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이 학예회 때문에 머리를 야무지게 묶어 준다고 30분 일찍 가게로 나왔다. 날씨가 춥다고 해도 민수녀석이 엄마 힘들다고 업는 것을 거부하길래 땡자땡자 손 잡고 나왔다. 전혀 힘들지 않는데. 내 등에 몇번이라도 업고 싶는데......요사이 아이들이 더 예쁘서 능력만 되면 하나 더 낳고 싶은 생각이 꿀떡 같다. 옆에 사는 인간의 나이가 5살만 덜 먹었어도 충분히 시도해 보는 건데 참으로 안타깝다. 아이들이 조물 조물 커 가는 모습이 이렇게 예쁘고 남의 새끼도 예쁘서 꼭 깨물고 싶으니 날 보고 변태 아줌마라고 할 만도 하다.
민수가 엄마가 1등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야고 묻길래 속에 없는 빈 말을 했다. "엄마가 1등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아빠" 우웩!!!!!!!!!천 만의 말씀. 사실 불 같은 사랑이 식은 지는 오래 되었는 것 같고 그저 아이들 물고 빨고 하는 낙으로 산다고 할까? 들으면 섭섭하겠지만...섭섭해도 할 수 없고. 상대는 나를 아직까지 이세상에서 어쩌구 저쩌구 하지만 그 말을 들어도 흐흐흐. "뭘 별 말씀을." 한마디로 웃어 버린다.
그저 바라보는 눈길이 서로 그윽하고 아무데서나 방구를 뿡뿡 뀌어도 그 방구 냄새가 구수하다고나 하는 수준이랄까?
머리 허연 남자 6시 출발. 소현이 8시 출발. 민수 8시30분 출발. 청소 마무리 30분 정도 하고 나면 나 출발.....오늘은 내가 발표할 내용을 정리도 채 못 한 채 배짱으로 나섰다. 2시에 소현이 학예 발표회. 그곳에 참석해서 박수 신나게 치고...........우와! 애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니 입이 딱 벌어지고...너무 너무 예쁘서 까무라치는 줄 알았다.
집으로 돌아오니 4시 30분 반가운 선물도 와 있고....어머머머......필이 통해 버렸어!!!
배추 밭에 가서 무시 빼와서 동치미식으로 물김치 담고 무우 줄거지는 쓸 쓸 무쳐서 얼갈이씩 김치를 담아 놓고 땡초 말린 것 튀겨서 꿀과 설탕으로 버무리고.....(이파리님과 이솝님이 다 버무렸다. 흐흐흐흐 손 많이 가는 일은 꼭 여럿이 있을 때 해야 재미있지잉^^^^)
이렇쿵 저렇쿵 . 날은 저물고 있다. 오늘은 고등학교 성적 증명서를 뗐다. 옴마나! 내가 요렇게나 공부를 잘 했나.... 자랑했다. 봐라 봐라....히히히히. 소현이가 옆에서 하는 말 감탄을 해야하는데 "어이쿠 잘했네 " 하고 내 궁댕이를 두들긴다. 가수나!!딱 아지매 같단 말이여....
세월은 활 같이 가버리고 아이들은 성큼성큼 자란다. 그런 세월속에 옆탱이 50되기전에 기반을 닦아 놓아야 된다는 생각은 한시도 머리를 떠나지를 않는다. 적어도 늙어서 돈으로 구애 받으면서 살기는 싫다. 그러면서 늘 안타까운 것은 공부를 안 했다는 것. 돈이 먼저냐. 공부가 먼저냐. 자식이 먼저냐에서 제일 나중에 공부를 잡았었다. 지금에서야 공부를 시작한다고 하니 그 맛이 제법 쏠쏠하다. 머리는 팽팽 안 돌아가는 데도 그 재미는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얼마 전에 시작한 피아노도 이젠 제법 동요는 치고 있고 내일부터는 가요에 들어 간다. 바이엘을 3달만에 뗄 각오로 임했는다. 3달은 좀 무리일 것 같고 4달은 되어야겠다. 소현이가 치는 피아노에 늘 감탄만 하고 있다가 이젠 제법 나도 잔소리를 한다. 우히히히. 전에는 계명 하나 볼 줄 모르는 엄마를 보고 한 참을 뻐기더니 이젠 경계 한다. 연습을 더 할려고 해도 저녁 마다 두들기는 통에 밤에 피아노는 꿈도 못 꾼다. 엄마가 배움으로 해서 소현이가 열과 성을 다하니 여러모로 효과는 만점이다.
17살 돈을 처음 만지는 그 날부터 27살까지는 "인생에서 돈이 전부다" 라고 여겼다. 남들이 다가는 흔해 빠진 대학도 돈 때문에 못갔다고 생각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또 다른 일을 겪으면서 돈에 가족과 자식이 하나 더 추가 되었다. 건강은 말 할 것도 없고. 뽈뽈 기어다니는 아이들을 들쳐 업고 난 집에서 벌이고 남자는 노가다를 해서 벌었다. 아이가 학원을 가고 나의 최고가 또 하나 추가 되었다. 그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 나갔다. 지금도 계속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모두 다 소중하다. 지금도 나 자신의 일을 위해서 가족을 등한시 하거나 아니면 돈을 위해서 남을 무너뜨리는 행동은 절대 안한다는 것이 나의 철칙이다. 무엇이든 적당한 선에서 내가 베풀수 있는 한도내에서 베풀어 나의 텅빈 속을 채워나간다. "연금술사"가 갑자기 생각난다. 내 마음 가는 곳에 나의 보물은 있으며 내 주위가 나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 내 속에 숨쉬고 있는 아주 하찮은 것일지라도 내 자신이 금덩어리로 여기면 그것은 금덩어리인 것이다. "미쳐야 미친다"에서처럼 한 번 정도는 미치고 싶었다. 뼈가 죽은 뒤 정신으로 남겠다고 했는 데 그것은 소망일뿐이다. 아니 소망이 아닌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어디론가 미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미쳐 있고 소중하다고 해서 남들도 나와 같으라는 법은 없다. 나와 다른 생활을 하는 사람들. 그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보물을 갖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을 것이고 또 보물을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 다만 서로 관심도가 다를뿐이지.........인간은 모두 사랑스런 존재이다.
뭔 말이 이리도 많냐? 도대체 무슨 말을 쓴 것이냐? 본래는 울 소현이 학예회 갔다 온 것을 쓸려고 나섰는데, 살짝 살짝 들어와서 정들은 알라디너들의 글을 읽고 있다고 쓸려고, 했는데 답글을 달고 나오지 않았더라도 항상 생각하고 있다고 쓸려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