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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바람구두가 선정한 2004년 10대 사건

바람구두가 선정한 2004년 10대 사건



어쩌다보니 12월이 되었습니다. 말은 "어쩌다보니"이지만 올해도 되돌이켜 생각해보니 우리 역사상 초유의 일들이 참 많이도 일어난 한 해였습니다. 그야말로 해마다 연말이면 되풀이하는 "다사다난"이란 말이지만 올해만큼 그것이 실감나는 해도 드물 거란 생각이 듭니다. 하여 올해 일어난 수많은 사건 가운데, 기억해야 할 사건들, 잊어선 안 될만한 사건들, 앞으로 우리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만한 사건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12월의 인사, 올한해를 마감하는 인사를 대신하렵니다. 언급되는 사건은 대체로 시간 배열로 하려고 했지만, 하다보니 귀찮아져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봅니다.



1. 2004. 2.14일 부안 방폐장 유치 찬반 주민투표 및 천성산 살리기 지율 스님 단식(2004년 6월 30일부터 2004년 8월 26일까지)
첫번째 사건은 지난 2월 14일에 있었던 부안 방폐장 유치 찬반 주민 투표와 천성산 살리기 지율 스님 단식을 선정했습니다. 지난 2003년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부안 핵폐기장 사건은 부안 지역을 계엄 전야로 부르며 우리 사회 전분야에서 환경 문제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던 사실상 최초의 사건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부안 방폐장 유치와 관련해 부안 군민들은 참여민주주의의  꽃이자 진정한 실천이라 할 수 있는  자주관리 주민투표 형식으로 지역 주민들의 방폐장 유치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했지요. 어떤 이들은 이를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기도 했지만, 부안 군민들의 선택은 앞으로 우리 나라, 우리 사회의 에너지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를 생각해보게 한 중요한 기로에 섰음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천성상의 도룡뇽을 살리자는 지율 스님의 단식 농성이었습니다. 지율 스님은 도룡뇽으로 상징되는 자연 생태계가 더이상 개발논리 앞에서 무력하게 사라져야 하는 현실에 반대하기 위해 스스로 몸을 던져 2004년 6월 30일부터 8월 26일까지 단식했습니다. 그 결과 최대 국책 사업 가운데 하나인 고속철도 천성산 통과 사업이 6개월여 동안 지연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습니다. 22분 앞서 가기 위해 수만년을 이어온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와는 별개로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개발과 환경 사이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이 얼마나 먼 것일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사건입니다.



2. 동북 공정-고구려사 왜곡 문제
두번째 사건은 "동북 공정", 일명 "고구려사 왜곡 문제"입니다. 이 사건 역시 지난 2003년 연말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문제였지요. 문제의 발단은 중국의 지방 정부가 관광 상품 개발과 지방 경제 육성책으로 실시한 동북공정이 우리 고구려사를 그네들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시도를 보인 탓이었습니다. 이 문제로 올해 광복절 무렵엔 일본 이야기보다는 중국 이야기로 시끄러웠지요. 결국 이 문제는 한중간의 외교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다 2004년 8월 24일 우다웨이 신임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방한을 계기로 치뤄진 두 차례의 외무차관급 회담을 통한 구두 양해 발표로 일단락되기는 했습니다. 이 구두 양해는 △고구려사 문제가 양국 간 중대 현안으로 대두된 데 중국 정부는 유념하고 △한-중 우호협력 관계의 손상 방지와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해 공정한 해결을 도모하고 △정치 문제화하지 않도록 노력하며 △중국은 중앙·지방 정부 차원에서 교과서·출판물 등에서의 고구려사 관련 기술에 대한 한국 쪽의 관심에 이해를 표명하고 필요한 조처를 취해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을 방지하며 △학술 교류를 조속히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문제는 중국이 자본주의화의 길을 걸어갈수록 이에 대한 해결이 정부(정치)보다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양국의 민족 감정 차원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다시 분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실제 중국 정부나, 중국의 지식 사회는 이 문제에 대해 별반 관심이 없거나 잘 알지 못하는 일이었기에 그쪽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한국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는 후문입니다.



