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의 글자가  개로 보이거나 3D 입체로 보이는게 타미플루 때문인지 아닌지 끝까지 알아 내지  했다감기약만 먹을 때는 감기약 때문이라고 생각했고타미플루를 먹을 때는 타미플루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감기약과 타미플루를 먹지 않는데도 글자가  개로 보였다피곤하면 글자가  개로 보이던가그랬던가생각해봤다뿌연 글자와 글자를 헤치며 책을 읽다가이러면  눈이 나빠질지도 몰라하면서 책을 덮었다매일 아이가 학교에 가고매주 내가 있던 공간에   있는 평범한 일상이 그리웠다, 말하기에는 너무 아팠다아이는   아프고어른은 늙을  아프다던데철이   어른은 어떻게 정산되는지… 그게 궁금하다아픈 시간 동안나는 컸을까 아니면 늙었을까 



















1. 한나 아렌트, 번의 탈출/마틸다/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책은 수연님이 올려준 페이퍼를 보고 읽고 싶었던 책이다. 바로 사진






14살이 무렵, 칸트의 저서를 전부 섭렵하고, 답을 모르겠기에 칸트가 읽은 책들까지 모조리 읽어버렸다는 14살의 한나, 『마틸다』  마틸다와 비슷한 모습의 한나. 책더미 한나의 모습이 보인다. 한나 아렌트라면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이라는 제목 밖에 모르지만, 그래픽노블을 통해서라면 그녀를 있게 되리라 기대가 컸다. 그녀의 사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이데거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책에 적힌 것만으로 판단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린 나이의 천재 소녀가 스승이자 연인을 향해 느꼈을 외롭고 쓸쓸한 마음이 자꾸 떠올라 괴로웠다. 마음에 그늘이 졌다,라는 문장 그대로다. 





















2. 잘돼가? 무엇이든


어느 분야가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영화 관련 직업, 중에서도 영화 감독은 경쟁이 치열한 직업군이다. 혼자 있는 일이 아니라서 거대 자본이 필요하고, 거대 자본은 흥행을 보증하는 작품에만 투자할 것이고, 흥행의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지금까지의 결과물을 토대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미스 홍당무> <비밀은 없다> 이경미 감독의 글을 모은 책인데, 영화 제목은 들어본 있지만 보지 않은 영화들이고, 크게 흥행하지는 했지만 나름 좋은 평가를 받았던 영화들인가 보다. 초반부에 백인 포비아의 그녀가 벽안의 남편과 만나게 이야기도 그렇고, 아래의 메모에서도 감지되는, 힘을 뺀 그녀의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 





















3. 단단한 영어 공부, 삶을 위한 외국어 학습의 기본/한국인과 영어   


책을 읽고는 적잖이 실망했는데, 실망의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니 저자 때문은 아니다. 저자는삶을 위한 도구로서의 영어’, ‘즐겁고 신나며 소통의 지평을 넓히는 공부로서 영어를 대하는 자세 대해 말하고자 했던 같다. 내가 기대했던 뭐랄까. 책을 읽고는 열심히 영어를 공부해야겠다 결심을 이끌어 주길 기대했던 같다. 영어공부의 새로운 동력, 영어공부의 색다른 동기부여. 응용언어학자가 들려주는영어, 쉽게 마스터하는 ’, 그런 것들을 바랬던 같다. ‘진짜 네이티브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미국식 백인 발음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거나완벽한 바이링궐은 신화적 존재라는 그의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그랬다. 실망의 첫번째 이유는 저자의순수한주장이 내게는 너무당연한이야기였다는 데서 비롯됐다. 


<Chapter 5. 어휘학습의 원칙들> 같은 경우도 그랬다. 단어를 외울 짝꿍단어와 함께 외우라거나, 기본의미와 확장의미를 함께 고려하라, 주장들은 모두 옳은 이야기이고, 맞는 말씀들이다. 문제는 영어라는 크고도 산을정복내지마스터해야만 하는 시간은 너무나 부족하고, 저자가 추천한 방법이 영어를 익히는데 좋은 방법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정말가능한방법이냐고 물을 밖에 없다는 점이다. 아쉬움이 남는다



강준만 교수는한국인과 영어』에서한국 사회에서 영어는 이미내부 서열 확정하는 도구로 작동하고 있음을 인정하자 말했다. 이런 인식에 찬성한다.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밖에 없어서 영어를 공부해야 함을 인정하는 편이 낫다. 영어공부는 땅에 사는 우리 모두가 피해갈 없는 필생의 과업이기에, ‘피할 없으면 즐겨라 대상이 없다.  

















