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도록 영화를 뫘다. 분명 제목은 본 것인데 기억이 안 났다. 중간 중간 어렴풋이 기억이 나긴 났지만 말이다.
장길산 , 녹두장군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렇다고 "모순"의 내용도 기억나는 것이 아니고 불타는 여인, 여자는 죽어야한다도 기억나지 않는다. 뿌리고, 거두고 난리를 쳤던 즐거운 사라도 기억나지 않는다. 어린 시절 그토록 좋아했던 시드리 셀든의 글들은 깡그리 잊었다. 아무리 내가 잊기를 잘 한다고 하지만 정말 너무 한 것 같다. 그러면 또 다른 것들은 기억이 나는가? 당연히 아니다. 동백꽃의 주인공 이름이 멍순인지 점순인지, 맹순인지. 그것 조차 가물가물하다.
어떤 책을 읽으면서는 중국인에 대해서 중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깊이 알고 싶고, 어떤 책을 읽으면서는
용화세계란 말을 찾아 본다. 장길산과 관련이 있다하여 또 뒤적인다. 집에는 컴터가 없으니 그저 가진 걸로 가지고 뒤적이니 한계에 부딪힌다.
"꼬끼오" 하찮은 닭 울음 소리 때문에 천불천탑의 공이 무너졌다는 도선국사의 설화도 찾아보고 그러다 보면 삼국유사를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느 하나 딱 부러지게 아는 것도 없는 것에 마음이 답답하다. 다만 그 순간 즐거웠을 뿐이다.
어제도 소현이 안과에 들려서 오는 길 서점에 들렀다. 수 많은 책들 . 수 많은 신간들 . 소설책 한 권을 집었다가 놓았다. 나의 욕심이 끝이 없듯이 책에 대한 욕심도 끝이 없다. 그러나 잠시 마음을 추스렀다. 제목만 보고 읽었다고 단정짓고 그 내용은 한 올타리 알지 못하는 나의 책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은 달콤하더라. 무척이나 달콤하더라. 그러나 그 달콤함도 오래 못 가더라. 순간 입안의 달콤해도 사탕을 다 빨아 먹고 나면 뭔가 허전함. 몇 달만 지나면 읽었다는 것만 기억하는 나의 뇌!
내가 그토록 좋하했던 이 중의 책들의 사건이 기억나면 난 행복하건만 불해히 한 사건도 한 대목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내가 읽을 책들은 바로 내 옆에서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순전히 나를 갈등하게 만든 것은 이 책 때문이다.
그냥 스쳐 지나갈 돌덩이에 외국인조차 깊이 파고든 이 책 말이다.!!!
읽지 않은 자 배우지 않은 자의 한계는 반드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