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행동 징후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데, 하나는 방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다. 환기를 해야한다 해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한결같이 굳게 방문을 걸어 잠그는 아이를 볼 때, 짐작한다. 아이는 이제 나를 떠나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가는구나. 다른 세계로 가는 그 길에서 이 쪽으로 향하는 문을 이렇게 닫고 가는구나.
두 번째 징후는 자신만의 플레이 리스트를 찾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둘째에게는 채널 선택권이 없던 셈이다. 누나가 듣는 <Uptown Funk>를 들어야 하고, 엄마가 듣는 김동률을 들어야 한다. 둘째는 아는 노래가 없으니, 좋아하는 가수가 없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랬던 둘째에게 플레이 리스트가 생겼다. 말 그대로 질풍 노도의 고속도로 위에 이제 한 발을 내딛는다. 볼륨을 최대한 올리고는 하도 몸을 격렬하게 흔들어대기에 ‘가수하라’고 진지하게 권했다. 손사레를 치고는 재빠르게 리듬에 맞춰 또 몸을 흔들어 댄다.
하여, 노래방에 갔다.
전인권으로 시작해 이문세로 떠나는 세계와 더 스크립트의 <Breakeven>, Ed Sheeran의 <Castle on the hill>, 그리고 워너원의 <Beautiful>과 <부메랑>의 세계가 어색하게 조우하는데, 세 개의 세계를 모두 아는 사람은 나 뿐인지라, 나는 이 모든 세계에서 의연히 즐거웠다. 엄마도 하나 부르라는 말에,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를 불렀다. 에일리는 참, 노래를 잘하는 가수였네. 몰랐다. 듣기만 해서. 나는 몰랐네.
친한 후배에게 전화를 하다가 흘러나오는 이 노래에 “화아~~” 박하사탕 같은 느낌이 들어 순간적으로 후배가 전화를 받지 않았으면 했다.
우효 <민들레>
이승우는 문학이란 예술이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 하고 싶은 말을 최대한 늦게 하는 거라고 했다. 최대한 미루고, 최대한 돌려 말한다 하더라도, 결국 하고 싶은 말은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
당신과 함께 있고 싶다는 말,
당신을 기다린다는 말,
당신을 위해 더 많이 웃겠다는 말.
오늘도 어김없이 굳게 닫혀진 문 앞에 선다. 똑똑!
“**야! 엄마 신곡 발견했어! 노래방 가자, 노래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