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매臘梅'
새해들어 눈맞춤하는 첫꽃이다. 매년 의식을 치루듯 이 꽃과 마주한다. 이 꽃 피는 것을 보고도 한참은 더 기다려야 본격적인 꽃시즌이 되지만 시작을 알리는 의미로 남다르게 대한다.


눈밭에서 곱게 핀 꽃을 먼발치서 바라본다. 색처럼 은은한 향기에 취해 바라보는 눈짓만으로도 조심스럽다. 꽃이 귀한 때 꽃과 향기를 벗하고자 내 뜰에도 들여왔으나 아직은 어린 묘목이라 꽃을 언제쯤 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납월臘月은 음력 섣달을 이르는 말이고 그 납월에서 가져온 납매臘梅라 한다. 섣달에 꽃을 피우는 매화를 닮은 꽃이라는 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다소곳이 아래를 향한 시선에선 넉넉한 마음자리로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곱게 나이들어가는 여인네를 보는듯 하다. '자애'라는 꽃말이 썩 잘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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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속을뻔했다. 파아란 하늘에 볕이 그만이다. 이 볕이면 꽃나들이 가자고 한들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멀리서 혹은 제법 가까이에서도 꽃소식 들리니 마음은 벌써 꽃아래 서 있다. 살랑이는 바람결이 얼굴을 스칠때 잠시 봄내음이 머문다.


"잎사귀가 없어서 볕이 잘 드는 나무다
그 나무 아래 할아버지가 볕을 쬐고 있다
나무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다
설산에서 내려온 긴 수로가 곁을 지나고
관광객들이 이리저리 어슬렁거리고 있다
가끔은 낡고 해진 것들 곁에 가방을 내려놓는다
잎사귀 없는 할아버지
더 이상 푸른빛 없는 할아버지 곁을
배낭을 멘 젊은이들이 지나간다
가끔 길이나 물으면
가끔 길이나 가르쳐준다
언젠가 나도 볕 잘 드는 나무 아래
앉아 있을 것이다
누군가 곁을 서성이며
물어올 것이다
젊은이가 부러운가요
그야, 물론이지
그러면 다시 한 번 사시겠습니까
아, 그건 아니고
그냥 이 볕으로 괜찮아"


*하상만의 시 '볕 잘 드는 나무'다. 언듯 내 미래의 소망이 담긴듯 하여 읽는 내내 마음 속 포근함이 머문다. 시 속에 등장하는 할아버지 처럼 "가끔 길이나 물으면/가끔 길이나 가르쳐준다"는 소소한 일상이면 좋겠다. 내 멀지 않은 미래가 "그냥 이 볕으로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길 소망한다.


뜨락에 앉아 마알간 하늘 보며 빙그레 웃는다.

아ᆢ, 환장換腸할 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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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부터 꽃소식이 들려온다. 동해시의 복수초를 시작으로 진주와 태안의 납매와 풍년화 등 일찍 피는 꽃들의 소식이 반갑기만한 것은 아니다.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일이라 꽃소식 들리는 곳으로 향하는 마음만이라도 다독이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


꽃을 못 보니 모든게 꽃으로 보인다. 알알이 맺힌 얼음방울을 들여다보다 만난 우연의 산물이다. 간혹 빛과 대상을 일직선 상에 놓고 눈맞춤하다보면 만날 수 있다. 아침 햇살이 만들어준 꽃이 있어 그것으로 간신히 아쉬움을 달랜다.


병이 깊다. 오늘밤 꿈속에는 눈 속에서도 꽃이 피는 산골짜기 꽃밭에 오랫동안 머물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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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당나무'
아파트 화단에서 말라가던 나무를 데려와 심었다. 다행히 잘 자라서 일부가 새로운 집으로 가서도 꽃을 피웠다. 제법 등치를 키워가면서도 뿌리를 통해 몸을 나누어 새로운 가지를 낸다.


늦은 봄에 산수국 닮은 하얀꽃이 둥그런 모양으로 테두리를 장식하며 꽃을 피운다. 꽃도 꽃이지만 초가을 붉은색으로 익는 열매는 눈 내리는 겨우내 매달려 있어 꽃이 귀한 철에 볼거리를 제공한다. 꽃을 본지 몇년 만에 열매를 본다.


꽃이 달리는 모습이 수국과 같아 목수국 또는 백당수국이라 부르기도 하나 수국과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암술과 수술이 모두 없는 꽃으로 이루어진 나무는 불두화라 부른다.


특이한 꽃에 주목하여 뜰에 심었다. 집 근처 야산 계곡에도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확인했다. 중성화로 벌과 나비를 불러오는 모양에서 유래한 것인지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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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려나 싶다. 온통 회색으로 점점 짙어지는 하늘이다. 갇힌듯 답답함이 짓누르는 오후를 멈춘 바람보다 더 더디게 건너고 있다.


한 나무에 위 아래로 까치가 앉았다. 그 아래 묵은 집이 있으니 까치 사이가 짐작은 되지만 한 나무에 함께 앉은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라 의아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마주보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혹 서로 내외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짐작만 할 뿐이다.


까치에 주목하고 있는 사이 하늘 문이 열렸나 보다. 는개비가 소리도 없이 내린다. 비를 피할 마음도 없이 까치가 앉아 있는 키다리나무를 본다. 기다리는 눈이 아니지만 서운한 마음이 하나도 없다.


멈춰버린 오후를 염려하는 하늘 마음이 비로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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