4. 성부와 성자 자본은 어떻게 자본이 되는가 


나는, 내가 읽는 책들을 이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해할 때도 있겠지만,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고, 잘못 이해할 때가 많을 거라는 생각도 자주한다. 이를 테면, 책의 이런 문장. 나는 문장들을 있는 그대로, 문장의 의미대로, 저자의 의도대로 제대로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단을 넘자마자 곧바로 고민하게 된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걸까, 나는 저자의 의도대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나는 고병권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고병권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그의 소개로 만나기로 약속한 마르크스를, 마르크스를 만날 있을까. 어째서 문단은 계속 의문문일까. 마지막 문장까지 의문문이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드는 왜일까. 




그러니까자본가인격화된 자본입니다. [, 199; ,233] ‘자본가자본 연기하는 사람입니다. 말하자면 인간의 탈을 자본입니다. 그러니까 <자본>에서 자본가의 주관적 목적은 자본 운동의 객관적 내용과 같습니다. 너무 어렵게 말했나요. 어떤 자본가가 많은 돈을 벌려고 눈에 불을 켜는 것을 <자본>에서는 사람의 독특한 성격으로 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자본의 끊임없는 가치증식 운동이 그를 통해 표현된 것뿐이죠. 마르크스의 표현을 쓰자면 자본가란 자본 운동의의식적 담지자입니다. [, 199; , 233] (62쪽) 







며칠을 앓으며 여러가지를 느꼈다. 거의 7-8년을 감기몸살 등으로 이틀 이상 앓아 누운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7-8 동안 먹을 감기약을 원없이 먹고 마셨다. 나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기침이 나고 가래가 끓고 머리가 아프니 세상 가장 우울한 사람이 되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의 침공에 쉽게 마음까지 내주고 말았다. 아무 일도 없었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제일 두려운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하고 싶은 일이 하나도 없었다. 몸이 아플 우울해진다는 , 처음 배운 것처럼 다시 알게 됐다. 스스로에 대해, 몸에 대해 너무 자신하고 살았다는 그제야 알았다. 그렇다고 이제부터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거나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겠다,라는 건설적인 결심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이제야 조금 제정신으로 돌아와 알라딘에 올릴 문장을 글자, 글자 타이핑하면서 다짐 아닌 다짐을 조그맣게 속삭여 본다. 살금살금 조심하자. 조심하면서 살자. 살금살금 조심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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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9-04-24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이제는 괜찮으신거죠? ㅠ
건강해야지 책도 열심히 읽고 이렇게 책에 대해서 대화도 나누고...
(응? 결론이 책으로..? )
자기 몸에 대해 자만하지 말고
조심하면서 살자! 저도 명심할께요 ^^
살금살금...( ~´・_・`)~

단발머리 2019-04-24 06:25   좋아요 1 | URL
네... 이제 나았어요. 아직 약은 이틀치나 남아있지만요. 건강해야 책도 읽고 책이야기도 할 수 있으니까 책 때문에라도 건강해야지요~~~*^^*
그나저나 블랙겟타님은 모든 인간사가 이모티콘으로 가능하네요~ 완전 신기해요ㅎㅎ

다락방 2019-04-24 0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 사회에서 영어는 이미 ‘내부 서열’을 확정하는 도구로 작동하고 있음을 인정하자” -> 이 말은 저 역시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봐요. 요즘 유튜브에 외국에서 살다온 이들이 한국인에게 영어로 말을 거는 영상이 올라온다더라고요. 서울대생들에게 영어로 말걸기,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로 말걸기. 대체 이런 걸 왜 하는걸까, 이런 거 하면서 ‘서울대 다니는데 영어 실력이 이만큼이다‘ 같은 거, 왜 보여주려고 할까요? 자기들이 살다 와서 영어 잘하는 게 큰 권력으로 그들에게 작동하는구나 싶으면서 너무 끔찍해졌어요. 대체 저런 영상을 왜 찍고 왜 올리지? 한국에서 한국인이 다른 한국인에게 영어로 말걸기? 하아-