3. 비정규직 문제
세번째 사건은 사실 사건이라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난 IMF이후 한쪽에서는 노동시장 유연화는 꾸준히 추진되어 온 정책이자 사태였기 때문입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생존의 문제로 취급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을 냉각시켰고, 삶의 질은 물론 삶의 형태까지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상위 20%의 평균 월수입은 588만원이고 이는 하위 20%의 7.8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비록 정당한 방법으로 수입을 올린다고 할지라도 사회의 일각이 이렇게 허물어져가는 상황에서는 정당한 몫의 수입조차 바람부는 언덕에 세워진 모래성처럼 위태로울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4. 대통령 탄핵과 4월 총선
네번째 사건은 처음엔 국민대통합으로 나중엔 국민 분열로 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대통령 탄핵과 4월 총선"을 선정했습니다. 지난 2004년 3월 9일 한나라당, 민주당 의원 159명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제출로 시작된 탄핵 정국은 결국 3월 12일 찬성 193명, 반대 2명으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우리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에서 가결처리되면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는 사태가 빚어졌습니다. 대통령 탄핵은 일부 세력을 제외하곤 전국민을 하나의 분노로 통합시켰습니다. 그 결과 2004년 4월 15일 치뤄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제1당이 되고, 민주당은 몰락, 그간 3김 정치의 한 명이었던 김종필은 정계 은퇴, 정치신인의 대거 등장, 그리고 50년만에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총선이 끝난 한 달 뒤인 2004년 5월 14일 헌법재판소는 노대통령 탄핵을 기각하고,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게 됩니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광화문 네 거리 촛불 시위에 나섰지만, 탄핵 기각 결정은 이후 우리 사회의 보수파들에겐 좌절로, 보수 대단결로 이어지게 됩니다.



5. 보수 대결집
- 국가원로 시국선언과 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헌재의 위헌 판결
다섯번째 사건은 소위 "국가원로(?)"들의 시국 선언과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재 판결을 들겠습니다. 이 두 사건은 서로 별개의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사회의 보수 세력, 우파 세력이 어떻게 결집하고, 이후 우리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끌어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2004년 9월 9일 원로들의 시국 선언, 2004년 10월 21일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 헌재 위헌판결은 정치권력과 시민사회권력을 외견상 진보 혹은 개혁 세력이 모두 장악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우리 사회의 우편향, 보수 색채는 가시지 않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사건이었지요. 이 대목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고 자세히 보아야 할 내용은 종교(특히, 기독교 세력)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미국 대선 결과를 보아도 알 수 있듯 미국 사회에서 종교가 정치화할 때 어떤 성향을 드러내는가를 살필 수 있는데, 최근 우리 사회의 움직임으로 보아 미국 사회의 이런 흐름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을 떨칠 수 없습니다.



6. 성매매특별법 시행
여섯번째 사건은 2004년 9월 23일 드디어 시행된 "성매매 특별법"입니다. 공창제는 1916년 3월 일제가 경무총감부령 제4호 '유곽업창기취체규칙'을 제정하면서 제도로 도입되었는데, 해방 후 여성운동계, 사회운동계는 여성을 비인간화시키는 봉건 잔재로서 공창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결국 1946년 미군정하에서 폐지되었습니다. 공창제 폐지운동은 좌우를 불문한 여성운동진영의 합작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서구에서 성매매를 국가에서 관리하는 것을 폐지하도록 하는 운동은 19세기 조세핀 버틀러에 의해 주도되었는데, 이때의 폐지운동은 성매매 자체를 근절하자는 것이 아니라 성매매를 국가에서 관리하는 것을 금지하자는 운동이었습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을 둘러싸고 그간 우리 사회에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고, 저역시 원칙적으로는 성매매에 반대하고, 성매매 특별법의 시행에는 찬성하지만 다소 명확하게 정리할 수 없는 몇 가지 부분들 때문에 생각을 정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와 관련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논란(특히나 사회적 약자는 물론, 경제적으로 가장 약한 처지에 있는 여성들의 직업선택의 자유가 기본적으로 제한되는 현실에 대한 고민을 전제해야한다는 주장과 같이)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성매매를 근본적으로 불법화하여 우리 사회의 성매매에 대한 그간의 관념을 일신할 수 있게 된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성매매 특별법에 대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성매매 합법화론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반대합니다. 성과 관련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본인 자신의 자발적인 선택과 의지에 따르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다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다음 기회에 정리되는 대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7. 내수경기 침체와 국민연금 문제
일곱번째 사건 역시 반드시 올해만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일곱번째 주요 사건으로 저는 "내수경기침체와 국민연금" 문제를 들고자 합니다. 그간 우리 경제가 불황, 혹은 장기 불황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이 아니냔 지적은 있어왔습니다. 이 문제는 엄밀하게 살펴보자면 그간 우리 사회의 성장 동력이나 모델이 낙후한 것이란 데서 발생한 것이고,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과 같이 국내 시장 규모를 경색되도록 한 경제 정책 탓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내수시장 불안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경제지표가 최악의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수출이 버텨준 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국민들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이 국민연금을 정부가 수익성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공표하고 나선 문제인데, 이에 대한 해법을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비정규직 문제와 더불어 내년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8. 북핵위기와 북한인권법
여덟번 째 사건은 지난 2004년 10월 4일 미국 하원을 통과한 "북한인권법"입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문제는 그것을 미국이 강요해서 얻어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미국식 인권이 인류가 보편적으로 지향해야 할 인권의 전범도 아니란 것입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미국은 다른 나라의 인권 상황 개선을 이야기할 만한 인권 국가도 아니며, 미국식 인권이란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의 이라크 포로들이나, 관타나모 미군 기지에서 적법한 재판 과정도 없이 무기한 감금되어 있는 이들이 잘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이 말하는 북한인권법이란 중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눈에 가시처럼 박힌 북한을 붕괴시키는 하나의 단계이자 명분 쌓기용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위기 상황을 고조시키는 법안이란 점에서 2004년의 10대 사건 중 하나로 선정했습니다.



