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산을 내려온 안개가 아침을 맞아 파아란 하늘의 그 넉넉한 품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차이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세상 이제부터 익숙해질 아침 풍경이다.

목이 잘린 나무는 경이롭게 새 싹을 키웠다. 높은 하늘을 닮은 꿈을 키웠던 나무는 이제는 뭉툭한 잘린 모습으로 새로운 꿈을 꾸는 중이다. 나무의 새로운 꿈처럼 '어제 같은 오늘과 오늘 같은 내일'을 이어가고자 새로운 계절에 꿈을 꾼다. 

오늘, 비로소 가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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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경림'
-이경자, 사람이야기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 시인의 시 '갈대'다. 계절도 내 삶의 시간도 가을의 문턱 즈음에서 '산다는 것'에 주목하는 때에 오롯이 '시인 신경림'을 만나는 의식을 치루듯 찾아 본 시가 이 '갈대'라는 작품이다.

'농무'로 기억되는 신경림 시인은 그 시를 알지도 못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서로를 연결지을 수 있는 것은 순전히 학교교육의 혜택(?)이다.

이 책은 작가 이경자의 눈으로 본 시인 신경림에 대한 이야기다. 둘다 잘 알지 못하니 이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글을 통해 주목하는 대상과 글쓴이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리라.

빠르게 첫장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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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립국악원관현악단 호남교류공연


천년의 울림 락樂


2017. 9. 1(금) 오후 7:30
광주광역시문화예술회관 대극장


*프로그램
ㆍ국악관현악 '봄을 그리다' 작곡 김백찬
ㆍ태평소 협주곡 '서용석류 태평소 시나위' -편곡 계성원, 태평소 김상연
ㆍ창과 관현악 '흥보가 중 흥보 박타는 대목'-편곡 김선, 판소리 장문희
ㆍ아쟁 협주곡 '김일구류 아쟁 산조' -편곡 박범훈, 아쟁 서영호
ㆍ타악협주곡 무취타-구성 한승석, 편곡 김선재, 타악 바라지


*전라도를 구성하는 세 자치단체인 '광주광역시ㆍ전라남도ㆍ전라북도'의 국악 단체간 교류공연의 일환으로 마련된 자리에서 귀한 공연을 만났다.


다양하게 준비된 프로그램을 통해 자치단체간의 국악공연의 교류가 가지는 특별한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는 기회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다른 지역단체의 공연을 만날 수 있고 일부러 찾아가야만 했던 공연을 가까운 곳에서 만나니 개인적으로도 그 의미를 더한다.


단연 돋보이는 서영호 아쟁연주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와 이번 공연의 백미였고 바라지의 열정 넘치는 무대는 단독 무대를 상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판소리의 소리가 반주에 묻히고 협주하는 악기가 서로의 소리를 튕겨내는 속에서도 국악이 가지는 특유의 리듬에 젖어드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반을 넘어선 달이 중천에 올라온 밤 국악관현악 선율에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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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가을의 경계가 이토록 위태로울까. 가을의 시작이지만 그게 그리 쉬울리 없다. 곱던 햇살이 여름의 강렬함을 담은 햇볕으로 만물을 달구어 간다.


보이지도 않은 거미줄에 툭 떨어진 꽃이 걸렸다. 그것도 두개의 꽃이 마주보고 있다. 미세한 바람도 치명적일 허공의 멈춤은 언제까지 유지될지 짐작도 못한다. 다만, 지금 이 순간에 주목할 뿐이다. 이렇게 허공에 매달린 시간을 사는지도 모르지만 다시금 아직 당도하지 않은 내일인 가을을 불러내느라 마음만 분주하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것을 마음으로 확정하는 날, 살랑거리는 바람 사이로 초가을 넉넉한 햇살이 포근하게 파고든다.


가을을 불러온다지만 사람의 마음이 그러고 싶을뿐 시간에는 경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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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
가을을 시작하는 9월 첫날 텃밭에서 이슬 맺힌 꽃을 본다. 순하고 곱다. 꽃으로만 보기에도 충분히 좋다. 아기자기한 맛과 멋이 있다. 거기다 흰색이니 그 청초하고 고운모양에 더 눈길이 더 간다.


꼭 먹을 생각만으로 키우지 않은 것도 있다. 도라지가 그렇고 잇꽃이 그렇고 더덕도 마찬가지다. 소중한 먹거리에 대한 모독이라고 하면 변명거리는 없지만 채소가 주는 것이 먹거리뿐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꽃보는 멋이 함께하여 더 여유로운 마음을 누리고자 한다.


정구지(경상도, 충청도), 졸(충청남도) 혹은 솔(전라도)이라는 사투리로도 불린다. 잎은 길고, 꽃은 흰색으로 핀다. 생채는 물론 장아찌, 김치나 부침개 등으로 두루 쓰이고 각종 양념에 첨가해서 먹기도 한다.


'정을 굳히는 나물'이라는 의미로 정구지라고도 하는 부추의 잘리고 또 잘려나가도 새 순을 올리는 마음에서 한없는 슬픔이 전해진 것일까? '무한한 슬픔'이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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