저 역시 감기에 걸린 적도 없다고 자신하며 살았다가 이번에 계속 아프면서 겸손을 배워요, 단발머리님. 운동을 하고 좋은 걸 챙겨먹는 건 과연 얼마만큼의 의미가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런다고 안아픈 것도 아니고 말이죠. 이렇게나 아픔이 찾아오는 걸 보면, 저도 늙어가는가 봅니다. 저 역시 대단한 결심은 하지 못하겠고, 과식하지 말자, 내 몸이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음식을 덜 먹자, 라고만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 살살 살아요, 단발머리님. 살살. 살살 살면서 건강을 잘 지켜내며 계속 같이 읽고 쓰고 이야기 나눠야지요!
저도 타미 플루 먹으면서 너무 의욕이 없어서 미칠 것 같았는데, 다 먹고 나서도 한동안 미치겠더라고요. 단발머리님, 지치지 마요. 어쩔 수 없이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하겠지만, 다시 올라옵시다.

단발머리 2019-04-24 10:15   좋아요 0 | URL
강준만 교수는 <한국인과 영어>에서 ˝영어 광풍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영어를 자기 삶에 어느 위치로 놓을 것인가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영어라는 태풍이 우리 삶에 몰아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자구요. 언어 생태계에서 영어가 미치는 영향 또한 그러하고, 인터넷 세상으로 그런 일이 더 확산되는 것도요. 우리 나라, 우리말, 우리 글만의 문제도 아니니까요. 저 역시 그런 사람 중의 하나라서, 당장 쓸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영어에 휘둘리니 조금 씁쓸하기는 합니다.


어제 아파서 먹지 못 했던 커피를 열흘 만에 마시는데 순간 너무 행복하더라구요.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은만큼 먹기 위해서라도 건강해야겠다 생각했어요. 또 소심한 결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다락방님과 함께 살살 살면서 건강을 잘 지키고 그리고 계속 같이 읽고, 또 쓰고 싶어요.
저는 살살하고요, 다락방님은 최근 근황처럼 하루에 페이퍼를 두 개씩 써줬으면 좋겠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미안하지만 진심입니다^^

icaru 2019-04-24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아이 씨, 어떡하지 ㅎㅎㅎㅎㅎ
박완서 작가님은 원체 작가의 경험을 강조하셨던 분이라,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요 뭐라 하셨더라... 30,40살 이전에 나이의 작가들 소설은 안 읽는다고 하셨던가 ... 미숙하다고 하셨던가 ㅎㅎㅎ

단발머리 2019-04-24 16:47   좋아요 0 | URL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완서 선생님이 그리 말씀하셨다면 완전 인정!!! 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syo 2019-04-24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아프셨군요. 요즘 왜 이렇게 아픈 분들이 많은지...... 어떤 이들에겐 BTS가 만병통치약이라던데, 단발님도 가호를 받고 얼른 완쾌하시길.

2. 한나 아렌트의 유년과 로자 룩셈부르크의 유년이 어쩐지 비슷한 것 같아요. 룩셈부르크도 애기애기할 때부터 이미 어마어마한 책들 다 읽고 15에는 당 활동을 시작했었던 것 같은데.

3. <잘 돼가? 무엇이든>의 저 대목은 저도 옮겨 놓았는데요 ㅎㅎㅎ 역시 단발님과는 보는 눈이 비슷하다니까.

