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바쁜데... 뭐라도 쓸 수 밖에 없는 아침이다. 진짜 너무너무 기쁘고 너무너무 신난다. 아... 나의 최애가 한강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고,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한강이 어렵고 힘들었다. 진입 장벽이 높은 작가라는 이야기(정희진 매거진 10월호)에 얼마나 좋아했던지. 그렇죠? 제가 낮은 거 아니죠? 한강 작가가 높은 거죠? 막 이러고 그랬다.
나는 『희랍어 시간』을 반 정도 읽었고,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만약 5.18에 대한 책을 한 권만 읽게 된다면 그 책은 꼭 『소년이 온다』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읽기를 내내 미뤄두었다. 그니깐 직면, 고통에 대한 응시가 내게는 아직도 버거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쩐지 모르겠다. 나는 광주를 귀히 여긴다. 나는 민주당의 대표 경선, 총선 득표 상황등을 볼 때 광주를 주목해서 본다. 광주 관련 기사는 찾아서 본다. 그러니까, 내게 광주는 선생님, 지시어, 화살표 그런 의미다. 광주는, 꼴등 노무현을 대선 후보 1위로 만든 곳이다. 죽음의 고통과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사람들, 아니 아직도 그 상처를 후벼파는 사람들이 정권을 잡는, 지지율 30에서 50프로에 육박하는 나라에서, 광주 사람들은 경상도 남자를 대선 후보로 올려주었다. 그러니까, 광주 사람들은 지역 구도를 넘어서는 것 뿐만 아니라, 김대중을 이어갈 만한 사람, 김대중 정신을 계승할 사람을 알아봤던 것이다. 피해자가 이런 스탠스를 갖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광주, 광주가 의미하는 그 모든 것을 존경한다. 지금 내가 '민주주의'라는 공기 속에 살 수 있는 건 오로지 광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광주에 대한 부채의식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런 광주를 알고 있다.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쓰는 건 다른 일이다. 쓰는 건, 다른 일이다. 깊은 밤, 아니면 이른 새벽에, 혼자 깨어 글자와 글자를 만지고 또 만졌을 그 시간들은, 고통에 정면으로 응시하는 그 시간들은, 얼마나 고되었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 나는 한강 작가가 이 수상을 크게 기뻐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니깐, 그 강을, 그 바다를, 그 암흑을 건너온 사람에게 노벨상 수상이라는 건 뭐랄까. 너무 작은,이 아니고, 너무 사소한,도 아니고, 너무 세속의,도 아니고, 너무............................ 가벼운? 가벼운 일일 수도 있겠다. 심연을 봐버렸으니까. 5.18도 무거운데 4.3.을... 아.... 한강 작가에게 존경과 사랑을 바친다.
『채식주의자』를 읽고 나서, 다시는 한강을 읽지 않아야겠다,고 한 내 결심은 어디까지나 나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 사회가 가졌던, 경험했던 역사에 대해 나는 사실로서만 알고 싶었다. 신문 기사같은 정보로만. 그 속으로, 그 이야기 속으로, 그 삶 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너무 두려웠던 거 같다. 하지만, 힘을 내서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쓴 사람도 있는데, 왜 읽지를 못할까, 이런 마음.
필립 로스에 한참 빠져 로스만 읽던 시절이 있었다. 이번에도 로스 사진 검색하면서 『포트노이의 불평』에 대한 기사를 봤는데, 뭐, 기사 제목부터 장난 아니다. 밥 먹으면서 그 책 아이들에게 읽어준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이 나다. 나는 아이들 밥 먹이면서 그 책을 읽어줬다. 로스 덕분에 아이들이 웃었고, 덕분에 남은 밥을 다 먹었다.
로스를 읽을 때 느끼는 감정을 두 어절로 표현하자면. "뭐, 이렇게까지..."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구. 뭐 거기까지 가세요. 아이구, 이제 그만... 그 정도면 됐는데...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다른 사람 책을 읽다가도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그러니까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읽을 때나,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는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가 그랬다. 아이구, 뭐 이렇게까지... 이런 생각. 나는 그게 예술가의 본질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파고 들어가는, 더 깊이, 더 아래로. 더더.
나는 한강의 작품을 1.5개 밖에 안 읽어봤지만, 내게 한강은 그랬다. 깊이, 더 깊이. 아래로, 더 아래로. 게다가 한강의 문장은 아름답다. 장담하건대, 빅토르 위고와 버지니아 울프, 주제 사라마구의 문장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노벨문학상의 일희일비하지 않으실거라는 거 알지만, 건강 잘 챙기시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좋은 작품을 써내시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이 맨날 기억에 남는 학생으로 강수연님을 말씀하셨고, 한 분이 한강 작가님을 언급하셨던 거 같은데, 학교에서 플랜카드 준비중인지 모르겠다. (플랜카드 좋아하는 편/대학동문 아님)
한강 작가님! 노벨문학상 수상 축하드려요!
제가 얼마나 많이 축하받았는지 모르겠어요.
알라딘 친구들 댓글도 많이 받았고 다른 친구들도 단톡방에서 저한테 축하한다고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우리의 자랑이에요, 한강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