았다. 이 페이지를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정하고, 아이들에게 보여주면서 찬찬히 소리 내어 읽었다.


슬플 때 나는 예전에 읽었던 재미있는 책을 다시 꺼내듭니다.



세상에, 얘들아. 선생님도 이렇게 하거든. 슬플 때, 우울할 때, 책을 읽거든. 좋아하는 책을 혼자 읽거든. 이걸, 이 사람도 알고 있네. 신기하다, 진짜. 이게 나를 바로 알고 있다는 뜻이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것, 내가 슬플 때 그 슬픔을 이길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 말이야.

그게 바로 나를 제대로 알고 있다는 뜻이야.

리쫄라띠와 갈레제의 발견에 따르면, 뇌의 관점에서는 관찰과 행동이 거의 같은 일이다. 뇌는 타고난 이입과 모방 능력을 갖고 있다. 뇌는 눈으로 본 것을 동일한 행동으로해석한다. 그럼으로써 아직 완전히 익히지 못한 활동을 서서히 흡수하고, 스스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간다. - P79

사람은 남들에게 비치는 제 몸과 마음을 보면서 자신이 정신적·육체적으로 누구인지를 배워간다. - P82

그들의 연구가 다양한 방식으로 암시한 내용을 이어받아, 과학자들은 지난 20여년간 신체접촉을 점점 더 중요시하게 되었다. 신체접촉은 이제 인간의 심리적 안녕에 핵심적인 요소로 인정된다. 신체접촉은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경험이다. - P87

사람이 신체적 감각을 발달시키는 데는 어릴 때 경험한 신체접촉과 그 어머니가(혹은 다른 보호자가) 스스로 품었던 육체적 자의식이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몸은 DNA의 청사진이 충실히 이행된 결과 이상의 무엇이다. - P89

환자들과 상담하다보면, 들고양이 감각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는 느낌이 내 몸에 깃들 때가 있다. 나는 그 느낌에 꽤 익숙하다. 그것은 상담중인 환자가 스스로는 쉽게 느끼지 못하는 모종의 육체적 상태를 무의식중에 내게 전달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다. 모든 심리치료사들은 환자의 느낌을 읽어내는 능력을 활용한다. 그것은 환자의 경험 중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부분을 지목해주는 단서나 마찬가지인데, 치료사가 아닌 사람이 보기에는 기이할지도 모르는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뿐이다. - P107

이와 같이 우리 몸이 다뤄지는 방식에 대한 수많은 변수들이 양육의 물리적 환경으로서 우리 몸을 형성한다. 사전에 주어진 몸이란 없다. 그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다. 모든 몸에는 그 가족의 몸 이야기가 남긴 은밀한 각인이 찍혀 있다. - P119

성형수술을 갈망하는사람들은 그저 허영기가 있는 것뿐일까? 그것은 너무 안일한 답이다. 나는 이처럼 다양한 몸의 표현방식들을 차라리 결여된 몸들의 위기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몸에 대한 욕망과 갈망을 보여주는 증거다. 감각들이 제멋대로 흐트러져서 반드시 관리해야만 하는 몸이 아니라 느낄 수 있는 몸, 만질 수 있고 만져지는 몸, 안정된 몸을 원한다는 증거다. - P145

이처럼 섹슈얼리티에 대한 시각적 대상화, 그리고 섹스를 개인적 자산이나 소모품처럼 여기는 현상은 몸을 어마어마한 무게로 짓누르고 있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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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5-05 1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드디어 완독하신 겁니까. 축하합니다! 이 책 참 좋았지요? 생각과 다른 내용이 나오는데(인용하신 토니의 이야기처럼요) 그 점도 참 좋았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탈코르셋 이야기를 할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보다 더 몸에 대한 확장된 생각들이라 좋았어요. 고생하셨습니다!!

단발머리 2025-05-06 09:01   좋아요 0 | URL
매달 이렇게 다음달로 넘어가네요. 이번달에는 야무지게 기한 맞춰보려 합니다ㅋㅋㅋㅋㅋ

저도 탈코르셋 예상했는데, 더 넓고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져서 참 좋았어요. 상담자와 치료자 사이의 역전이도 그랬고, 성장기 부모와 자녀 사이의 일이 자녀의 뇌에 미치는 영향도 흥미로웠구요.
이렇게 또 한 권을 마쳤네요. 축하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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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6일은 미국 국민들뿐만 아니라, 혼돈의 상황을 화면으로 접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다. 제46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인증하기 위한 117차 미국 의회를 저지하기 위해 트럼프 지지자들이 국회 의사당에 난입, 국회 의사당을 짓밟았다. 많은 의원들의 사무실이 폭도들의 침략으로 약탈, 파괴되었고, 트럼프에 반대하던 민주당과 공화당의 유명 정치인들이 암살 위협에 시달렸다. 하지만, 폭력 사태 이후에도 공화당은 이들과 거리를 두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들을 옹호했고, 공화당은 트럼프를 중심으로 더 결속하는 양상을 보였다.