4. 고병권 선생님의 저 대목에 대한 단발님의 말씀이 더 아리송합니다. ‘의도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4-1. 마르크스의 저 대목을 보고 급진 혁명을 생각하는 사람은 이렇게 읽을 수 있겠습니다. ˝어차피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존재하는 이상 개개의 자본가를 물리쳐봐야 그 자리에 또다른 인간이 등장해 자본의 꼭두각시 노릇을 할 뿐이다. 결국 우리는 자본가가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를 타파해야 한다.˝

4-2. 반면 자본주의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구조 자체의 작동방식에 예민한 사람은 이렇게 읽을 수도 있겠습니다. ˝자본주의건 다른 무엇이건, 어떤 구조가 자신을 유지하고 확장시켜 나가는 가장 용이한 방법은 특정 계층에게 이득을 주어 자신에게 봉사하게 만드는 것이다. 먼저 분할한 다음, 그 중 일부에게만 혜택을 제공한다. 그러면 그는 자신이 받은 것을 지키기 위해, 받지 못한 이들을 알아서 억압할 것이다. 이런 식의 분할 점령 방식과 그 변형이 얼마나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방법에 어떻게 대항할 것이며, 또한 나는 어떻게 그 방식을 응용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4-3. 그리고 개인의 윤리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진 사람은 이렇게 읽을지도 모르지요. ˝꼭 자본주의 뿐 아니라, 세상에 만연해 있는 여러가지 체제나 이데올로기들, 혹은 사상들은 그 자체 강력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추종하는 자들의 자의식을 박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민족주의 같은 담론 속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이성적인 판단으로 그 담론을 받아들이고 그 담론을 위해 자발적으로 봉사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생각조차 담론이 심어놓은 함정일 뿐이다. 나도 마땅히 내가 믿고 있는 신념들의 자발적 노예가 되어 있지는 않은지 끝없이 검토해 보아야 한다.˝

4-4.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단발님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겼다면, 그건 걱정할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그 물음표가 부끄러워 조용히 사라지지 않도록 끝까지 부여잡고 생각하고 계속 읽어나가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일이지 싶습니다.

5. 화이팅! ㅎ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9-04-25 00:09   좋아요 0 | URL
하트뿅뿅을 부르는 아름다운 댓글이에요. 북플로는 대답할 수 없는데 제가 지금 밖이에요.
제 친구들 영화가 오늘 개봉하는데 제목이... 어@@@라던가... 암튼 그래요.
이따 댓글달께요. 씨 유 순!!

단발머리 2019-04-25 00:49   좋아요 0 | URL
1. 맞아요, 만약 BTS의 컴백이 하루라도 늦었다면 집 앞 에스내과의 항생제 처방도 무익했으리라 생각합니다.

2. 전 로자 룩셈부르크의 유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요. 천재들은 다 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는 합니다.
14세, 15세에 이미 획을 하나씩은 긋지요.

3. 맞습니다. 보는 눈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옮기는 단락도 똑같구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4. 제가 저 대목을 보고 ‘이해했다‘라고 생각한 건, 이 문단에 맞는 한 사람을 기억해냈기 때문인데요. 친구의 친구가 모시는 사장님입니다. 가로수길에 건물 3채를 가지고 있는 천억 부자인데, 뒤가 다 떨어진 운동화를 신고 다니시며 8,000원짜리 냉면을 자주 드신답니다. 직업과 취미가 같은데, 그게 바로 돈 모으는 일, 돈 불리는 일, 돈 늘리는 일 되겠습니다. 자본의 가치증식이 그 사람을 통해 구현되는 거죠. 더 돈이 필요하지 않지만, 더 많은 돈을 위해 움직이는 것. 그 일이 그 사람과 하나가 되어 그 사람 자체가 자본의 작동 원리가 되는 것 말입니다.

4-1. 저는 급진 혁명을 생각하는 사람인가봐요. 자본주의 자체를 혁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은가는 열외로 두고서요. 자본주의의 자기파괴적 행태 또는 성격은 브레이크를 허용하지 않기에 더욱 그에 대항하는 경제 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2. 이런 경우의 구체적인 예를 상상하기가 어려워요. 그걸 좀 제게 알려주시구요^^

4-3. 이 의견은 유발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말했던 것과 일면 겹치는 것 같아요. 종교, 인권, 개인이라는 개념, 민족이라는 개념 등이 지금로서는 완벽하고 오류가 없어 보이지만 이런 담론 자체도 ‘발명‘되고 ‘조직‘된 것일 수 있다는 의심이요.

