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팬은 아니지만, 그래도 소설은 4권, 에세이는 이 책까지 3권째다. 옴진리교와 지하철 사린 사건를 다룬 『언더 그라운드』를 미리 사 두었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친하지 않은 동네 문화센터 미술 선생님과 초상화를 그리기로 만난 첫 번째 자리에서 자기 가슴 작아서 걱정이라고 고민 상담하는 여고생 등장하는 것 빼고는 『기사단장 죽이기』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그렇게나 단정한 사람 혹은 단정해 보이는 사람이 그렇게나 집착하는 문제는 역시나 '성'인가. 혹은 ‘성‘ 뿐인가.

소설을 써야겠다 결심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진구 구장에서 다카하시가 던진 제1구를 힐턴이 깔끔하게 띄워 올려 2루타를 쳤을 때, 하루키에게 찾아온 깨달음.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몰라. 그는 소설을 썼고, <군조> 신인상을 받았다. 잘나가던 재즈 카페를 정리하고, 소설 쓰기에만 전념해 보기로 하고, 그리고는 영영 소설가가 되었다. 간절히 원하지 않았는데도 이루어진 소망. 마음을 다해 갈망하지 않았는데도 받게 된 선물. 그가 노력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부단히 애쓰지 않으면 그렇게나 오랫동안, 그렇게나 널리 읽히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운동하러 나가기 싫을 때, 하루키의 속마음 토크가 재미있었다.

Whenever I feel like I don't want to run, I always ask myself the same thing: You're able to make a living as a novelist, working at home, setting your own hours, so you don't have to commute on a packed train or sit through boring meetings. Don't you realize how fortunate you are? (Believe me, I do.) Compared to that, running an hour around the neighborhood is nothing, right? (46p)

지금의 삶에 대한 만족과 감사 없이는 할 수 없는 말들이다. 하루키가 다른 책에서도 여러 번 강조하고 반복했듯이 그는 자신의 직업, 그리고 그 직업을 영위할 수 있었던 환경, 조건에 감사한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이렇게 표현했듯이.


내가 오랜 세월에 걸쳐 가장 소중히 여겨온 것은(그리고 지금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나는 어떤 특별한 힘에 의해 소설을 쓸 기회를 부여받은 것이다'라는 솔직한 인식입니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든 그 기회를 붙잡았고, 또한 적지 않은 행운의 덕도 있어서 이렇게 소설가가 됐습니다. 어디까지나 결과적인 얘기지만, 나에게는 그런 '자격'이 누구에게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주어진 것입니다. 나로서는 일이 그렇게 된 것에 대해 그저 솔직히 감사하고 싶습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58쪽)

내 눈을 사로잡았던 문단은 여기다.

Whenever the seasons change, the direction of the wind fluctuates like someone threw a switch. And runners can detect each notch in the seasonal shift in the feel of the wind against our skin, its smell and direction. In the midst of this flow, I'm aware of myself as one tiny piece in the gigantic mosaic of nature. I'm just a replaceable natural phenomenon, like the water in the river that flows under the bridge toward the sea.(91p)

대체가능한 자연 현상으로서의 나. 그런 나 자신을 안다면, 내가 그런 존재라는 걸 인지한다면 왜. 왜, 그는 그리도 열심히 사는 걸까. 살 때까지 혹은 살 수 있을 때까지 건강하게 살려고? 그건 이유가 안 된다. 80대 후반에도 건강한 근육을 유지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일은 가능하겠지만, 95세에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일상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거기까지다. 100세 아니, 110세까지의 삶은 가능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우리는 언젠가 죽게 될 테고, 그리고 분해될 것이고, 사라질 것이다.

근육에 대한 그의 집착, 기계로서의 자기 인식은 적확하고 실제적이다. 그는 자신의 몸을 '다루려' 하고 '다스리려' 한다. 생명체로서의 한계에 도전하고, 그리고 적잖이 성공한다. 하지만, 그는 안다. 자신은 자연이라는 거대한 그림 속, 모자이크 속의 작은 조각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그게 궁금한데, 항상 궁금하다. 우리의 삶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현재의 이 시간, 기쁨과 고통조차 사실은 뇌 속 신경 세포 다발의 특정한 전기 신호 간의 화학적 반응의 결과일 뿐이며, 나 역시, 나의 육체 역시 한없이 부서져 그 형체는 물론 흔적조차 모두 사그라질 텐데, 그렇다면 왜 사는가. 왜, 지금 살아가고 있는가.