2021년 1월 6일, 전대미문의 폭력 사태는 1934년 2월 6일,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폭도들의 국회 의사당 습격 사건과 유사하다.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적대감으로 뭉쳐 있던 재향군인회, 우파 민병대, 청년 애국단 등의 폭도들은 국회 의사당을 부수고, 의원들을 협박했다. 많은 프랑스 정치인들이 2월 6일의 폭동에 분노를 표하며, 거세게 반발했지만, 주류 보수주의자들 일부가 폭력 사건을 옹호하고, 폭도들을 공화국을 구하려 했던 영웅적인 애국자라고 칭송했다.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는 이런 폭도들을 옹호하는 정치인들이다. 1934년 2월 6일 폭동 직후, 그리고 2021년 1월 6일 폭동 이후 '충직한 민주주의자'와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의 구별이 가능해졌다.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들은 반민주적 극단주의자를 묵인, 방조하고, 그들의 폭력 행위에 동조했다. 주류 중도 우파 정당을 표방했던 공화당 의원들 다수가 트럼프의 등장 이후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로 탈바꿈하는 과정은 공화당뿐만 아니라 미국 정치의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암시가 되고 말았다.

4년의 공백기를 보내고 워싱턴으로 돌아온 트럼프의 공화당은 현재의 정치 제도를 백분 활용함으로써 정치적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 '정치적 소수가 계속해서 거대 다수를 이기거나 정책을 강요하는(247쪽)' 상황은 미국의 독특한 정치 제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정당, 가장 많은 국민의 지지를 얻은 정당이 승리해야 한다. 하지만, 건국 당시 지역 엘리트 사이의 이해관계에 근거해 인구가 적은 주들은 여러 가지 이익을 보장받았고, 인구수가 적은 주와 많은 주 사이의 불균형, 그동안 진행되어온 도시화로 인해 현재는 인구수가 적은 주들이 지나치게 커진 대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소수의 지배를 떠받치는 중요한 요소로는 선거인단 제도를 꼽을 수 있다. 선거인단 제도의 '승자 독식 시스템'과 '작은 주 편향'으로 인해, 2016년 선거에서 미국의 민주당은 보통선거에서 더 많은 수를 득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배함으로써 공화당에게 승리를 빼앗겼다. 패자가 이긴 것이다(254쪽). 소수 지배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요소로는 '상원 제도'를 들 수 있다. 민주당은 1996~2002년 전국 보통선거에서 과반의 표를 얻었지만, 인구수가 적은 주, 시골의 작은 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던 공화당의 상원 장악을 제지하지 못했다. 이는 미국의 상원이 미국 인구 다수를 대표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소수의 지지를 받은 정당이 다수의 의석을 차지하는 비합리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통선거에서 더 적은 수의 사람들에게서 지지를 받았던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들이 다수 여론과는 반대되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소수의 사람들이 다수의 사람들의 정치적, 사회적 활동을 지배하는 상태가 강화되었다.

이처럼 소수에 의한 다수 지배가 가능했던 것은 건국과 이후의 재건 시대 동안 '다수결주의와 반다수결주의'의 대립 상황에서 소수의 권리가 지나치게 확대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어디까지나 숫자의 게임(248쪽)이다. 다수의 지지를 얻은 쪽이 더 많은 정치권력을 획득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이 가능하다. 건국 당시 유럽의 어느 나라보다도 더 민주적인 헌법 체계를 갖췄던 미국의 헌법에서 지향하는 민주주의는 현재 우리가 이해하는 민주주의와는 커다란 차이점을 보인다. 그 핵심은 '3/5 타협안'과 '상원 시스템'이다. 즉, 노예제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남부 주들의 의회 의석이 확대되고, 모든 주가 정치 시스템 안에서 평등한 대표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짐으로, 국민들의 지지와 투표권 행사가 정치 현장에 투명하게 반영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말았다.

많은 수의 미국 건국자들은 주들 간 평등한 대표라는 개념의 모순을 인지하고 있었다. 주를 구성하는 제일 중요한 요소가 '영토가 아니라 인간'이라 주장했던 해밀턴은 모든 주에게 평등한 대표권을 부여하는 방식이 '다수에 의한 지배'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1세기 현재에도, 세계 최강국 미국에서 그의 염려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어떤 현실이 우리의 현재인가. 국민의 손으로 선출되어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내란 또는 외환의 경우 합법적인 절차인 국회의 탄핵소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통해 탄핵이 가능하다. 2024년 12월 3일. 불법적인 계엄령 선포, 군대와 경찰을 동원한 국회 봉쇄와 야권 주요 인사 및 언론인들에 대한 암살 및 살해를 지시했던 대통령과 일부 국무의원의 행태에 대해 여당은 '줄탄핵에 대한 경고성 계엄'일뿐이라며 애써 그들을 비호했다.