4-4. 저는 저의 물음표를 걱정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많은 물음표와 함께 사는 것이 괜찮은가 하는 생각은 자주 해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사람을 지식인이라고 한다던데요, 자신이 모르는게 세상 천지 많다는 걸 아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그것 또한 궁금합니다.

4-5. 제가 궁금한게 하나 더 있는데요. 자본이 실제하거나 생명이 있는 존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가 단일한 하나의 힘으로 작동하는 것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는지 알고 싶어요. 예를 들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세계 경제 붕괴나 중요한 식량자원이 되는 국제 옥수수가격의 폭등, 폭락 같은 경우, 각 개인 자본 소유주가 분명 존재하지만, 그 자본들이 각 자본들의 합이라기보다는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인다는 느낌을 갖게 되거든요. 질문하면서도 뭘 질문하는지 잘 모르겠지만서도, syo님은 제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고 적절히 답해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5. 화이팅! 파야!!!

syo 2019-04-26 13:18   좋아요 0 | URL
사실 제가 드리고 싶었던 말씀은, 마르크스가 쓴 똑같은 구절을 읽더라도 읽는 이에 따라서 중심적으로 캐치되는 생각거리가 다를 수 있으니 마르크스의 의도, 혹은 고병권 선생님의 의도에 맞게 구절을 해석했는지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4-1,2,3은 각각 그 구절을 보고 뻗쳐나갈 수 있을 몇 가지 생각들을 제가 상상해서 쓴 것이라, 그게 각각 어떤 예시로 구현되는지는 맥락상 중요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말씀하신 4-2의 예를 좀 더 상상하자면 이런 것 같아요.

’자본주의‘라는 비물질적 실체가 있다고 가정을 하구요, 걔가 자신을 확대재생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그 중 ’자본가‘라는 무한정 대체가능한 꼭두각시를 앞세우는 전술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상상해보는 거죠. 권력의 지배기술 가운데 가장 효과적이며 그러다보니 가장 흔한 기술이 ’divide and rule’이잖아요. 피지배대상을 쪼개서 점령한다. 피지배대상을 둘로 나눈 다음 어느 한쪽에 권력의 부스러기를 던져주면 두 계층이 그 부스러기를 먹겠다고 서로 싸우게 되고, 그럼 권력은 손 안대고 코를 푸는. 이건 굉장히 널리 알려져 있고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잖아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쪼개 그들 사이의 분란을 만든달지, 성별, 연령, 지역집단, 하다못해 초고가 아파트를 지어놓고 거기에 들어온 이들에게 ‘이곳에 사는 당신들은 하이클래스입니다’라는 인식만 심어줘도 입주자들이 알아서 아파트 단지의 출입을 제한하고, 다른 곳에 사는 아이들이 놀이터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스스로가 쟁취한(혹은 그랬다고 믿는) ‘권력의 부스러기’를 지키기 위해 비거주자를 배척하기 시작하잖아요. 그게 용인되고 가능해지면, 자본은 또 다른 초고가 주거지를 지어서 팔 수 있겠죠? 자본가라는 놈들을 만들어 놓으면 얘네가 알아서 노동자를 착취하여 자본주의를 팽팽 돌려줄 거니까요. 그러니까 요지는, 마르크스의 저 구절을 보고 이런 생각을 제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자본주의’라는 체제의 특수성보다는 ‘권력’이라는 조금 더 넓은 카테고리가 작동하는 보편적 방식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이라는 거죠.

