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온이 서늘타하고 좋아라 하였더니 한낮의 폭염으로 숨 쉬는 것 조차 버겁게 하려고 미리 예고하는 것임을 못알아 들었다. 가까운 대숲 죽녹원에라도 들어서 대나무 잎 서걱거리는 소리라도 들어야 될까 싶다.


"내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해서 무엇하리"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다. 물, 돌, 소나무, 대나무, 달까지 다섯 모두 어느 하나라도 빼 놓을 수 없는 좋은 친구다.


오늘은 대나무竹에 주목한다. 대나무를 떠올리면 추운 겨울 눈쌓인 대나무밭의 시리도록 푸른 모습이 으뜸이지만 이 여름에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 여름날 대나무밭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며 바람결에 댓잎 부딪히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가 시켰으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렇게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오우가 중 대나무竹를 노래한 부분이다. 엄밀하게 구분하면 대는 나무가 아니라 풀이다. 풀이니 나무니 구분에 앞서 대의 무리群가 가지는 곧고 푸른 특성에 주목하여 벗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파아란 하늘에 뭉개구름 둥실 떠간다. 모습으로만 보면 가을 어느 한 날을 뚝 떼어다 옮겨놓은 듯 싶은데 내리쬐는 햇볕은 인정사정이 없다. 이런날은 대 숲에 들어 피리연주자 김경아의 '달의 눈물'을 무한 반복으로 듣고 싶다.


https://youtu.be/kHBUhH_sZw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누리장나무'
속눈썹 길게 빼고 한껏 멋을 부렸다. 혹여나 봐주지 않을까봐 노심초사한 흔적이 역역하다. 꽃 모양으로 봐선 누구든 다 봐주라는 몸짓이고 그에 못디않은 향기까지 있다. 누구를 향한 신호일까?


엷은 홍색으로 새 가지 끝에 달려 피는 꽃은 그 독특함으로 주목 받기에 충분하다. 유난히 튀어나온 수술이 그 중심에 있다. 꽃뿐만 아니라 붉은 꽃받침에 싸여 하늘색으로 익는 열매 또한 깅렬한 인상을 준다. 가을에 만나는 꽃받침과 열매가 꽃보다 더 곱다.


잎과 줄기 등 나무 전체에서 누린내가 나서 누리장나무라고 한다. 역시 코보다 눈이 더 먼저다. 다소 부담스러운 냄새를 누르고도 남을 멋진 모양이 돋보인다. 꽃이 필 때는 향긋한 백합 향을 풍긴다.


개똥나무, 누린내나무라고도 부르는 누리장나무는 꽃과 꽃향기 그리고 붉은 꽃받침에 쌓인 하늘색 열매까지 너무도 이쁜 나무다. '친애', '깨끗한 사랑'이라는 꽃말도 잘 어울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산을 넘는 어둠이 마을 어귀로 들어서는 시간, 버릇처럼 서쪽을 바라본다. 텃밭을 돌보다가, 뜰의 나무와 풀들 사이를 거닐다가도, 마당에 풀을 뽑다가,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길에 접어들어서도, 늦은 저녘을 먹다가도, 서재에 들어 책을 보다가도 그 시간만 되면 자동으로 몸을 일으킨다. 

"긴 치맛자락을 끌고 
해가 산을 넘어갈 때 

바람은 쉬고 
호수는 잠들고 

나무들 나란히 서서 
가는 해를 전송할 때 

이런 때가 저녁때랍니다 
이런 때가 저녁때랍니다"

*피천득의 시 '저녁때'의 전문이다. 시인의 저녁때와 나의 같은 시간은 무엇이 다를까.

수고로움으로 하루를 건너온 해가 수놓은 하늘빛을 보고자 함이다. 그 안에 투영된 나의 하루가 어떤지 돌아보는 시간이기에 되도록이면 느긋하게 바라다보는 지극히 짧은 시간이다.

오늘 하루가 붉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솔나리'
한여름에 1507m 남덕유산을 오르며 속내는 따로 있었다. 한번도 보지 못한 꽃이 어디 한둘이겠냐마는 그 모든 꽃에 보고싶은 마음이 일어나 길을 나서게 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일고 기회가 되어서 때를 만나야 볼 수 있다는 당연한 이치를 다시 생각한다. 남덕유산 정상에서 서봉에 이르고 다시 육십령으로 가는 길에 긴 첫만남을 한다.