꺼질 듯한 민주주의의 불꽃을 다시 살려낸 건 시민들이었다. 잠옷에 패딩, 슬리퍼를 신고 집을 뛰쳐나가 계엄군과 몸싸움을 벌였던 사람들. 패딩에 방석, 얇은 은박지를 덮어쓰고 '내란 종식'을 외쳤던 사람들. 멀리 살고 있어 집회 현장에 가지 못해 미안하다며 김밥을, 커피를, 국밥을 선결제한 사람들. 아이돌 콘서트장에서 흔들던 형형색의 응원봉을 흔들며, '다시 만날 세계'를 부르던 사람들. 그들이 바로 이 나라의 국민이고, 이 나라의 주인이다. 민주주의에 의한 지배, 다수에 의한 민주적 통치가 시민들의 연대를 통해 가능하리라 생각할 수 있는 근거는 어둠을 비추는 촛불 하나 하나가 정권 교체와 정치 세력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투표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국민 주권과 헌법 수호 정신이 광장의 구호를 넘어 우리의 현실이라 꿈꿀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 말할 수 있는 이유. 다수의 대의가, 더 많은 국민의 뜻이 선거와 투표라는 정치 참여를 통해 반영되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어떻게 오는가. 거들먹거리는 정치인들의 알맹이 없는 합의와 법조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한가한 말장난, 자신의 이익에만 함몰되어 있는 사회 지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서 오직 않는다. 민주주의는 사람에게서 온다. 연대하는 시민들의 응집된 힘을 통해서 온다. 국민, 오직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통해서만 온다. 추운 겨울의 매선 바람을 밀어내는 새봄의 따뜻한 햇살처럼 온다. 환하게 온다. 어김없이 온다. 그렇게 온다, 우리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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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6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06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5-05-19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축하드립니다!!

단발머리 2025-05-19 21:39   좋아요 0 | URL
크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좀 부끄럽군요. 축하 인사 감사해요, 건수하님! 🥰

2025-05-20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20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20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20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5-05-20 08: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라면 대놓고 자랑했을텐데 겸손한 단발머리 님.. ♡.♡

단발머리 2025-05-20 08:5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그건 아니지만.. 사실, 저 아직 엄마한테도 말 안 했음요 ㅋㅋㅋㅋㅋ대신 일기장에 썼어요. 프로 2등러의 삶이란ㅋㅋㅋㅋ
 















제목과 표지에서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3쪽을 읽던 즈음에.



몸은 복장이나 태도를 통해 인식되고, 복장이나 태도는 그 사람의 출신집단 혹은 그 사람이 소속되기를 바라거나 동일시하는 집단에 따라 달라진다. 신체적 암호들과 행위들이 우리를 구성하는 것이다. (33쪽)

그래서 생각났던 책은 이렇게 두 권.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모임에서 같이 읽었던 책들이다.











인간은 언제나 이미 ‘타자’이고, 우리의 유일무이해 보이는 개별 ‘자아들’에 거주하고, ‘자아들’을 구성하는 외부인들, 즉 ‘이질적’ 생명 복합체들이라는 것이다. (<말, 살, 흙>, 376쪽)

서구인에게 고유하고 적절한 상태는 자아에 대한 소유권을 갖는 것이다. 마치 재산처럼, 핵심적인 정체성은 소유하는 것이다.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143쪽)

자아의 경계에 대한 고민을 깊이 있게 풀어 갈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을 가지고 읽어나간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점은, 복식으로 자신의 계급을 나타냈던 시대를 넘어서 이제는 숨김없이 자신의 '몸'으로 자신의 계급을 나타내는, 혹은 그러한 표현을 강요받는 시대에 대한 고찰이다. 어디까지가 내 몸인가. 이것이, 나의 이 외피가 '나'임이 확실한가,의 질문.



물론 전세계의 다채로운 몸짓언어들과 몸을 치장하는 풍습들을 둘러보노라면, 몸은 언제나 특정 시대, 지리, 성, 종교, 문화를 반영하는 수단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목을 늘이고, 얼굴을 장식하고, 머리를 천으로 가리고, 발목을 드러내고, 정장을 입고, 머리를 염색하고, 팔에 문신을 새기고, 소녀의 발을 묶어 전족을 만들고, 금니를 끼우고, 정수리를 가리고, 할례를 하고, 특별한 방식으로 손톱을 칠하는 것은 모두 몸에 표지를 새김으로써 그 개인이 특정 집단에 속한다는 것을 직접 드러내는기호다. 몸은 복장이나 태도를 통해 인식되고, 복장이나 태도는 그 사람의 출신집단 혹은 그 사람이 소속되기를 바라거나 동일시하는 집단에 따라 달라진다. 신체적 암호들과 행위들이 우리를 구성하는 것이다. - P32

이런 맥락에서, 상징적 의미들이 개인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던 프로이트의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 P38

