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뭐니?
토방 창문을 쪼늗 이상한 소리에 살며시 내다보니 알 수 없는 녀석이 뜰에 들어와 방황하고 있다. 날아온 것은 아닌데 어떻게 높은 담을 넘었을까?

참 묘한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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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잘 놀았다. 점심시간 특별히 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빼먹기를 일삼았으니 뽀쪽한 수가 있을 수 없다. 맨날 제자리에 맴도는 소리는 나아질리가 없고 헛빵만 친다. 다 게으름의 탓이다.

다시 벚나무 그늘에 들었다. 서簧를 물에 담궈주고 사계절 매일 같은 시간에 벗이 되어 주었던 벚나무를 본다. 꽃 피는가 싶더니 이젠 까만 열매를 맺었다. 그 틈에 자리를 비웠다는 말이 된다. 

간혹 찾아왔던 그 새들도 잘 있을까. 서簧를 관대에 끼운다.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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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하나를 보고자 길을 나섰다. 높은 산에 피기에 보려면 높이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함박꽃나무다.


느린 걸음이지만 눈은 쉴사이 없이 두리번 거린다. 꽃 피었다는 소식에 때론 안절부절 못하고 기어이 보고야말겠다는 욕심이 슬그머니 사라지는 중이다. 인연이 닿아 볼 수 있는 것은 보고 지나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오늘 나선 길에서도 제법 여러가지를 보긴 했지만 아직 이름 모르거나 알고도 잊은 것도 있고, 사진으로만 보다가 실물을 첫 대면하는 인연도 있다. 매화노루발이 그것이다.


일년전 같은 시기에 같은 길을 걸었다. 걸리는 시간도 비슷하고 본 식물 역시 비슷하지만 봄 가뭄이 심하고 일찍 시작된 더위 때문인지 꽃 상태가 지난해 보다 못하다.


노각나무 꽃은 뒷산에서 꽃무덤으로 만나야겠다.


함박꽃나무

다래

사람주나무

때죽나무

박쥐나무

산골무꽃

백당나무

미나리아재비

고광나무

산딸나무

매미꽃

매화노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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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을 채우고서 더 바빠진 달이 구름 사이를 서둘러 건너간다. 목이 터지도록 아우성치던 개구리도, 밤을 새울 것 처럼 울던 소쩍새도, 홀딱 벗고를 민망하게 외처던 검은등뻐꾸기도 오늘따라 모두가 잠들었나 보다. 달빛은 고요한데 가로등 불빛이 거꾸로 선 논에는 별들까지 내려와 잠이 들었다.

뜰에 가득찬 달빛이 아까워 내려서려던 토방 끝에서 발길을 멈춘다. 서성이는 밤이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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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구슬나무'
매년 같은 때 같은 자리를 찾아가 안부를 묻는 나무가 있다. 때마춰 어김없이 피는 꽃은 환상적인 색과 그보다 더 황홀한 향기에 취해 좀처럼 꽃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빛과 꽃 사이에서 벌어지는 빛과 색의 향연이 아찔하다.


가지 끝에 연보랏빛의 조그만 꽃들이 무더기로 모여 핀다. 보라색이 흔치 않은 나무꽃 중에 더욱 돋보이며, 진한 향기가 매우 향기롭기까지 하다. 과한듯 진한 꽃향기지만 꽃그늘 아래로 모여드는 생명들을 내치지 않을 정도로 너그럽게 품어준다.


열매는 가을에 들어서면 노랗게 익는다. 바깥은 말랑말랑하고 가운데에 딱딱한 씨가 들어 있다. 모양은 둥글거나 약간 타원형이고, 긴 열매 자루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겨울철 남도를 여행하는 길가에 자주 보인다. 멀구슬나무라는 이름은 이 열매에서 비롯된 듯하다.


"비 개인 방죽에 서늘한 기운 몰려오고
멀구슬나무 꽃바람 멎고 나니 해가 처음 길어지네
보리이삭 밤사이 부쩍 자라서
들 언덕엔 초록빛이 무색해졌네"


*다산 정약용 선생이 1803년에 쓴 '농가의 늦봄田家晩春'이란 시에도 멀구슬나무가 등장한다. 친숙한 농촌마을의 늦봄의 정취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멀구슬나무는 목재, 수피, 열매 등이 생활에서 다양하게 쓰이는데 나무 입장에서 보면 모두 주의를 살펴야할 일들이다. '경계'라는 꽃말이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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