觀物 관물
無事此靜坐 무사차정좌
擧目觀物態 거목관물태
鳥聲自和悅 조성자화열
人語多細碎 인어다세쇄
彼由天機動 피유천기동
此以人慾晦 차이인욕회
於斯愼所恥 어사신소치
毫釐莫相貸 호리막상대

일없이 고요히 앉아서
눈길을 사물에 맞춰 모양을 살펴 보노라면
새 소리는 나긋나긋 즐거이 들리는데
사람 말은 자질구레 시끄럽구나
저 놈은 자연 섭리대로 살아가고
이 쪽은 사람처럼 욕심을 감추고 있네
이치를 깨닫고 무엇을 얻을지 신중하여
털끝만큼도 서로 느슨하지 말아야하네
 
* 조선사람 순암 안정복(安鼎福, 1712~1792)의 오언율시다. 계절은 봄에서 여름으로 건너간다. 바뀌는 때를 맞아 눈에 들어오는 사물의 모양에 집중해 본다.
 
간혹, 한들거리는 바람에 놀란 풀꽃이나 앉았다 날아가는 새로인해 흔들거리는 나무가지를 보며 덩달아 일렁이는 마음자리를 다독인다.
 
나뭇잎을 파고드는 빛의 움직임도, 귓가를 스치는 바람도, 나무 사이를 넘나드는 새의 움직임도 오롯이 들어오는 때가 있다. 찰라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음은 애써 무엇을 보려는 수고의 결과라기 보다는 자연과 온전히 하나된 물아일체에 비롯된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 숲에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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