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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왕 가족 - 도깨비 꼬비의 실습일기
배봉기 지음, 이형진 그림 / 산하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처음 영어 왕 가족이라는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바로 영어에 관련된 책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표지를 보고 나서는 도깨비 꼬비가 인간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영어 이야기를 듣는 거겠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그 내용은 너무나 달랐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재미있고도 냉철하게 붙잡아냈던 책인 것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너무나 달랐던 모습. 학원따위는 없이 단지 학교에 갔다가 하굣길에 친구와 함께 즐겁게 놀았었을 뿐이다. 지금은 어떤가? 대부분의 아이들이 아침에 해가 뜨자마자 허겁지겁 아침을 먹고, 학교에서 공부하고,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가서 몇 시간동안 계속 수업만 해야 한다. 사회 전체가 변하면서 아이들의 생활도 함께 변하가는 이 모습... 지금의 아이들은 더이상 사람이 되지 않는다. 미래에 훌륭하라는 이유로 양계장의 닭처럼 교육시킨다.
이 책에서 구지 꼬비가 등장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이렇게 도깨비가 등장하여 남의 시선을 통해서 인간의 모습을 확실히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었던 것 같다. 어떤 동물이라도 자기 자식을 멍들때까지 때리지 않는다. 체벌은 몰라도 아무 이유없이 단지 자신이 화난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을 마음대로 대하기 때문이다. 알코올 중독자가 자식을 함부로 패는 경우, 같은 자식이라도 더 잘하는 자식에게만 집중 투자하는 경우등 우리 아이들이 불리한 사회의 모습을 잘 나타낸다.
누구라도 어린 시절은 있었다. 어린 시절이 즐거웠든 나빴든, 지금의 어른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줄 의무도 있지만 자유와 행복을 누릴 권리를 줄 의무도 있다. 나의 경우에는 많이 공부했던 때도 있지만, 지혜로우신 어머니께서는 나에게 즐거움과 자유를 적절히 주실 줄 아셔서 나는 지금도 계속 행복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
표지를 살펴보면 다섯 명, 아니 네 명의 사람이 있다.(꼬비는 사람이 아니므로.) 그리고 키가 큰 사람은 준호, 작은 사람은 준석이다. 둘 다 영어 영재로 키워졌지만 막상 말문이 트인 아이는 동생 준석이었다. 부모님은 매번 준석이만 생각하고, 준호는 아무것도 아닌 아이로 여긴다. 같은 자식이지만 누구는 어떤 것을 잘하고 누구는 어떤 것을 잘한다. 단지, 부모는 그 능력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아무리 평범해 보여도 요리를 잘 할 수도 있고, 말을 잘 할 수도 있고, 컴퓨터를 잘 할 수도 있다. 무엇이든지 도전하면 자신의 장점이 있기를 마련이다.
이야기가 전부 끝이 맺어지지 않아서 약간 아쉬운 맛도 있었지만, 지금 사회의 아이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 속에 살고 있는지 이해가 갔다. 무조건 놀게 내버려 두는 것도 좋지 않지만, 너무 과다한 것도 좋지가 않다. 아이들을 위해서 진정으로 좋은 것이 어떤 것인지를 모두가 생각해 보는 시간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