크지 않은 키에 솔잎을 닮은 잎을 달고 연분홍으로 화사하지만 다소곳히 고개숙이고 방긋 웃는 모습이 이제 막 피어오르는 아씨의 부끄러움을 담았다.


꽃은 밑을 향해 달리고 꽃잎은 분홍색이지만 자주색 반점이 있어 돋보이며 뒤로 말린다. 길게 삐져나온 꽃술이 꽃색과 어우러져 화사함을 더해준다.


환경부에 의해 보호식물로 지정되었으며, 우리나라는 강원도 북부지역과 남쪽에선 덕유산과 가야산 등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다.


아름다움을 한껏 뽑내면서도 과하지 않음이 돋보인다. 그 이미지 그대로 가져와 '새아씨'라는 꽃말을 붙였나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역 군인 생존 바이블
황연태 지음 / 북랩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준비실패를 줄이는 최고의 길

입영집체훈련과 전방입소라는 지금은 아주 생소한 말이 1980년 중반까지 남자 대학생들은 1, 2학년 때 교련과목의 일환으로 의무적으로 이수해야만 하는 과정이었다내게 그마저 허락되지 않아 1학년 입영집체훈련을 마지막으로 군대 관련 모든 것이 끝났다그러니 군대에 관한 어떠한 이야기도 일상에서 그리 친근한 이야기가 될 수 없는 특수한 사정으로 군대관련 관심은 멀어졌다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이 겪어야하는 필수 과정이고 가족을 비롯한 친구 등의 입대로 군대를 다녀오지 못한 사람에게도 군대는 그리 낯선 곳이 아니다.

 

그렇게 친근한 군대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은 사병으로 휴학 중에 군입대한 경우라 전역 후 일상으로의 복귀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실감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이기도 하다이런 전역 후 사회 복귀나 적응이 문제될 주요 대상은 직업군인이었던 사람들에게 주요하게 해당되는 것으로 여겨진다우리나라 직업군인의 숫자는 그 숫자가 가장 많은 부사관을 포함 장교까지 대략 12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이들은 짧게는 4년에서 길게는 30여 년간

군에 복무한 사람들이다이들의 사회복귀와 적응은 그 복모기관과 비례해서 어려움으로 다가설 것이라고 짐작이 된다.

 

전역 군인 생존 바이블은 22년간 직업군인으로 복무하다 전역한 사람이 앞으로 전역을 준비해야하는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실제 경험담을 중심으로 한 전역 후 생존 프로그램이다한 군인이 전역 후 어떻게 사회에 적응하면서 정착을 했는지정착하기까지 무슨 생각을 하고 주어진 환경에 대처해 나갔는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조목조목 설명해 주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전역 군인 생존 바이블은 고정관념을 버리고 자신의 처지와 조건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생전준비를 위해 반드시 준비해야할 사항을 체크하여 실전에 임하는 모습으로 그려가고 있다여기에 전역 후 실패와 성공 사례를 살펴 교훈을 얻고 사회에 스스로 설 수 있는 독립된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준비를 철저히 한 사람답게 참고할만한 책을 선정하고 그로부터 도움 받을 수 있는 길까지 안내하고 있다.

 

싸워야 할 대상인 사회를 알고나의 적성을 파악한 뒤그에 대해 공부하는 것

 

어쩌면 이 문장 안에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다 들었을지도 모르겠다군인으로 생활한 수십 년의 생활이 몸에 익어 사회 복귀와 적응도 그런 군인의 정신으로 준비하고 실제에 적용하는 모습의 연장선상으로 읽힌다.군대 내 생활과 사회의 생활이 본질적으로는 그리 크게 다르다고 볼 수 없는 것이라면 이런 시각으로 사전에 준비하고 실천한다면 저자의 후배를 염려하는 노력이 큰 성과를 가져오리라고 생각되어진다.

 

준비된 사람준비된 일은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여기에 사람을 중심에 두고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를 대할 수 있었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