왜… 잘 살려고 하는가.

왜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가.

왜 살 때까지 살려고 하는가.

인생에는 의미가 있다고 믿으며, 우주에는 신의 섭리가 가득하며, 신의 계획과 섭리, 교회에서 쓰는 전문용어로 신의 은총과 사랑 속에, 그 속에서 비로소 존재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내가 이해하는 범위 너머의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믿고 있는 나는, 궁금하다. 무의미한 세계, 목적 없는 우주에서 a just replaceable natural phenomenon인 스스로를 긍정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그 삶을. 노력하는 그 삶을. 진지한 그 삶을. 궁금해서, 궁금하니깐 그다음 책을 펼친다.













정희진쌤의 픽 『죽음: 이토록 가깝고 이토록 먼』, 그 책 대출하려 갔을 때 그 옆에 있었던 『죽음에 대하여』, 그리고 그 옆의 옆에 있었던 『죽음이라는 이별 앞에서』를 김치냉장고로 옮겨둔다. 나는 사뭇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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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25-02-09 0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첫 인용은 제가 맨날 저한테 물어봐야 할 말이네요. 출퇴근이라고 생각하고 뛰기.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날씨 구져서 꼼짝도 안 했지만요. 하루키 글이랑 영어라는 언어랑 잘 맞는 것 같아요. 저도 표지는 다르지만, 이 책 있어서 당장 꺼내놨습니다.

단발머리 2025-02-09 20:19   좋아요 0 | URL
제주도도 추웠는가요? ㅋㅋㅋㅋㅋ 서울은 오늘 오전에도 눈길이더라구요. 큰길은 다 치워졌지만 인도는 아직도 눈이 많아요.
하루키가 영어로도 많이 팔렸던 거 같아요. 교보에 가니 영어로 된 책들이 한 칸을 차지하더라구요. 꺼내놓으셨다니 금방 읽으시겠네요. 쭉쭉 넘어갑니다^^

공쟝쟝 2025-02-09 08: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제가 라캉에 진지한 편이라… 그럼 왜 그러냐? 라고 물으시면 그건 충동 때문이라죠 ㅋㅋ (성충동 딩동댕 죽음충동 딩동댕) 그게 올라올 때 마다 그걸 할 수는 없으니 열심히 달리기를 한다고 단발님이 저한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씀하셨던 게 기억이나네요. 그러고 보니, 제가 한창 달렸을 때는 (말잇못)….

농담이고… 제가 읽었던 책에서 (맞아요 사사키 아타루) 신이요 완벽한 신이요 신이 굳이 세계와 인간을 만들었대요. 왜. 왜 그랬을까. 그는 완벽한데. 이유는 아시죠? 사랑해서. 사랑해서. (이쯤 되면 저는 사랑이 궁금해지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그리고 이 목적없는 우주에서 신의 사랑으로 지어진 이 존재가요. (신이 인간을 사랑해서 아들을 수직적으로 내려 보내주었사온데) 신의 사랑을 감히 수평적으로 실천하기 시작했는 데, 그것이 연애의 발명, 띠로리…. 17세기 유럽에서 태어난 것이랍니다. 더 놀라운 점은. 그리하여 그 궁정 연애의 본질은. ‘유일성’‘(오로지 한 사람만을 연모하는 데)’에 있다고 하는데.. 단발님께서 평소 주장하고 계시는 지론들이 지독한 기독교 교리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닌 것인가 의심하게 되는 나는… 계보학을 좋아하는 푸코빠 입니다. 메롱!

단발머리 2025-02-09 20:21   좋아요 1 | URL
댓글 길어져서 또 따로 썼습니다.

쟝님이 여러번 제가 쟝님 ‘눌림 버튼‘이라 하셨는데, 그거 아닌 거 같아요. 내가 이리도 길게 쓰다니.... 쟝님이 나 눌러놓고 도망간거 아니냐며... 이 연사 강력하게 부르짖습니다!