저는 경제학 쪽으로 소양이 전혀 없다시피 해서, 말씀하신 세계적 경제 위기에 대해서는 일반상식 이상의 뭔가를 알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적절한 대답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다만 지금 제가 아는 선에서는 이런 생각은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자본주의라는 신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대사제들이 있을 거예요. 다국적 기업의 총수랄지, 국제 금융계의 큰손이랄지, IT플랫폼의 공룡이랄지 뭐 그런 존재들이요. 빨고 빨리는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있어서 결국 잉여가치가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장소랄까요. 그들은 자본주의의 가장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원리, 이익을 남기자-에 충실합니다. 이익을 남기기 위한 방식의 가장 큰 뼈대만을 결정하고, 상세한 계획은 아래 계층더러 세우라고 내리죠. 그럼 다음 계층은 대사제의 지시를 받아 조금 더 세밀한 계획을 세워 자기보다 더 아래계층으로 내려놓고요. 그런 식의 여러 계층을 거쳐서 맨 아랫쪽에 있는 우리에게까지 내려왔을 때는, 어떤 계획들은 굉장히 복잡해져서 이해하기도 힘들고(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비롯한 각종 기괴한 파생상품), 어떤 계획들은 굉장히 직설적이기도 하고(각종 생필품이나 생산재들의 가격 폭등), 어떤 계획들은 자본주의의 음모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얼굴로 변장하여 나타나기도 하는(이를테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막는다거나, 공수처를 저지한다거나) 거죠. 그러나 눈 밝은 사람들이 그 다양한 현상들을 거꾸로 추적해 꼭대기까지 올라가다보니, 마침내 대사제들의 신탁에 도달하게 된 것이죠. “남겨먹어라!”라는. 물론 대사제들 스스로조차 자신들의 신탁이 밑바닥에 도달했을 때 저런 모양이 될 거라고 100퍼센트 예측한 상태는 아닐 거구요. 결국 이런 것들이 모든 영역에 걸쳐 지배하는 ‘자본’이라는 단일한 힘이 존재하는 모양으로 관측되는 것이 아닐까 해요.

하나마나한 뻔한 이야기인가요.

단발머리 2019-04-27 21:17   좋아요 0 | URL
자세한 설명 감사해요. 우문현답의 정수네요!!!!

4-2에 대한 설명도 그렇고 저의 질문에 대해 답해 주신 부분도 너무 이해가 잘 되네요.
그냥 분노의 빨갱이가 아니었어요. 진정한 빨갱이이십니다.
앞으로도 모르는 거 나올 때마다 주저 없이 쇼님에게 물어보면 되겠다고, 불끈! 다짐해 봅니다.
얼마나 든든한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고마운 쇼님^^

icaru 2019-04-24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얼른 나으셔야졍~ 저는 감기가 들고나기를 반복하는 나날을 130여일째 보내고 있는데, 내가 아픈 것도 그렇지만... 생활이 거시기한게요 ㅠ ㅋ 다른 것 보다도 사람들이랑 밥먹으러 나갈 때가 제일 곤란해요~ 그렇다고 식사 자리를 뺄 수도 없고... 전골 소자 대자 이런 거 국자로 먹을 만큼 떠 나른다지만... 어쩐지.. 아픈다는 건 참 거시기 한 게.... .. 대인관계에 지장이.. ㅠㅠ;;

단발머리 2019-04-24 20:29   좋아요 0 | URL
아이고~~~ icaru님 많이 바쁘신가봐요. 그래도 (애정뿜뿜 잔소리를 한 말씀 드리자면) 감기 오래 두면 안 돼요. 우리 몸이 안 좋은 상태를 우리가 퉁쳐서 감기라고 하는 경향이 많잖아요. 기침이면 기침, 콧물이면 콧물... 정확하게 진단받아서 얼른 약 챙겨드시기 바래요~~~ 근데 130여일이면 3*4 =12, 넉달인데요~~~ 얼른 치료하세요~~~~ 얼른이요~~~~

전 젤 애로사항이 약 먹는 거요. 밥 챙겨먹고 독한 약 먹기에서 완전 뻗었어요.ㅠㅠ

설해목 2019-04-25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고.... 다락방님도 그렇고 단발머리님도 많이 아프셨군요. 몸이 아프면 마음까지 무너진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지점을 지나면 작은 통증에도 덜컥 겁부터 나네요. 이게 나이드는 건가 싶기도 하고....T.T
환절기 건강 잘 챙기셔요. 아이들만 챙기지 마시고 단발머리님도 잘 챙기셔요.~ ^^

단발머리 2019-04-25 15:59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전 맘이 건강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몸과 상관없이, 몸이 없는 사람처럼이요.
실컷 아프고 나서야 제가 몸을 가진 사람이란걸 알았어요. 몸이 아프면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걸, 이번에 새롭게 배웠습니다.
다정한 댓글 감사해요, 설해목님.
이젠, 절 제일 먼저 챙겨야할때가 온것 같아요. 제가 제일 약골이에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