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내게 자주 하는 말은 ‘식구들 먹을 거 잘 챙겨라’이다. 엄마는 아니라고 하시는데, 엄마는 건강 강박증이 있다. 동생이 자주 하는 말은 ‘언제나 웃자’이다. 시어머니가 자주 하는 말은 ‘항상 조심해라. 불 조심하고, 차 조심해라’이다. 큰 아이가 내게 자주 하는 말은 ‘엄마, 배 고파요. 빨리 밥 주세요’이고 작은 아이가 자주하는 말은 ‘나 뭐해요? 심심해’이다.
늦은 밤이었다. 나는 서 있었고, 그녀는 앉아 있었는데, 이제 곧 내가 내릴 역에 지하철이 도착할 참이었다. 우리는 인사를 나눴다. 잘 들어가고요. 이런 말들이었던 것 같다. 이제 돌아서서 문 앞으로 가려던 찰나, 마지막으로 그녀가 말했다. 글 많이 쓰고요.
어두운 밤길 마을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리고 며칠간 그 마지막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글 많이 쓰고요. 누가 나에게, 헤어지는 인사로, 마지막 인사로, 마지막 당부로 “글 많이 쓰세요”라고 할까. 누가 나에게. 식구들 밥 차려주고, 식구들 챙기고, 불조심 해야하는 나에게. 또 밥을 차리고, 간식을 챙겨주는 것이 본업인 나에게. 누가 나에게 글 많이 쓰세요,라고 할까.
일, 즉 양적인 경험을 통해 인간은 현재 하고 있는 작업 이외의 것을 해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난다. (211쪽)
양적인 경험을 통해 현재 하고 있는 작업(글을 쓰는 일) 이외의 것을 해야 하는 의무(밥을 차리는 일)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글 많이 쓰라,는 그 말에 의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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