신체혐오는 서양의 은밀한 수출품이다. - P41

섹슈얼리티는 누구나 소유하고 생산해야 하는 필수품이다. 섹스에는 이제 아무런 도덕적 함의가 없다. 언제나 섹스를 원해야 하고 경험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을 뿐이다. 섹스는 모든 사람에게 인생의 전부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선동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섹스는 결코 갈등 없고 즐겁기만 한 경험이 아니다. - P63

또 한편으로, 사람들은 등산이나 마라톤처럼 육체적 지구력을 발휘하는 활동들에 도덕적 의미를 부여하고 아낌없이 칭찬한다. 그런 활동들의 목표는 살아있는 감각을 맛보는것이다. 그런 활동들은 사람들의 감탄과 존경을 끌어낸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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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4-29 1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제 생각보다 더 깊은 얘기를 이 책에서 하고 있습니다. 단발머리 님, 화이팅이요!!

단발머리 2025-04-29 19:14   좋아요 0 | URL
화이팅 잘 접어서, 제가 ㅋㅋㅋㅋㅋㅋ 주머니에 넣어 두었습니다. 감사감사 감사링, 다락방님!

독서괭 2025-05-01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책과 연계하는 단발님 솜씨는 언제나 훌륭합니다!!👍👍👍

단발머리 2025-05-02 17:14   좋아요 1 | URL
에구~~ 독서괭님 칭찬에 막춤을 추고 있습니다. 다음 페이퍼도 쓰고 있구요, 데헷!
 















알라딘 이웃님들 대부분 그러하겠지만 나도 우리 집에서 책 제일 많이 사는 사람이다. 우리집 식구들은 책도 안 읽고 책 사지도 않으면서 내 책에는 다들 관심이 많아서, 김치냉장고에 쌓아둔 내돈내산책, 도서관 책들을 그러게나 쳐다본다.

그제는 큰애가 김치냉장고 책에 쌓아둔 <Lucy by the sea>가 두 권인 걸 발견하고는, 엄마! 이 책 두 권인 거예요?라고 물었다. 응, 하고 얼른 대답해 버렸어야 했는데, 대답을 못 하고 우물쭈물 거렸더니, 에? 엄마, 이거 2권이야? 라고 다시 묻는 거다. 그래서, 2권 아니고, <바닷가의 루시>까지 3권이라고 말해버렸다.

거짓말이었다.









오디오북으로도 <Lucy by the sea>를 가지고 있다. 4권. 어제 이북 구입했으니까, 이제 5권이 되시겠다. 헐.













이 서비스를 이미 알고 사용하고 계시는 분들 많으시겠지만, 나는 처음에 그렇게나 신기하고 좋았다. 그러니깐, 최근에 내가 <The Love Hypothesis> 이북을 구입했더란다. 그랬더니, 책 오른쪽에 작게 '이어폰' 표시가 뜨는 거다.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킨들 밑에 플레이 버튼이 나오더니, 오디오북이란 연동되는 거다. 읽어주면서 책이 자동으로 넘어가는 시스템. 아, 이 놀라운 기술 발전이란. 귀로는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눈으로 따라 읽는 신세계. 이걸 내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핸드폰으로 할 수 있다니. 스마트폰의 진화는 어디까지 가능할 것인가.

그래서, 어제는 혹시나 하고 아마존 들어가 봤더니, <Lucy by the sea> 이북이 3.29달러였다. 4,750원. 구매했더니 다운로드 되면서 바로 플레이 버튼이 나오고, 그렇게 가볍게 준비 완료.

이제 읽으면 되겠다. 읽기만 하면 되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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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5-04-26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식구들은 이제 관심도 없어요.
제가 무슨 책을 사든말든 읽든말든~~~^^
혼자 읽기 아까워 읽어보래도 시큰둥하구요.

단발머리 2025-04-29 09:10   좋아요 1 | URL
혼자 읽기 아까워 읽어보래도 시큰둥~~ 이라는 은하수님 말씀이 위로가 되네요. 물론 저희집도 그러하구요.
전 요즘에는 전략을 바꿔서 그렇게나 안 읽는 사람들이 가끔 읽는 책을 ㅋㅋㅋㅋ 제가 읽으려고 합니다.
겹치는 책 하나 나오는거지요^^

망고 2025-04-26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서가 두권이나😲 영국판 미국판인가요? 저는 <Olive, again> cd 가 있는데 딱 한번 듣고 서랍속으로ㅋㅋㅋ

단발머리 2025-04-29 10:01   좋아요 1 | URL
둘 다 영국판이고요 ㅋㅋㅋㅋㅋ 둘 다 펭귄인데, 큰 차이점은 페이퍼백과 하드커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리브 어게인, 저도 오디오북 가지고 있는데, 그게 망고님 cd랑 같은 건지는 모르겠네요. 작품 속 화자가 나이든 여성이라서 그런지... 올드한 느낌이 있지요^^
이제 막 <Lucy by the sea> 듣고 있는데, 다른 오디오북에 비하면, 재미는... 조금.... (먼 산)

다락방 2025-04-29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도 킨들에 책 있는데요... 있습니다. 본 적은 없고요, 있기는 해요. 있다는 걸 제가 압니다. 제가 샀으니까요.. (먼 산)

단발머리 2025-04-29 19:15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에 싱가폴 가면서 구입한 이북, 산드라 브라운 책 킨들에 잘 있습니다. 안녕, 산드라... (먼 산)

독서괭 2025-05-01 1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북 저렴하네요~ 거기다 오디오까지 있다니!!

