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매가 자랑스러운 책
나쓰메 소세키 시리즈는 8권까지 구매했다. [풀베개]만 다 읽은 상태인데, 현재 읽고 있는 [산시로]만 빼고, 책장 가운데에 7권이 나란히 모여 있는 모습이 얼마나 뿌듯한지.. 이제 한가로이 ‘소세키’를 읽을 일만 남았다. 읽자, 이제는...
2. 아껴읽은 책 [신중한 사람]
이승우 작가님의 신작 [신중한 사람]을 아껴가며 읽었다. 주옥같은 단편들이다.
3. 빨리 읽은 책 [소설가의 일]
다음장이 궁금해 뒤로 미룰 수 없는 책이었다. 빠르게 읽었다. 읽으면서 웃었고, 읽고 나서도 많이 웃었다.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다시 읽을 참이다.
4. Thanks to를 가장 많이 받은 책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하얗게 빛나는 종이에 비치는 글자의 검은 줄에 자신을 던지는 일, 그 일의 즐거움에 대해, 그 일의 위대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Thanks to의 즐거움도 함께한다.
Thanks to여, 영원하라!
5. 자주 써먹은 문단이 있는 책 [책으로 가는 문]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아이들 책읽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주 써먹는 문단이다. 맥락에 맞춰 제대로 써먹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본다.
책을 읽으면 이러저러한 효과가 있다고 말하지 말자.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이 깊어진다거나 훌륭해지는 게 아니다. “태어나길 정말 잘했구나.” 아이들에게 이런 응원을 보내는 것이 어린이문학의 출발점이다.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한 권을 만나는 일이 더 소중하다.
6. 기억되었으면 하는 책 [종횡무진 한국사 상, 하]
남경태님의 책 [종횡무진 한국사]는 역사 읽기의 새로운 진면목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작가 특유의 숨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명작 중의 명작이다. 남경태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역사책의 책장을 넘기는 일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나, 행복해하며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인사도 못 했는데, 안타까운 부고 소식에 암담한 마음이다. 그 분의 다른 책들도 찾아봐야겠다.
7. 가장 가슴 두근거렸던 책 [초조한 마음]
많이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그렇게 얇은 책도 아닌데, 술술 넘어가는 책장에, 작중 인물 뿐만 아니라, 작가도 좋아하게 만들었던 놀라운 소설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츠바이크의 작품은 모두 읽어야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8. 2014년, 내가 뽑은 올해의 책 [눈먼 자들의 국가]
진심으로 대통령께 고하건대 아직 당신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당신도 분명 그 꽃다운 아이들을 구하고 싶었을 것이다. 선실 구석구석을 수색해 단 한 사람도 빠뜨리지 말고 구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기회가 당신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비서실장의 말 그대로, 누가 보기에도 생각보다 배는 너무 일찍 넘어갔다. 그러나 아직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라건대 각하, 지금 당신에겐
저 불쌍한 유가족들을
구조할 기회가
아직은
아직은 남아 있다는 말을 진심으로 하고 싶다. 그리고 이것은 마지막 기회이다. 역사가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단 한 번도 진실이 밝혀진 적 없는 나라에서 이 글을 쓴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기 때문이고 이곳에 발붙인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모두 한 배를 탔기 때문이다.
내릴 수 없는 배다. (62-3쪽)
<눈먼 자들의 국가> - 박민규
지난 11월 마지막 주는 아롱이네 반 녹색 어머니회 담당주간이었다. 8시부터 8시 40분까지 등교지도를 했는데, 첫 번째날은 학교 정문 앞에 서게 되었다. 초등학교 정문 바로 위에 중학교 정문이 있는데, 초등학교 아이들은 대부분 후문으로 등교하기에 정확히는 초등학교 등교 지도가 아니라, 중학교 등교 지도였다.
8시 25분,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언덕길을 오르는 아이들의 얼굴이 최대치인 시간, 가끔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려는 아이들도 있어, 내 긴~~ 팔을 이용해 제지하며 말했다.
“얘들아, 저 차 지나고 나서, 다음에 건너자.”
그러면 아이들은 금방 자리에 멈청서곤 했다. 햇빛처럼 빛나는 아이들, 젊음이라 하기에는 이르지만, 세상의 온갖 싱그러움을 간직한 아이들, 귀엽고 예쁜 아이들이 그렇게 언덕을 올라온다.
교복을 입은 그 아이들을 볼 때, 그 또래의 아이들을 볼 때마다 뒤돌아볼, 눈물 지을 사람들이 생각나, 또 한 번 마음이 침울해졌다.
이제 세월호 이야기는 그만하라고, 카톡 노란 리본도 그만 내리라고 말하던 요가 강사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난 요가강사를 이해한다. 요가강사의 아이가 죽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가강사의 조카가 죽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그 일이 정말 ‘운 나쁜’ 저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이고, 그 일은 나에게는, 내 가족에게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말할 수 있는 거다. 저 운 나쁜 사람들이 ‘극성스럽다’고 말이다. 자식이 죽었는데, 자식이 눈 앞에서 죽었는데, 극성스럽지 않을 사람이, 그런 부모가 어디에 있겠는가.
