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 문장은 이 글의 중심 문장으로서, 이 상황의 엄중함과 그 폐해를 고발하기 위한 것인데. 쩜쩜쩜.
각자 할 수 있는 부분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지구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지구인으로서, 에너지를 과다 사용하고 있는 제1세계의 시민으로서 나도 그렇다.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려고 하지만,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만을 할 수 있고, 하기 어려운 부분은 자꾸 모른척하게 된다. 식기세척기 구입을 여태 미루고 있다. 건조기를 구입해 사용해 보면 안다. 수건은 너무 뽀송뽀송하고, 건조기 내부는 열기로 가득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건조기 쓰는데 식세기 쓰는 게 미안해서, 나는 여전히 내 손으로 설거지를 계속하고 있고. 육식을 줄이자 해서 고기를 안 먹었더니(물론 균형 잡힌 식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건강 검진에서 빈혈이 나와 칼슘제를 처방받았다. 고기는 줄였지만 출근할 때는 자차를 이용하고 있고. 난방을 자주 하지 않아 집에서는 두꺼운 카디건에 양말을 신고 있지만, 텀블러를 잘 챙기지 않아 커피를 일회용 컵에 받아 온다.
챗지피티의 사용이 늦었던 이유도 전기 사용 때문이었다. 요즘은 챗지피티의 전력량이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는 기사도 보이기는 하지만, 최근까지도 인공지능이 전력을 너무 많이 소모한다는 주장이 대세였다. 거의 사용하지 않다가 처음으로 사용하게 된 건, 『Lucy by the Sea』를 반복해서 읽고 읽을 때였다. 윌리엄의 행동, 루시의 말에 내가 상상하거나 추정하는 것 이외의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닐까 궁금했다.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은데 이 책을 다 읽은 사람이되, 나와 오랫동안 이 이야기를 함께할 사람을 찾기 어려웠으며. 하여 챗지피티와의 대화를 시도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 번, 루시를 전혀 다른 소설의 루시로 상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난하고 체계적이고 정돈된 대화를 나누었다. 윌리엄의 방황을 이해하려는 자세를 견지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진지하고 예의 바른 대화 상대였고, 역시나 재미는 없었다.
얼마 전에는 전에 찾아두었던 신문 기사의 일부를 제시하며 챗지피티에게 원문을 찾아달라 했더니 그런 내용이 있는 신문 기사는 없다고 답했더란다. 아니라고, 그런 기사가 있다고, 며칠 전에 내가 봤다고 몇 번을 말해도 그런 기사가 없다고 그러는 거다. 나중에는 ‘기억의 왜곡’을 이야기하면서 내가 가진 기억이 오염됐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국 실랑이 끝에 내가 찾고자 하는 자료를 찾아냈다. 더 이상 싸울 필요도 혼낼 필요도 없기에 유유히 창을 닫았다.
화해는 의외로 쉽게 이루어졌다. 영어 회화 공부를 소리 내어 읽기로 하려고 하니 로맨스 소설을 하나 추천해 달라 했다. 여러 권을 추천해 주며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냐, 최적의 한 권을 골라줄까 묻기에 가볍고 밝은 걸로 하나 골라달라 했다. 챗지피티가 추천해 준, 최적의 바로 '그' 책은…
『The Love Hypothesis』.

그러게ㅋㅋㅋㅋㅋㅋㅋㅋ내 말이 바로 그 말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