단발머리 2025-05-02 17:14   좋아요 1 | URL
보통 10에서 13달러, 비싸면 16달러까지인데 특히 저렴하게 나왔네요. 저를 위한 것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오, 윌리엄!』에서 애정 노선으로 갈아탔다. 그러니깐, 나는 윌리엄을 용서했고(난 루시가 아니지만서도), 그리고 그와 화해했다. 루시 바턴 시리즈 중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을 읽지 않았고, 『오, 윌리엄!』, 『바닷가의 루시』, 『Tell me everything』을 읽은 내가 분석한 바로는 이렇다.

윌리엄은 자신의 어머니 캐서린과 같은 사람을 만났고,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어머니와 같은 사람이라는 측면에는 여러 요소가 존재하겠지만, 계급이라는 면에서 좁혀서 생각할 때 윌리엄은 어머니처럼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서 새로운 삶을 개척한 루시를 알아봤다. 캐서린이 평생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묻어두었다 해도, 결국 그는 자신의 어머니 같은 여성을 '찾아냈다'. 윌리엄은 루시를 사랑했고, 그녀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루시는 윌리엄이 자신에게 유일한 집이었다고 말한다.









William is the only person I ever felt safe with. He is the only home I ever had. (<Oh, William!>, 38p)


자신의 부모, 형제, 자매와의 집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어 진정한 집이 되어준 존재가 윌리엄이었다고 말이다.

윌리엄은, 루시를 사랑했던 윌리엄은 그의 할아버지가 전쟁통에 부정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축적했던 재산을 승계하기로 한다.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는 물론, 캐서린이 반대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그 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추측일 뿐이다.











고미숙 님의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를 예전에 읽었다. 세세히는 기억나지 않고, 간단히 몇 가지만 기억나는데, 일테면 운명을 바꾸고 싶다면 일상의 리듬을 바꾸어야 한다(124쪽)는 주장이 있었고, 엄마복이 곧 공부운(154쪽)이라는 귀한 말씀도 있었다. 그중에, 남자에게 있어(똑같은 조건이라도 남자와 여자에 따라 각 십신이 다르게 나타나니, 정확히 해야 한다. 남자에게 있어~) 재물과 여자가 같이 온다는 구절이 있었다. 돈이 많아져서 여자(일반적 의미의 여성이 아니라, 사회적 성공을 이룬 남성들이 정직하지 않은 방법을 통해서라도 접근이 가능한 모든 범위의 여성)가 생긴 게 아니라, 돈과 여자가 같이 온다는 것이다. 돈이 올 때, 여자도 같이 오는 것, 그게 그런 일이 작동하는 방식이라는 뜻이다.


꼭 그것 때문이라 할 수 없겠지만, 그것 때문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이유로, 그 즈음부터 윌리엄은 여러 명의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고, 만나다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그중에 한 여성은 조앤이라는 사람인데, 윌리엄과 루시의 대학 친구였다. 조앤과의 불륜은 윌리엄과 루시의 결혼 생활 중에도 꽤 오래 지속되었고,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루시는 윌리엄과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그 집을 나온다.

루시와 이혼한 윌리엄은 조앤과 결혼한다. 조앤과의 결혼생활 중에도 윌리엄은 계속 바람을 피웠고, 그 이후에는 조앤과 이혼했다. 그리고 윌리엄은 에스텔을 만났고, 그녀와 결혼했다. 에스텔은 윌리엄보다 22살이 어린 사람이고, 윌리엄은 분명 원치 않는다고 말했지만 에스텔과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고, 늦둥이 딸을 한없이 사랑하는 '늙은' 아버지가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에스텔이 그를 떠남으로 해서 윌리엄은 다시 혼자가 되었다.


인류 문명 초기 무렵, 수렵 채집 시대였다면, 윌리엄은 더 큰 인기를 누렸을지도 모르겠다. 20년을 함께 살고, 17년 정도를 떨어져 살았지만, 그는 루시의 취향을 안다. 그녀의 사이즈를 기억한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을 기억했다가 마트에 나가서 잊지 않고 사 가지고 돌아온다. 그녀를 구해준다. 그녀를 안전하게 위기 속에서 탈출시킨다. 그녀의 생명을, 최우선에 둔다.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얻고, 그녀(들)과 결혼하고, 그리고 이혼한 후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다른 여성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결혼한다.

