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속을뻔했다. 파아란 하늘에 볕이 그만이다. 이 볕이면 꽃나들이 가자고 한들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멀리서 혹은 제법 가까이에서도 꽃소식 들리니 마음은 벌써 꽃아래 서 있다. 살랑이는 바람결이 얼굴을 스칠때 잠시 봄내음이 머문다.


"잎사귀가 없어서 볕이 잘 드는 나무다
그 나무 아래 할아버지가 볕을 쬐고 있다
나무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다
설산에서 내려온 긴 수로가 곁을 지나고
관광객들이 이리저리 어슬렁거리고 있다
가끔은 낡고 해진 것들 곁에 가방을 내려놓는다
잎사귀 없는 할아버지
더 이상 푸른빛 없는 할아버지 곁을
배낭을 멘 젊은이들이 지나간다
가끔 길이나 물으면
가끔 길이나 가르쳐준다
언젠가 나도 볕 잘 드는 나무 아래
앉아 있을 것이다
누군가 곁을 서성이며
물어올 것이다
젊은이가 부러운가요
그야, 물론이지
그러면 다시 한 번 사시겠습니까
아, 그건 아니고
그냥 이 볕으로 괜찮아"


*하상만의 시 '볕 잘 드는 나무'다. 언듯 내 미래의 소망이 담긴듯 하여 읽는 내내 마음 속 포근함이 머문다. 시 속에 등장하는 할아버지 처럼 "가끔 길이나 물으면/가끔 길이나 가르쳐준다"는 소소한 일상이면 좋겠다. 내 멀지 않은 미래가 "그냥 이 볕으로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길 소망한다.


뜨락에 앉아 마알간 하늘 보며 빙그레 웃는다.

아ᆢ, 환장換腸할 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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