9. 부시 재선과 자이툰 부대 파병
아홉번째 사건은 2004년 11월 4일 확정된 미국 대선 결과 부시가 재선되었다는 것과 우리 자이툰 부대가 결국 비밀리에 이라크에 파병되었다는 것입니다. 11월 4일 재선이 확정된 부시는 일주일도 안 된 11월 9일 이라크 팔루자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10.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파문
열번째 사건은 지난 2004년 11월 17일 실시된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의 부정 파문을 선정했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가 과연 어느 선까지 내려와 있는가를 보여주는 끔찍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대학입시를 지상최고의 과업으로 삼는 입시 지옥같은 교육 현장, 내신 성적 부풀리기란 비교육적인 교육일선의 작태가 부풀 대로 부풀어 올라 죄의식이 사라진 학생들 사이에서 만연한 현상이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부정 파문에 연루된 일부 학생들의 책임이라고만 할 수 있겠습니까.



올 한해 다들 고생 많으셨고, 남은 기간 무사히 넘기시길 바라면서... 내년엔 즐거운 10대 뉴스만으로 채워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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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비발~* > 이중 감정을 일으키는 그림책..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 - 2004년 칼데콧 상 수상작 I LOVE 그림책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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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어떤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상실에 대한 그림책이다. 그것도 911테러로 사라져버린 쌍둥이 빌딩에 대한. 