맥락없는데이터 2025-02-09 08: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댓글을 남긴 이유는 저도 최근에 하루키의 책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을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어서 감히 남겨봅니다. 더구나 인용하신 부분을 조금 전에 들었거든요! 저와 님의 해석이 조금 다른데, 님께서 ‘마음을 다해 갈망하지 않았는데도 받게 된 선물‘이라고 표현하신 부분을 저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였어요. 저는 그가 무의식적으로 품고 있던 마음이 그날 야구장에서 선물처럼 주어진 게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하루키에게 직접 물어볼 수 없는 것이니, 결국 우리가 느끼는 대로 해석하는 거겠죠. 그게 독자의 권리인 것 같아요. 마음대로 해석하기! 😂 어쨌든, 님의 밀도 높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 글이 계기가 되어 죽음과 인생에 대한 더 열린 토론으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공쟝쟝 2025-02-09 08:28   좋아요 1 | URL
어머~!! 여기서 뵙다니 반가워요. 아이디 바뀌어서 못 알아볼 번했습니다, 혹시 오디오북이 어디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오더블인가요?)

맥락없는데이터 2025-02-09 09:44   좋아요 2 | URL
공쟝쟝 님을 위해 아이디까지 바꿨는데, 안 찾아오시길래 제가 오버했나 싶었어요. 그런데 못 알아보셔서 안 오신 거였군요. 😂 네, 오더블 맞습니다! 리스닝을 기르려고 듣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없으면 안 되는 앱이 됐어요.

공쟝쟝 2025-02-09 09:48   좋아요 2 | URL
맥락님~ (남의 페이퍼에서 다정함 자랑하기) 어머나….!! 제가 알라딘 북플 중독이라 (ㅋㅋㅋㅋㅋ) 사실 이걸 끊으려고 노력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그치만 책 읽고 양질의 독후감을 나누기에 이만한 플랫폼이 또 있을까요) 앱깔고 한 번에 몰아서 시간내서 하는 데, 그동안 책도 끊어보려고 (독서 중독이라) 못 찾아뵈었다… (이 한심한 중독인생…)… 접속을 끊기가 어려운 중생이지만 접속하면 꼭꼭 들를테니, 서운해 말아주세요!! 헤헤~

단발머리 2025-02-09 20:30   좋아요 1 | URL
맥락님 / 안녕하세요^^ 첫 댓글 감사하고 반갑습니다. 네, 맞아요. 우리는 느끼는대로 해석합니다. 그런데 ‘마음을 다해 갈망하지 않았는데도 받게 된 선물‘은 온전히 저의 ‘느낌‘입니다. 그러니깐 하루키가 그 문단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그 무엇이 아니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 맥락님의 이해가 맞고 맥락님의 해석이 맞습니다. 하루키는 그렇게 생각한거죠. 그게 맞고요.
저는.... 그런 상황, 그런 환경의 하루키가 부러웠던 마음을 저런 식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우아, 하루키는 크게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애쓰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되었구나. 자신이 원하는 그 무엇이 되었구나. 다른 책에 보면 하루키가 소설 쓰고 나서 출판사에 보내잖아요. 자기가 원고 보낸 걸 까먹었다고.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 그게 부럽더라구요. 멋지구요. 다시 한 번 쓰자면, 제가 하루키의 노력을 하찮게 보는게 아닙니다. 지난한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하루키를 좋아하는 거구요. 다만 어떤 사람,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게 상당히 어려운 일이고요.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회가 없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그렇게 ‘표현‘해 본 것이었습니다. 맥락님 댓글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자주 오시어요~~~~~~

쟝쟝님 / 제 방에서 맥락님이랑 사이좋게 잘 지내신다니! 이 무슨 기쁜 소식입니까! 앞으로는 맥락님 서운해 하시지 않도록 잘 좀 부탁드리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맥락없는데이터 2025-02-10 06:10   좋아요 3 | URL
단발머리님, 댓글 감사합니다! 😊
‘마음을 다해 갈망하지 않았는데도 받게 된 선물’이 온전히 단발머리님의 느낌이라는 점, 그리고 하루키가 그 문장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바와는 다를 수 있다는 말씀, 저도 그렇게 이해했어요. 그래서 우리의 해석이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한 것이죠. 하지만 그것도 독서의 묘미가 아닐까요? 같은 문장을 읽고도 저마다의 시선과 경험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야말로 독자에게 주어진 특권이자, 읽기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출판사에 원고를 보낸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부분도 흥미로웠어요. 어쩌면 그것이 하루키와 다른 이들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한 후에는 묵묵히 실행하고, 그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 저는 작은 것 하나도 오래 마음에 두고 전전긍긍하는 편인데 말이에요. 이건 마음의 크기 차이일까요, 아니면 성향의 문제일까요? 😆