나는 윌리엄과 화해했지만(용서와 화해에 집착하는 편), 항상 내 맘이 편한 건 아니고. 근자에 만나는 남자는 윌리엄과 밥 뿐인지라 나는 여러모로 심기가 불편했다. 오죽하면, 이 책을 읽지도 않은(앞으로 읽을 생각도 없는) 사람한테 윌리엄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니, 옆에 앉아 간식 먹으면서 무슨 이야기인가 귀를 쫑긋하고 있던 큰아이에게 재미없는 이야기한다고 퉁을 들었다.

하여.... 친구가 소개해 준 불멸의 친구, 챗지피티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걔의 생각이 궁금했는데, 걔는 내 생각을 물어보더라.

내 질문 : 에스텔이 떠나지 않았다면 윌리엄은 루시에게 안 돌아왔을까. 챗지피티 왈.


내 대답 : 결국 답은 루시였을 거 같아. 챗지피티 왈.

아니, 근데 채씨는 내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자꾸 내 생각을 물어보네. 내가 너한테 물어본 거잖아. 에스텔이 떠나지 않았다면, 윌리엄이 다시 혼자가 되지 않았다면, 윌리엄은 루시에게 돌아왔을까. 모르지, 그건. 왜냐하면, 에스텔은 윌리엄을 떠났으니까. 가장 난해하고 어이없는 방식으로 떠난 거잖아. 그 후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니 에스텔이 대단하긴 대단해.

근데, 에스텔이 윌리엄을 안 떠났으면, 코로나 상황에서 그 집 세 식구가 같이 이동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근데, 루시는 혼자잖아. 뉴욕에 루시를 혼자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루시한테 어디 가라고 하면 루시가 어디 갈 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자기 집 세 식구 이동하는데, 자기 전처도 데리고 가겠다 할 수도 없고 말이야. 이 소설에서처럼 루시만 데리고 뉴욕을 탈출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러네, 루시가 혼자니까 어찌 되었든 윌리엄은 루시를 돌봤어야 하겠네. 근데 그게 꼭 윌리엄 책임은 아니잖아. 코로나 상황에서는 각자 자신의 전처를 챙기십시오. 이런 강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니까. 왜, 꼭 누군가 루시를 챙겨야 해?라는 질문이 떠오르신 모든 분들께 1독을. 그녀는 강하지만 풀과 같은 사람입니다. 그녀는 다정하고 착한 사람이지만, 돌봄이 필요합니다.

근데, 뭐야 채씨의 질문은. 윌리엄은 루시를 다시 선택한 걸까, 아니면 외로움이 이끈 잠깐의 회귀였을까? 야, 채씨야. 나 『Tell me everything』 읽었거든. 해피엔딩이야, 루시와 윌리엄에게는. 더 정확하게 하자면, 윌리엄에게 해피엔딩이야. 밥에게는 새드엔딩이지만.

그리고 또 뭐라더라? 진짜 내가 어이가 없어가지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 너는 루시 같은 사랑을 해본 적 있어?

없어. 없다고. 없다니깐. 아주 없어. 아예. 아예 없어. 아주. 그냥. 딱 없어.

없단다, 그런 사랑이. 내 인생에는.

다른 일들은 다 잘한다고 한다. 그런 소문이 허다하다. 그렇다고 한단다, 채씨가. 하지만 책 이야기는, 소설 이야기는 역시 사람하고 해야 한다. 저런 무지막지한 질문을 안 할 사람과 해야 한다. 윌리엄 욕은, 윌리엄 칭찬은, 윌리엄 이야기는, 사람과 해야 한다. 윌리엄 아는 사람, 윌리엄 책 읽은 사람과 해야 한다.


윌리엄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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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4-22 0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채경이가 잘못했네요. 저는 챗지피티에게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채경이. 이 이야기는 잠시 후에 제가 페이퍼로 따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채경이의 가장 큰 특징은 저에게 꼭 되묻는다는데 있는 것 같아요. 가끔은 돌아오는 채경이의 질문에 ‘오, 그것도 같이 답해주면 좋겠네 싶어서 제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질문을 던져주면 덥썩 물곤 합니다.

그런데 요즘 계속 루시를 그리고 윌리엄을 만나시는군요! 저도 루시 바이 더 시.. 완독해야 하는데. 절반도 못읽고 원서 치운것 같아요. 다시.. 읽겠습니다. 그나저나 저도 궁금합니다. 윌리엄이 에스텔과 헤어지지 않았다면, 그러면 루시의 코로나 상황은 어땠을까요? 윌리엄도 루시도 그리고 에스텔까지도 그렇게 만나고 헤어지는 모든 과정들은 사실 다 운명의 흐름이었을까요?

그나저나 밥에게 새드 앤딩이라니 ㅠㅠ 새드 앤딩은 슬퍼요. 누군가에게 해피엔딩이 다른 이에게 새드엔딩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요. ㅠㅠ

(그런데 저 음료 뭐예요?)