그 남자가 묘기를 선보일 수 있었던 그 빌딩은 어디로 갔는가, 고 이 책은 묻는다. 네가 없앴는가? 네가 파괴했는가? 왜? 그런 물음들을 이끌어내려고 의도한다. 다분히 정서적인 환기법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합리적인 관점에서 테러를 설명해줄 수도 있겠지. 그러나 테러를 야기했던 원인까지 이야기하기엔 길이 너무 멀다. 그 길을 생략한다면 역사적 맥락을 모르는 미국 아이들에게 대단한 선동일 수 있다. 긍정적으로 말하면 반테러에 대한 선동. 하지만 테러 일반을 생각하기엔 그들에게 너무도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따라서 오히려 상실이 먼저 다가올 수 있고, 상실에 따른 슬픔과 아픔이 다가오고, 그리고 이른바 911테러의 가시적인 발원자들에 대한 분노가 따라올 것이다. 미국인들에겐 이 책이 뉴베리 상을 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책을 소개한다면, 그것은 수상작이라는 이유이외에는 큰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특히 이른바 반테러의 공포가 스멀스멀 일어나는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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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비발~* > 상투적인, 너무나 상투적인
악어입과 하마입이 만났을 때 사계절 저학년문고 29
장수경 지음, 이상권 그림 / 사계절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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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이혼은 아이들에게 가장 커다란 상처이자 아픔이 된다. 아니, 될 거라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이혼보다 더 큰 상처는 지속적인 불화이며, 그 불화로 인한 자신의 존재가 환영받지 못하게 된 존재라는 것, 짐이라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것일 가능성이 더 크다. 아니,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주위의 시선일 수도 있다. 그 아이들을 문제아로 내모는 것은 너무나 상투적인 고정관념이며, 그 아이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아이들은 납득할만한 이유라면 그것이 부모의 이혼이든 불화든 자기 나름대로 이해하고 소화할 힘이 있다. 문제가정과 문제아, 이른바 '건강 가정' 이데올로기와도 맞닿아 있는 이런 고정관념의 공식을 한번쯤은 반성해도 될 때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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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비발~* > 잘 만들어진 동화...
넌 누구야? 사계절 저학년문고 30
황선미 지음, 최정인 그림 / 사계절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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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의 위탁 가정의 아이인 나 '유찬'이 겪는 갈등을 그린 동화. 한 마디도 깔끔하다. 짜임새도 훌륭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운도 감동도 남지 않는다. 대체 왜 일까? 되풀이해서 읽어본다.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의 눈이 아니어서? 그럴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만약 그렇다면 애시당초 동화 따위엔 감동을 느끼지 말아야 할 거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고아원의 아이, 성주의 마음은 설정에서부터 배제되어서? 하지만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철저히 위탁가정의 아이 '나'의 눈으로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성주라는 아이의 갈등은 울음과 도둑질로만 보여질 수 있을뿐이다. 그렇기는 해도 뭔가 부족하다. 바로 그 일인칭 서술이야말로 작가는 성주를 주체적 인간으로 보려는 걸 포기한 것이 아닐까? 머릿말을 보면 그럴 것도 같다. 잊어버렸거나 잃어버린 어린시절에 대한 이야기. 그러니까 성주는 주로 그것을 되살리는 장치로서 기능한다. 고아로서의 존재 방식이 아니라... 찬이 엄마도 고아원 출신, 친구 오종민이 엄마 성을 쓰는 것, 말더듬이 동일이... 소도구들도 나무랄 데 없지만, 그러나 작가의 시선은 성주가 아니라 찬이로 대표되는 커버린 아이, 또는 어른의 어린시절에 가 있었던 거라고 하겠다. 게다가 성주의 여섯 손가락. 마치 사족같은 느낌 -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다 너무 많이 붙인. 그렇게 잘 만들어진 동화지만, 감동까지 짜넣는데는 성공하지 못한 것만 같다. 하긴, 감동은 짜넣으려고 해서 짜넣어지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기대했던 작가의 작품이라 실망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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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비발~* > 무난한 첫읽기 책
프라이팬 할아버지 난 책읽기가 좋아
간자와 도시코 지음, 호리 우치 세이치 그림, 고향옥 옮김 / 비룡소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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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책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 책을 읽는 즐거움은 사물을 새롭게 보는 법을 발견할 때이다. 아이들책은 특히 아이들 눈으로 새롭게 보는 법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이 작품은 1969년 작품이다. 무척 오래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많은 아이들이 읽은 책이라 들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책이 소개되었을 때는 '오랫동안 많은' 독자가 읽었다는 사실은 소개의 결정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 작품이 지금 우리나라에 소개된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작품을 보았을 때는 기발한 상상력도, 신선한 스토리 전개도 없다. 못쓰게 된 프라이팬이 가출을 해서 정글에서 사막에서 모험을 하고 마침내 기진맥진했을 때 새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가 이 책의 내용이다.

그러나 스토리로만 작품을 재단하기에는 남은 무엇인가가 있다. 아이들은 자기 엄마 아빠가 되는대로 지어낸 이야기라도 그 현장에서는 좋아라한다. 전후관계가 얼토당토 않지만, 아이들은 재미있어할, 바로 그런 현장성이 이 책의 스토리전개에는 있다. 그런데 번역은 관행적인 형태로 되어있다. 매끄럽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한 현장성을 살리려면 했어, 식의 입말투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나무랄데가 있는 옮김은 아니지만, 첫 문장하나는 걸린다. "프라이팬 할아버지는 새까만 냄비 할아버지예요." 그림도 그렇고 프라이팬을 냄비라고 생각하는 우라니라 어린이는 드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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