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넘는 어둠이 마을 어귀로 들어서는 시간, 버릇처럼 서쪽을 바라본다. 텃밭을 돌보다가, 뜰의 나무와 풀들 사이를 거닐다가도, 마당에 풀을 뽑다가,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길에 접어들어서도, 늦은 저녘을 먹다가도, 서재에 들어 책을 보다가도 그 시간만 되면 자동으로 몸을 일으킨다. 

"긴 치맛자락을 끌고 
해가 산을 넘어갈 때 

바람은 쉬고 
호수는 잠들고 

나무들 나란히 서서 
가는 해를 전송할 때 

이런 때가 저녁때랍니다 
이런 때가 저녁때랍니다"

*피천득의 시 '저녁때'의 전문이다. 시인의 저녁때와 나의 같은 시간은 무엇이 다를까.

수고로움으로 하루를 건너온 해가 수놓은 하늘빛을 보고자 함이다. 그 안에 투영된 나의 하루가 어떤지 돌아보는 시간이기에 되도록이면 느긋하게 바라다보는 지극히 짧은 시간이다.

오늘 하루가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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