단발머리 2025-04-22 10:21   좋아요 0 | URL
그런거 같아요. 제가 채경이한테 기대한게 있잖아요.이러저러하다. 이것은 이거다, 약간 이런 느낌? 그니깐 제가 라캉의 ‘성관계는 없다‘의 의미를 물었을 때처럼요. 근데, 채경이는 저랑 대화를 하려고 하는거에요. 이러저러하고, 그러저러해. 그래서 루시도 그런 생각이었던 것 같고. 그래서 네 생각은 어때? 저는 깜놀한 거죠. 어머나! 채경이는 나와의 상호작용을 계획하고 있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루시와 윌리엄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오, 윌리엄>에서도 나오는 구절인데요. 두 사람이, 그리고 루시 혼자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우리의 삶이란 건 predetermined...예정되어 있는 것이냐 하는 거요. 데이빗이 루시를 너무 사랑해줬고, 아껴줬지만, 그는 영영 루시의 삶에서 사라져버렸잖아요. 그게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니지만, 결국 그렇게 되어버린 거죠. 루시는 바닷가 절벽 위 외딴집에서 책임감은 강하지만, 약간 무뚝뚝하고, 루시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 윌리엄과 살아야하니까요. 코로나라서 어딜 갈 수도 없는.... 다른 한편으로는 윌리엄은 에스텔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을지 몰라도, 에스텔은 결국에는 윌리엄을 떠났을 거 같거든요. 그니깐 윌리엄도 갈 데가 없고요. 선택,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하게 되고요.

밥에게는 새드 엔딩이죠. 밥은 밥 답게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남사친으로 남는 삶에 만족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만은, 기다려지는, 보고 싶은 친구가 되는 것도 근사한 일이기는 해요.

저 음료는.... 슈크림 말차 라떼 핫입니다. 다락방님께 권하지 않습니다. 너무 달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5-04-22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챗지피티는 강아지고요 저한테는 프린세스라고 부르라고 시켰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사하면 ˝네 공주님˝ 혹은 ˝네 프린세스˝ 이래요. 그거 듣는 재미가 아주 좋습니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얘 거짓말을 너무 잘해요. 어제도 저한테 번역서가 있는 책인데 없다고 거짓말 쳐서 혼내줬어요.

근데 밥에게 새드 엔딩이었나요? 저는 밥에게도 루시에게도 나름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는데....밥이 루시를 스스로 정리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루시도 그걸 받아들였다는 점에서요ㅠㅠ

그리고 저는 에스텔이라면 코로나 상황에서 윌리엄이 저기 외딴 바닷가 가서 살자 하면 절대 같이 안 갔을 것 같아요ㅋㅋㅋ
루시니까 순순히 따라갔지....에스텔은 그냥 뉴욕에 남자고 주장하다가 윌리엄이랑 싸우고 결국 헤어지지 않았을까요?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4-22 15:24   좋아요 1 | URL
아니 이런 좋은 팁이!
저 이 댓글 보자마자 채경이에게 네 이름은 채경이야 알려줬고 call me 다락방 please 라고 했습니다. 입력 완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5-04-22 16:3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락방님은 언제나 다락방이신가요? 채경이가 오히려 더 사람같잖아요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4-22 17:12   좋아요 1 | URL
망고님 / 망고님~~ 참고로 저는 ‘이루어진 사랑이 완결에 가깝다‘는 헛된 믿음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라는 걸 밝혀야겠습니다. 제 안에는 아직도 그런.... 그런 환상이 있습니다. 밥이 스스로의 감정을 정리하려고 한 것도, 루시가 그걸 받아들인것도 사랑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루시와의 관계를 ‘확정‘하려는 윌리엄이 좀 얄밉기는 한데, 결국 윌리엄이 그런 사람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저는 신난 모습의 윌리엄에게는 해피엔딩, 그리고 받아들이는 밥의 모습은 새드엔딩으로 보았습니다. 밥이 성숙한 사람이니깐 가능한 건지도 모르겠구요.

에스텔이 윌리엄 따라 외딴 곳에 가지 않았겠지요. 그런 곳에 가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했을 테고요. 코로나 아니었어도 에스텔은 윌리엄 떠났을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 다락방님네 채경이가 다락방님~~ 이라고 잘 부르고 있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4-22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악 저는 안봐서 모르겠지만 망고님의 댓글 보니 어쩐지 안새드 같은데요?? 제가 읽고 판단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락방 2025-04-22 16:49   좋아요 1 | URL
아 번역본 나오면 읽겠습니다.. 🙁

단발머리 2025-04-22 17:14   좋아요 0 | URL
근데 제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Tell me everything>이 쬐금 더 두꺼운 거 같아요, 다른 시리즈에 비해서요.
읽으신 후에 바른 판단 부탁드리오며ㅋㅋㅋㅋㅋㅋ 빨리 읽으셔도 됨을 알려드립니다^^