오늘은 하루키가 아내의 신체적 조건(?)을 부러워하며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고 하는 부분을 들었어요. 그 장면에서 피식 웃었죠. 결국, 공평함이라는 것도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우리가 부러워하는 지점이 서로 다를 뿐, 결국 누구나 자기만의 몫을 가지고 살아가니까요.

그리고 단발머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어떤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듯 보이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일 수도 있겠죠. 기회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우리가 쌓아온 노력과 선택, 그리고 환경과 타이밍이 맞물릴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운이란 것도 그저 무작위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차곡차곡 쌓인 것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흐름이 되어 문을 열어주는 것은 아닐까요?

단발머리님께도 그런 순간이 있었나요?
˝이게 운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해온 것들이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이어진 걸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본 경험이요.

사실 하루키 이야기가 나와서 처음으로 고백하는 건데, 저는 하루키 때문에 짧은 기간 동안 트라우마에 빠진 적이 있었어요. 지금까지 어떤 작가의 글을 읽고도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그래서 하루키를 잊을 수 없었죠. 그렇다고 하루키를 싫어하거나 좋아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저와 결이 맞지는 않지만, 그의 작품에는 깊이 들여다볼 만한 지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달리기에 대한 책은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도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아마 영어로 듣고 있어서 그런 느낌이 더 들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영어를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평범한 단어들로 쓰였다는 점에서요.

어쨌든, 책과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언제나 큰 즐거움이에요. 다만, 그런 이야기를 나눌 곳이 많지 않다는 게 늘 아쉽죠. ㅎㅎㅎ 단발머리님이 표현하신 부분이 와닿아서 댓글이 길어졌네요. 앞으로도 좋은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길 바랍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

단발머리 2025-02-10 09:51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맥락님~~ 맥락님 말씀이 맞습니다.

˝.........기회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우리가 쌓아온 노력과 선택, 그리고 환경과 타이밍이 맞물릴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운이란 것도 그저 무작위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차곡차곡 쌓인 것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흐름이 되어 문을 열어주는 것은 아닐까요?.......˝

맥락님 말씀에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동의하는 그만큼, 딱 그만큼. 저는 그런 기회, 우연, 환경, 타이밍의 작동 자체가 어떤 사람에게는 닿지 못하는 현실로 작용한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자신만의 노력으로 원하는 것을 얻은, 그래서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김연아)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하는데, 꼭 알아야 하는 사람은 노력해서 자신이 원하는 걸 얻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덜 원해서 얻지 못한 건 아니라는 거요.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의 김현철 교수는 ‘인생 성취의 8할은 운‘이라고 말했다죠. 어떤 나라에서 태어났는가, 어떤 부모 밑에서 자랐는가. 가 그의 미래 소득을 결정한다고요.

다시 하루키에게로 돌아가자면, 제가 어디서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하루키 왈, 성인이 되어서도 나만큼 문학, 특히 세계 문학을 많이 읽은 사람을 보지 못했다. 저는 그 말이 맞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나 많이 읽었던 하루키는 어느 날, 날아가는 야구공에 희망을 담아 소설가가 되었습니다. 그의 노력이 맞습니다. 그의 부단한 노력이 맞습니다. 자신에게 차곡차곡 쌓여있던 것들이 그에게 성공의 문을 열어준 것은 맞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를 전, 생각합니다. 노력해도 안 되는. 아니 노력할 마음조차 생기지 않는....

