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겨울방학이 중요하다 말해 초등생은 중학교 수학을, 중학생은 고등학교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당연한 이 때에,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데리고 여행을 간다. 이것은 여행인가 화보 촬영인가 옷가지를 캐리어에 밀어 넣으며 잠깐 고민이 밀려오는 찰나. 일단 가보자. 고민은 다녀와서. 일단 놀고 보자. 생각은 갔다와서.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결혼 전에 부모님과 여행 다녔던 기억이 거의 없다. 결혼하고 큰아이 낳고 나서도 여행은 커녕 여름휴가도 다니지 않아서, 큰아이 여섯 살 때 교회 식구들과 작은 콘도에서 1박을 하게 됐는데, 큰아이가 작은 방으로 끌고 들어가 문을 잠그고는 예의 진지한 모드로 물었다. “엄마, 여기는 누구네 집이야?”

그랬던 내가 여행을 간다. 교육적 목적이 표면적인 이유이고, 밥 차리는 일에서 해방이 실제적 이유다. 자다깨면 자꾸 밥을 대령해주는 메뉴 2가지의 기내식에도 감동하는 사람은 진정 나뿐인가.


가지고 온 책은 이렇게 5권. 정희진쌤 책은 언제 어디에서든 첫 문장부터 몰입하게 한다. 그녀의 고민과 그녀의 문장은 한 몸이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Eat pray love>는 숙제를 해야해서 가져왔다. 밀리면 나중에 힘드니까. <educated>는 어디로 보나 촬영용이고, 크레마에는 <2019 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들어있다. 동네도서관에서 대출한 이북은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다. 너무 뻔한 설정샷이라는 아이의 핀잔에도 책사진을 찍어본다.


짐을 꾸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지고 갈까말까 고민했던 책은 수전 팔루디의 <다크룸>. 성전환 수술을 감행해 이제 스테판이 아닌 스테파니가 된 아버지를 최대한 객관적인 기자의 눈으로 보려하는 수전의 말을, 나 또한 편견 없이 보려한다.

패키지 여행의 아쉬움이라면 무엇보다 음식이다. 신기하게 맛있었던 양갈비를 제외하곤 전체적으로 부실하다. 올리브 대잔치가 그런대로 괜찮은 정도. 현재 시간 오후 8시 25분. 터키의 밤이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20-02-18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단발머리님. 어디신가요? 보기에 터키 같은데... 아 여행가고 싶어요~

비연 2020-02-18 08:06   좋아요 0 | URL
아 마지막 문장에 ‘터키‘라고 쓰여 있네요! 제가 맞춘 ㅎㅎㅎ
터키여행은 제게 늘 즐거운 추억인데요. 사람들도 친절하고 도시도 멋지고 음식도 맛나고...
가게 들어가면 차도 막 주고 그러는데... 카파도키아가 특히 좋았었어요. 아 다시 가고 싶어요...

단발머리 2020-02-22 18:17   좋아요 0 | URL
네, 터키에 다녀왔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친절하더라구요. 관광지 아니고 휴게소 직원들도요.
저도 카파도키아가 좋았어요. 제게도 늘 즐거운 추억이 될 듯 합니다. 헤헤^^

다락방 2020-02-18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단발머리님!
터키가 세계 3대 미식국가중 하나라던데요!! 양갈비 외엔 부실했다니 아아 믿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남은 날들이 있으니 음식 후기 꼭 전해주세요. 제가 터키 너무 가고 싶어서 추석에 가려고 알아봤다가 시간이 안맞아서 흑흑 ㅠㅠ
올려주신 사진속은 말씀대로 올리브대잔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저도 가고싶어요.....

그런데..
책 너무 많이 가져가신 거 아닙니까?!

단발머리 2020-02-22 18:21   좋아요 0 | URL
으흠.... 전 패키지 여행이라서요. 차가 내려주는 곳에서 내려주는 식당에서 먹으니까 아무래도 선택의 폭이 좁은게 아니라 아예 없어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구요.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여러 케밥을 먹고 왔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가지 말라는 양가 부모님들을 뿌리치고 떠나는 여행길이라 출발할 때는 그리 즐겁지 않았는데,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터키를 여행지로 생각하고 계시다면 당연 추천입니다!

딱 한 권 읽었습니다. 정희진쌤 책이요!

잠자냥 2020-02-18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키에 맛난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요... ㅠㅠ 자 이제 오늘부터는 맛난 음식을 잔뜩 드시게 되길 바랄게요!
아, 저도 정말 다시 가고 싶습니다. ㅠ_ㅠ 올리브도 츄릅....

단발머리 2020-02-22 18:24   좋아요 0 | URL
여러 맛난 음식이 물론 많았습니다. 요는 호텔 뷔페의 제 접시를 올릴 수 없는 관계로 ㅎㅎㅎ 그러니까 터키 음식이 맛이 없었다기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사진으로 그 맛과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는 좀 약했다~~ 이런 느낌이었네요.
올리브를 많이 먹고 왔어요. 제가 한국에서 먹었던 것보다 더 짠맛이었는데, 빵과 묘하게 잘 어울리더라구요!

수이 2020-02-1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조건 놀기 무조건 놀기 무조건 :)

단발머리 2020-02-22 18:25   좋아요 0 | URL
무조건 놀기 무조건 놀기
찬성 무조건 : )

moonnight 2020-02-18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터키 가셨군요@_@;;; 즐겁게 잘 다녀오셔요^^

단발머리 2020-02-22 18:26   좋아요 0 | URL
잘 다녀왔어요, moonnight님!
장거리 버스 이동이 많아 좀 피곤하기는 했지만, 터키의 자연 경관에 맘껏 감탄하고 돌아왔어요!!

2020-03-05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19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