看山 간산
倦馬看山好 권마간산호
執鞭故不加 집편고불가
岩間纔一路 암간재일로
煙處或三家 연처혹삼가
花色春來矣 화색춘래의
溪聲雨過耶 계성우과야
渾忘吾歸去 혼망오귀거
奴曰夕陽斜 노왈석양사

산을 구경하다
게으른 말을 타야 산 구경하기가 좋아서
채찍질 멈추고 천천히 가네
바위 사이로 겨우 길 하나 있고
연기 나는 곳에 두세 집이 보이네
꽃 색깔 고우니 봄이 왔음을 알겠고
시냇물 소리 크게 들리니 비가 왔나 보네
멍하니 서서 돌아갈 생각도 잊었는데
해가 진다고 하인이 말하네

*조선 사람 김병연(金炳淵, 1807~1863)의 시다. 김삿갓으로 더 유명하다. 그의 행적을 생각하면 짐작되는 바가 있다.

허망함을 다독일 방법을 찾지 못한다. 눈 앞에 아른거리는 전과 후의 모습이 선명하다. 함께한 시간보다 더 긴 호흡이 필요하리라.


먼 산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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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삼
한번 봤다고 멀리서도 보인다. 처음 만났던 때가 고스란히 떠오르면서 조심스럽게 눈맞춤 한다. 노고단에서 첫만남 이후 네번째다. 의외의 만남은 늘 설렘을 동반하기에 언제나 반갑다.
 
흰색의 꽃이 뭉쳐서 피었다. 연한 녹색에서 점차 흰색으로 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느다란 꽃대는 굳센 느낌이 들 정도니 꽃을 받치기에 충분해 보인다. 녹색의 숲과 흰색의 꽃이 잘 어울려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삐쭉 올라온 꽃대가 마치 노루꼬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노루삼이라는 이름이 여기서 유래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녹두승마라고 부르며 약재로 사용된다고 한다.
 
멀리서 바라본 모습이 마치 숲 건너편에 서 주변을 경계를 하고 있는 노루를 보는 느낌이다. 꽃말은 ‘신중’, ‘허세 부리지 않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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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6-09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숲속에서 어 노루삼이네? 할 수 있는 경지는 대체 어느 정도 인가요?
오랜시간 관심과 마주침이 필요하겠죠?
그것도 멀리서!
존경스럽습니다~♡
 

#시읽는수요일

내가 꽃을 사랑하는 이유

그대가 만개 하기까지
망울이 처연하긴 했어도
서러움이 배어 있을 줄은 몰랐고
이슬 젖은 햇살이 그려낸 풍경이 고와
눈이 시리긴 했어도
내 심상이 흔들릴 줄은 몰랐다

바람이 싹을 키운 나래 울
그대 꿈이 한 송이씩 날아 오를 때 마다
내 생령이 숨을 쉬고
그대 향 베인 솔 향에 긴 여운이
날 감싸 안아
지친 몸과 마음에 응어리
청산 낙수되어
그대 향한 물보라 친다

당산나무가 늘 그자리에 있는 것은
바람의 신을 마중하는 것이고
내가 이 화원에 늘 서성이는 것은
서럽게 오는 그대
간절히 기다리기 위함이니
그대어 그대어
아련나래 피어 나소서

*이정록 시인의 시 "내가 꽃을 사랑한 이유"다. 심장을 흔드는 순간을 맞이할 대상은 세상 모두가 꽃이더라.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통밀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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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6-09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학교밖에 안읽어봤지만 이 시인 좋아합니다^^
 

觀物 관물
無事此靜坐 무사차정좌
擧目觀物態 거목관물태
鳥聲自和悅 조성자화열
人語多細碎 인어다세쇄
彼由天機動 피유천기동
此以人慾晦 차이인욕회
於斯愼所恥 어사신소치
毫釐莫相貸 호리막상대

일없이 고요히 앉아서
눈길을 사물에 맞춰 모양을 살펴 보노라면
새 소리는 나긋나긋 즐거이 들리는데
사람 말은 자질구레 시끄럽구나
저 놈은 자연 섭리대로 살아가고
이 쪽은 사람처럼 욕심을 감추고 있네
이치를 깨닫고 무엇을 얻을지 신중하여
털끝만큼도 서로 느슨하지 말아야하네
 
* 조선사람 순암 안정복(安鼎福, 1712~1792)의 오언율시다. 계절은 봄에서 여름으로 건너간다. 바뀌는 때를 맞아 눈에 들어오는 사물의 모양에 집중해 본다.
 
간혹, 한들거리는 바람에 놀란 풀꽃이나 앉았다 날아가는 새로인해 흔들거리는 나무가지를 보며 덩달아 일렁이는 마음자리를 다독인다.
 
나뭇잎을 파고드는 빛의 움직임도, 귓가를 스치는 바람도, 나무 사이를 넘나드는 새의 움직임도 오롯이 들어오는 때가 있다. 찰라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음은 애써 무엇을 보려는 수고의 결과라기 보다는 자연과 온전히 하나된 물아일체에 비롯된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 숲에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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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난초
봄 가뭄으로 여름으로 치닿는 숲은 습기 보다는 푸석대는 건조함이 느껴진다. 홀딱 벗었다고 소리치는 새의 울음소리를 따라 걷는 숲길엔 이미 나왔어야하는 식물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한적한 숲에 홀로 또는 무리지어 자신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연한 자줏빛이 도는 갈색으로 피는 꽃이 꽃봉우리를 만들어 아래를 향해 서 있다. 알에서 막 깨어난 새끼 새들이 먹이를 찾듯 자잘한 꽃이 얼굴을 내밀고 아우성이다.

약난초라는 이름은 옛날부터 한방에서 위염, 장염, 종기, 부스럼 등의 치료제로 쓰였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 꽃이 탐스럽고 진달래꽃과 같은 색으로 고운 꽃을 많이 피우기 때문에 두견란杜鵑蘭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가 원산지다. 독특한 꽃모양 주목을 받으면서 무분별한 채취로 자생지 및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였다. 환경부에서 희귀종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지정번호 식-39)

꽃을 찾아 다니다보면 무엇이든 시간과 장소가 적절한 때를 만나야 볼 수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올해는 좋은 사람과 좋은 때를 만나 실컷 봤다. '인연'이라는 꽃말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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