맥락님 댓글 덕분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맥락님 방에 가보니 영어책을 즐겨 읽으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 좋은 책 추천도 부탁드리고요. 자주자주 뵈어요^^

맥락없는데이터 2025-02-10 10:58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님, 다시 읽어보니 제가 운에 대해 너무 낙관적인 부분만 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께서 강조하신, 노력해도 기회를 얻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야 더 깊이 이해하게 됐어요. 좋은 대화 나눌 수 있어 감사해요!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

단발머리 2025-02-10 13:01   좋아요 2 | URL
맥락님~~ 다시 한 번 강조해서 쓰자면, 전 맥락님이 말씀하신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제가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맥락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책에 긋는 밑줄이 제각각이듯 생각과 느낌이 모두 제각각 일텐데, 알라딘 서재야말로 제각각 세상, 제각각 우주인 거 같아요. 앞으로도 재미있는 책 이야기 많이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하루도 좋은 날 되세요!

공쟝쟝 2025-02-09 0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하나 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오로지 한 사람만을 죽을 때 까지 연모하는 방식의 (서구유럽식) 연애는 지금 발명 재발명 되다 못해 일부 젊은 층에 의해 ‘드러워서 못해먹것다’로 수렴되고 잇는 가운데(?), 그러나 그 흐름도 이제 차차 사라져가고…. 남들이 좋다고 남들이 말 하니까 그걸 베껴 나도 하고 싶다. 뭐 그런 거라고 생각됩니다. 왜 잘 살려고 하는가, 왜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가, 왜 살 때 까지 살려고 하는 가…. 물으신다면… 남들이 하니까… 라는 것이 (ㅋㅋㅋ 죄송합니다 본투비 기독교인에 대적하는 본투비 빨갱읍읍) 결론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 연휴에 하루키를 읽기 위해 로맨스 드라마를 몰아보기를 한 저는 요즘 연애가 하고 싶다! 입니다. 변우석과 이준혁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2-11 17:06   좋아요 1 | URL
왜 잘 살려고 하는가, 왜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가, 왜 살 때 까지 살려고 하는 가…. 물으신다면… 남들이 하니까…

저의 질문에 첫번째 정답으로 선정되셨습니다.
1) 남들이 하니까
요렇게 적어놓을께요. 📝

이준혁은 찬성이고, 변우석은 글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요즘에 주지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5-02-09 21:59   좋아요 0 | URL
주지훈 받고 추영우 더! 그리고 저는 조인성이요. 요즘 강풀 무빙 정주행 중-
90년대 연애 감성....... 너므 좋아 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잠후럽 아니고... 목숨걸고 사랑한다..
동생들이 언니가 끊었던 로맨스를 다시 보기 시작하더니 완전 돌아온 남미새 폭주라며 놀리고,
나의 폭주를 멈춰달라!!!ㅋ 누가 멈출 것이냐.
왜 이준혁은 나이 들 수록 잘생겼냐. 아직 각성하지 않은 자들아, 각성하라. 내 넓은 마음으로 너희를...

단발머리 2025-02-09 22:02   좋아요 1 | URL
아~~~~~~~ 나 이준석 봤어! 봤다고요!
웃고 있다가 캡처하러 들어가니 벌써 고쳤구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순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2-10 13:02   좋아요 1 | URL
끊었던 로맨스 다시 시작하면 큰일이죠. 이 겨울 지나면 다시 봄이 온다고 합니다.
누구든 막아서야 할텐데...
계엄군 장갑차는 민주시민들이 막아섰지만 폭주하는 쟝님은 아무도 안 막는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각성 필요합니다. 참 많이 필요함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2-10 13:03   좋아요 1 | URL
조인성은....... 🥰 제가 옛날에 찜했어요. 조인성은 안 돼요!

공쟝쟝 2025-02-10 08:23   좋아요 1 | URL
이준석 봤어요? ㅋㅋㅋㅋ 이준혁보다 이준석을 좋이하는 나의 무의식,이 아니라 나의 정치중독 ㅋㅋㅋㅋㅋㅋ
조인성…🙅🏻‍♀️무빙에 두식씨!❤️ 강풀 사람 참 휴머니스트 👯👯

단발머리 2025-02-10 13:03   좋아요 0 | URL
봤어요! 바로 캡처했어야 했는데 ㅋㅋㅋㅋ 평생 놀려먹을 수 있었는데 넘나 아쉽네요.
설마 이준혁보다 이준석을 좋아할까요? 그러나 마음 속에 두고 있는 사람은 이준혁 아니고 이준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인성, 그만 좋아해요. 그 사랑 난 반대야. 절대 반댈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