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모임이 3시라는 건 알고 있었다. 참석하고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될까 하는 맘도 있었다. 알라딘 5공주의 공식 모임이라 여러 분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지만, 사실 그 분들은 나를 모르실터, 느닷없이 나타나, “안녕하세요, 단발머리입니다.”하는 것도 조금 우스운 일이라 생각했다. 순오기님께만 “저, 그 날 갈 수도 있어요.”하고 비밀댓글을 보낼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다른 일정 때문에 그 시간에는 갈 수 없는데, “몇 시까지 계실거예요?”라고 묻는 것도 실례가 될 것 같았다. 만약에 그 시간까지 그 장소에 계신다면 만날 수 있겠지, 그런 생각으로 버스 3대를 바꿔가며 그 곳으로 향했다.
중국어 공부를 시작한 딸애에게 야나문의 ‘중국어 강좌’를 알려주었다. 딸애는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이라는 태도였는데, 나는 매주 야나문에 가고 싶었기에, 딸애가 기분 좋은 때를 집중 공략해 “YES”라는 답을 받아냈다.
야나문에 도착하고, 까페주인이 건네주는 메뉴판을 받자마자 저 쪽에 모여 계신 표정 밝은 분들이 알라딘 분들이냐고 물었다. 까페주인 야나님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그 쪽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인사를 했다. 알라디너라는 한 가지 이유로 환하게 다정하게 맞아주셨다. 특히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순오기님과는 자매급 허그를 나눴다.
방금 자리를 떠난 프레이야님께 전화를 걸어 버스 정류장에서 인사를 나누고, 보자마자 기념촬영을 하고, 만나자마자 아쉽게 헤어졌다. 그 분의 책은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너무도 고운 님의 모습은 어두운 밤길도 밝힐 태세였다.
자리로 돌아와 순오기님, 야나님, 꿈꾸는섬님, 쑥님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웠다. 딸아, 너는 중국어를 공부하려므나. 엄마는 알라딘 분들과 수다를 떠마.
순오기님의 도서관 이야기, 숲해설가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국가 예산을 가져다 쓰는 일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새삼 알게 됐다. 꿈꾸는섬님과는 엄마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나도 초등 자녀를 둔 엄마인지라 꿈꾸는섬님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가깝게 느껴졌다. 쑥님은 ‘자기 자신이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한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이전에는 몰랐는데 내가 사진을 얼마나 못 찍는지 알게 됐다. 야나문의 실제는 훨씬 더 근사하다.
더 아기자기하고, 더 예쁘고, 더 지적이다.
순오기님은 그 분의 왕팬인 딸애에게 황선미 작가님의 청소년 장편소설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을 선물해 주셨고,
우리 모두에게도 이렇게 근사한 책을 한 권씩 선물해 주셨다. 내 책은 세 번째, 야나님이 추천해준 『악의 꽃』. 일독을 부르는 강렬한 외모다.
목요일에 또 야나문에 간다. 버스 환승 2번이 대수냐. 소한과 대한 사이, 한겨울 차가운 밤공기도 무섭지 않다.
딸아, 너는 중국어를 공부하려므나. 엄마는 야나님과 수다를 떨어야하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