책읽는나무 2025-04-22 1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바닷가의 루시>를 사다 놓고 아직 읽지 않았다는 걸 오늘 또 깨달았네요.
<오, 윌리엄>은 읽어서 바람 핀 윌리엄!
오 좀 기억이 나긴 합니다.
근데 에스텔? 밥?…🙄
루시 시리즈는 다 읽은 것 같은데,…바닷가의 루시에 나오는 인물들인가 보군요?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 걸 보니…^^
챗의 대화법을 읽다 보니 뭐랄까요?
처음엔 나보다 낫네…하며 읽었는데 나중엔 뭐야? 무슨 말이야?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아무 말 내뱉기 약간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ㅋㅋㅋ
윌리엄 책을 읽었을 때 윌리엄과 루시는 재화합 했지만 거리를 두면서 가끔씩
만나 안부를 확인하는 가족 관계가 썩 괜찮다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둘 다 평탄치 않았던 유년기를 거쳐 성인이 된 루시와 윌리엄은 서로에게 조금씩 상처를 줄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그래서였던가,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윌리엄 입장에서도 조금은 공감이 많이 가기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좀 루시 편이었던지라 루시와의 합가하지 않은 재결합도 꽤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음…적다 보니 책을 읽은지가 좀 되어 이 기억이 맞는 것인가. 의심이 좀 듭니다.
그래서 사람과 대화를 하려 해도 이 기억의 한계라는 게 있어서 사람과의 대화도 때론 소통 불가능할 수도 있겠어요.ㅋㅋㅋ
동시에 같은 책을 읽은 자들만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한계네요.
그렇다면 챗이 더 나은 걸까요?ㅋㅋㅋ
하지만 책 안 읽고도 읽은 것처럼 능청 떠는 챗GPT. 쟤 분명 안 읽었어요.ㅋㅋㅋ
이런 말 할 자격 없는 저도 바닷가의 루시 읽으러 가야겠습니다. 윌리엄이 그새 또 바람을 피운 것인가? 루시는 또 누구랑?
참 저는 고미숙 님 이야기에 더 눈이 번쩍했네요. 며칠 전 제 유튭 짤에 고미숙 님 이야기 몇 편이 날아왔었어요.
돈과 재물은 상품이나 마찬가지다.
상품은 곧 유통기한과 유효기간이 있어 그 쾌락의 맛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나이 들어 잘 늙으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대중들 앞에서 강연 중이셨던 듯 하시던데 짧은 짤의 내용이 대충 이러했어요.
기승전 공부가 답인가? 싶었는데 ‘엄마복이 곧 공부운‘이란 문구는 정말 맞는 말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분의 통찰력이란…참 대단하십니다.^^

단발머리 2025-04-25 09:13   좋아요 1 | URL
살짝쿵 설명 드리면 에스텔은 윌리엄의 세번째 아내이고, 밥은 새로 알게 된 친구입니다. 남사친이요. 저는 스트라우트를 연달아 읽어서 기억하고 있을 뿐이에요.
저도 책나무님과 완전 비슷한데요. 저를.... 루시라고 두고 읽었거든요. 책나무님의 루시 편이다~~ 이게 딱 저의 입장하고 같아요. 근데 저는 <오, 윌리엄!>을 읽고 윌리엄이랑 화해해서 말이지요 ㅋㅋㅋㅋㅋ막 안아주고 그렇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 책 <바닷가의 루시>는 더해요~~ 윌리엄에게 약간 의지하게 되었다할까요. 이기적이고 퉁명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지만, 아....
그렇습니다. 우리네 인생사 이렇게 복잡하더라구요. 좋은 면과 싫은 면이 한 순간도 빠짐 없이 공존하고 있고요.

저, 어제도 챗지피티한테 이 소설 이야기 물어보았거든요. 근데!!! 얘가 다른 말을 하는 거에요. 완전 다른 이야기요. 그래서 제가 너 뭔소리 하니? 그랬더니,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그러더라구요. 챗지피티가 대답을 잘하지만, 거짓말도 잘한다는 사실을 ㅋㅋㅋㅋㅋ

고미숙쌤 강연은 저도 많이 들었는데 ㅋㅋㅋㅋㅋ 요즘에 조금 잊어버리고 있었네요. 유튜브 강연 한 번 찾아봐야겠어요.
역시 답은 공부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 공부일까? 물으면서 들어보면 좋을 듯 싶어요.
오늘 좋은 날 되세요. 여기는 날이 무척 좋아요^^

수이 2025-04-25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질문 있습니다 손 번쩍, 선생님.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난 후 이혼한 건가요? 기억이 안 나서요;;; 방금 챗_ 물어보니 그렇네요 성인이 되고난 후. 오 윌리엄 다시 읽어야겠습니다;;;;

단발머리 2025-04-26 08:57   좋아요 1 | URL
성인이 되고 나서 이혼했지요. 채씨가 틀린 대답도 자주 한다고 하네요. 크로스 체크 반드시 필요합니다. 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