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룽나무'

매년 이 나무를 보기 위해 그 산에 오른다. 지난해는 때를 놓쳐 아쉬웠지만 올해는 한껏 기대감을 부풀리며 걷는다. 미나리아재비를 만났으니 곧 그 나무를 만날 수 있다.

 

눈앞에 꽃을 가득 피우고 있는 나무 몇그루가 있다. 제법 키가 큰 나무가 가지를 내려뜨리고 향기를 내뿝는다. 절정의 때를 지났는지 떨어진 꽃들이 하얗게 냇가를 수놓고 있다.

 

하얀꽃을 단 꽃이삭이 많이 달린다. 일년생가지를 꺾으면 냄새 나고 나무껍질은 흑갈색으로 세로로 벌어진다. 한방에서는 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향기도 꽃모양도 독특한 이 나무는 남부 지역에는 보기 쉽지 않은 나무다. 개인적으로 이 꽃을 보고 나면 주 꽃탐방의 장소가 지리산으로 바뀌는 기준으로 삼는다.

 

꽂그늘에 들어 봄날의 정취를 가슴에 담기에 참 좋은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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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吾友我居士오우아거사'
책하고만 사랑을 나누다 보니 친구가 없어
내가 나를 벗삼는 사내라 이름지었구나.

*조선 사람 이덕무(李德懋, 1741~1793)가 친구를 얻기 어려울 때에 관해 '선귤당농소'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눈 오는 새벽, 비 내리는 저녁에 좋은 벗이 오질 않으니 누구와 얘기를 나눌까?

시험 삼아 내 입으로 글을 읽으니, 듣는 것은 나의 귀였다.
내 팔로 글씨를 쓰니, 감상하는 것은 내 눈이었다.
내가 나를 벗으로 삼았거늘, 다시 무슨 원망이 있으랴

*이덕무는 백탑파로 일컬어지는 좋은 벗들과 사귀며 학문과 삶을 논하고 누렸던 사람이다. 그가 오롯이 자신과 마주했을 때 벗의 귀함을 마음에 새겼으리라 짐작한다. 벗들과 산길을 걷다 발길을 멈추었다. 노랑제비꽃 한쌍이 눈에 들었다.

나는 방점을 我아가 아닌 知音지음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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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모'

혼자였으면 주목하지 못했을 것들이 동료가 있어 만날 기회를 얻고는 한다. 번거롭지 않을 만큼의 나들이의 벗을 챙기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식물 역시 그렇게해서 만났다. 강원도 어디쯤 무덤가를 서성이다 잘 보이지도 않은 꽃을 누군가가 주목하여 알려준 때문이다.

전국의 풀밭이나 논밭의 둑에서 잘자란다. 종다나 가늘고 백색이며 향기가 있는 땅속줄기가 벋으면서 번식한다. 전초를 향료로 쓰고 약용한다. 향모라는 이름은 이 향기나는 땅속줄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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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밖에 더 많다

내 안에도 많지만
바깥에도 많다

현금보다 카드가 더 많은 지갑도 나다
삼년 전 포스터가 들어 있는 가죽 가방도 나다
이사할 때 테이프로 봉해둔 책상 맨 아래 서랍
패스트푸드가 썩고 있는 냉장고 속도 다 나다
바깥에 내가 더 많다

내가 먹는 것은 벌써부터 나였다
내가 믿어온 것도 나였고
내가 결코 믿을 수 없다고 했던 것도 나였다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안데스 소금호수
바이칼 마른 풀로 된 섬
샹그리라를 에돌아 가는 차마고도도 나다
먼 곳에 내가 더 많다

그때 힘이 없어
용서를 빌지 못한 그 사람도 아직 나였다
그때 용기가 없어
고백하지 못한 그 사람도 여전히 나였다
돌에 새기지 못해 잊어버린
그 많은 은혜도 다 나였다

아직도
내가 낯설어 하는 내가 더 있다

*이문재 시인의 '밖에 더 많다'다. 머리와 가슴 사이에서 번민하느라 직면하지 못했던 것들이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늘은 그 많은 나 중에 하나와 만나 미소 지을 수 있길 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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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
내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옴세
백년덧 시름없을 일을 의논코자 하노라

*조선사람 김성최(金盛最, 1645~1713)가 지은 시조다. 주변 인물들과 어울려 풍류를 즐기길 좋아했다는데 이 시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술이야 벗과 만남의 핑개로 익히 아는 바이나 거기에 꽃이 들어간다는 것이 무엇보다 반갑다. 매화나 국화 화분을 두고 술자리를 청했던 옛사람들의 정취를 익히 아는 바 새삼스러울것도 없고 이는 옛 이야기 속에만 있는 바도 아니다.

보고 싶은 꽃이 있는 눈치면 먼저 일아 구해서 보내고 그것이 여의치않으면 씨앗이라도 채취해 보내는 이들이 있다. 꽃 보자고 청하면 먼길 마다않고 길을 나서며 혹, 귀한 꽃이라도 만나면 먼저 벗 생각이 절로난다. 행여 벗을 만나지 못하고 계절을 건너 뛰기라도 할 양이면 그 아쉬움이 짠물을 건너기도 한다.

이미 귀밑머니 하얀데 백년덧 시름없을 일 의논할게 뭐 있겠는가. 꽃이 좋기로손 벗 만큼하랴.

입하立夏를 앞에 두고 벗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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