다른 작가의 글도 읽었지만, 특히 박민규의 글은 꼼꼼히 2번을 읽었다. 그의 애절한 호소가, 간절한 바램이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세월호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다.
9. 2014년, 올해의 문단 [독서의 즐거움]
하지만 우리는 일로만 평가받기를 거부해야 합니다. 우리는 사유, 즉 성찰, 계몽, 이해가 똑같이 가치 있다고 고집해야 합니다. 고전을 스스로의 힘으로 읽어 나가는 프로젝트, 즉 하루에 일정 시간 동안 앉아서 책 한 권을 읽는 행위는 생산물과 축적물로만 우리의 가치를 재는 세상에 맞서는 저항의 행위입니다. 뭔가 ‘생산적’인 다른 일 대신에 아침에 혼자서 책을 읽는 행위는, 가치 있는 존재가 되려면 구체적인 뭔가를 생산해야 한다는 명령을 거부하는 행위입니다.
자, 저항하십시오. 앉아서 성찰하는 기쁨을 느끼십시오. 인간이란 생산력만이 아니라 이해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고집하십시오. 아침에 눈을 떠서 부엌을 청소하고 서류를 정돈하기 전에, 무엇보다 고전을 한 권 집어 들고 읽는 시간을 가지기 바랍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5-6쪽)
부엌을 청소하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널고 개고 하는 것이 싫어 고전을 읽는 것은 아니다, 라고 말하기엔 부끄러운 삶이지만, 일단 이 모든 가정사보다 고전을 한 권 집어들어 읽는 시간을 가지라는 그녀의 말은 내게 너무나도 달콤해, 나는 그녀의 말을 따르려 한다. 문제는 어떤 고전이냐는 것인데, 일단 처음은 쉽고 가볍게 가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 아직 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10. 2014년, 올해의 작가
필립 로스. 그의 책 [미국의 목가 1, 2]를 읽었고, [유령퇴장]을 읽었고, [휴먼스테인 1, 2]를 읽었고, 지금은 [굿바이, 콜럼버스]를 읽고 있다. 다음으로는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와 [에브리맨]을 읽으려 하고 있고, [울분]과 [전락]도 눈여겨 보고 있다.
11. 2014년, 올해의 문장 [유령퇴장]
그 자넨 겨우 서른 살이야. 남자를 많이 수집했나?
그녀 몇 명이면 많은 건지 모르겠는데요. (다시 웃는다)
그 대학을 떠난 이후로. 그러니까 졸업식 이후부터, 자네의 남자를 유혹하는 힘으로 날 수집한 오늘 오후까지 말일세…… 그런데 지금 자네는 그런 능력이 전혀 없는 것처럼, 어린애처럼 행동하는군. 자네의 그런 힘에 대해 언급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나?
그녀 그런 얘길 듣긴 했어요. 제가 웃은 건, 선생님이 선생님 당신을 수집된 남자에 포함시키신다면, 제가 수집한 남자를 어떤 식으로 계산해야 할지 몰라서였어요.
그 자넨 날 수집했네. (190-191쪽)
올해의 문장은 ‘자넨 날 수집했네.’이다. 사실 수집된 건 나다. 그래서 이 문장은 이렇게 바뀔 수도 있겠다.
필립로스, 당신은 날 수집했어요.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요? @@
올해의 문장에 필립 로스의 문장이 뽑힘으로 해서, 필립 로스는 당당한 2관왕이 되었다. 축하드립니다, 필립 로스씨! 축하선물을 보내드리겠사오니, 비밀댓글로 주소 3종세트 보내주세요. 꼭이요~~
한 일 없이, 한 해가 다 가버렸다고, 또 한 살 먹었다고, 새치 아닌 흰머리라고 울적해했는데, 아주 많이는 아니지만 예상보다는 더 많은 책을 읽었다. 읽은 내용을 많이 기억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기억하지 못했다 해도 뭐가 대수인가. 책과 함께 보냈던 행복한 순간만 기억하면 될 것을.
무엇보다 책을 읽고, 책에 대한 감상을 적을 수 있는 ‘알라딘서재’가 있어서 너무 기쁘다. 그 책 참 좋지요? 저도 그 책 읽어야겠어요, 알라딘 이웃들의 반가운 댓글이 있어 더 신나게 감상을 적을 수 있었다. ‘공감’과 ‘좋아요’. 물론 나는 ‘좋아요’ 보다는 ‘공감’을 더 좋아하지만, ‘좋아요’가 더 많아지는 그런 세상도 금방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허접한 방에 찾아와 부족한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남겨주신 모든 알라딘서재 이웃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꾸.벅.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고, 더 멋지게 변해가는 나 자신을 상상해 본다.
그렇게 많이는 아니더라도, 조금, 아주 조금이라도 말이다.
갑자기 기대된다. 흥분도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