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밖에 더 많다
내 안에도 많지만
바깥에도 많다
현금보다 카드가 더 많은 지갑도 나다
삼년 전 포스터가 들어 있는 가죽 가방도 나다
이사할 때 테이프로 봉해둔 책상 맨 아래 서랍
패스트푸드가 썩고 있는 냉장고 속도 다 나다
바깥에 내가 더 많다
내가 먹는 것은 벌써부터 나였다
내가 믿어온 것도 나였고
내가 결코 믿을 수 없다고 했던 것도 나였다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안데스 소금호수
바이칼 마른 풀로 된 섬
샹그리라를 에돌아 가는 차마고도도 나다
먼 곳에 내가 더 많다
그때 힘이 없어
용서를 빌지 못한 그 사람도 아직 나였다
그때 용기가 없어
고백하지 못한 그 사람도 여전히 나였다
돌에 새기지 못해 잊어버린
그 많은 은혜도 다 나였다
아직도
내가 낯설어 하는 내가 더 있다
*이문재 시인의 '밖에 더 많다'다. 머리와 가슴 사이에서 번민하느라 직면하지 못했던 것들이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늘은 그 많은 나 중에 하나와 만나 미소 지을 수 있길 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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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